✍️ 가치혼합경영연구소 김재춘 소장 기고
   
   
🧶 오늘의 키워드 
#비영리단체 #공익활동변화 #시민사회혁신
오늘 Pick 레터에서는 가치혼합경영연구소 김재춘 소장의 연재 글 중 두 번째 편을 소개합니다.
지난 1편
<새로운 시대 : 비영리 공익활동 단체들의 위기와 기회>에서는 비영리·공익활동 분야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 요인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구체적인 해결 전략과 과제를 알아봅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비영리·공익활동 참여자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되기를 바랄게요.

시대의 변화로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 혼란한 시기에도 도태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생존하고 성장하는 단체도 있으며, 새롭게 탄생하는 단체들도 있다. 각기 다른 미래를 판가름할 중요한 잣대는 ‘적응력’일 것이다. 시대정신과 요구, 환경에 맞춰 단체를 진화시킨 곳은 생존하여 더 나은 성과를 만들 것이고, 그렇지 못한 단체는 아쉽게도 과거의 영광만 남긴 채 사라질 것이다. 여러모로 변화의 시대다.


얼마 전 설립 100주년을 넘긴 NPO 단체의 책임자분에게 물었다. “국내외를 통틀어 오래된 단체 중에 시대 변화에 맞춰 적시에 조직을 혁신하여 효과적으로 적응한 사례를 알고 계십니까?” 오랜 고민 끝에 그가 내놓은 답은 “없는 거 같다.”였다. 그는 자신의 단체 역시 기존 운영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실행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세기를 넘어 생존한 거대 단체의 수장도 현재의 변화 앞에서는 버거워하고 있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오래된 단체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러한 무기력이 감지된다. 그동안 나름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그때 그때마다의 사회문제에 대응하며 최선을 다해 공익사업을 전개했고,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부했지만 당면한 시대적 변화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좋은 실무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구성원들은 늙어가고, 신규 회원은 들어오지 않는다. 재정 확보의 가능성은 날로 줄고, 이따금 기획하는 신규 사업은 해오던 것이 아니라서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폐지되기 일쑤다. 반면 다른 사회조직들이 우리가 못한 사업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조직의 활력도 점점 식어가는 느낌이다.


이와 같은 냉엄한 현실에서 비영리 공익단체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활로를 찾아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시대 변화에 대한 파악과 변화 인식


우선 시대 변화에 대해서 정확한 독해가 필요하다. 사회 전반의 트랜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변화가 공익사업 전반에, 우리 분야와 주제에, 우리 단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과 준비해야 하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단체가 당장의 운영에 허덕이다 보니 현실에 매몰되기 쉽다. 또한 내부자들끼리의 소통만 이루어진다면 변화의 흐름을 캐치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세상 돌아가는 상황과 새로운 트랜드 정보를 지속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루트를 설계해 두어야 한다. 다양한 혁신 사업을 소개하거나 사회 변화 트렌드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즐겨찾기 하고, 뉴스레터를 구독하며, 조직 내부에 외부인이 참여하는 학습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변화전략 기획표. Source I  가치혼합경영연구소

내부 진단과 변화 방향성 설정


또한 단체 내부에 대한 진단 역시 필요하다. 긍정적 관점에서 조직의 밝은 점도 찾아보고, 조직 운영의 병목이 무엇이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내부에서만 바라보면 자칫 자기 합리화의 모순에 빠질 수 있기에 외부의 시각을 빌리는 것이 좋다. 다양한 외부 포럼 참석, 해외 탐방,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우리의 현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 어떤 핵심 요소(킹핀 : 볼링의 5번 핀)를 건드려야 조직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조직의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가치의 재구조화’를 권한다. 우리 단체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제공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환경 변화와 조직의 역량 및 의지에 따라 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내·외부 구성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정해보자.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누어 정리해보면 변화의 추이가 보이고,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조직이 움직여야 할지 보인다.

이해관계자 가치 재구조화. Source I  가치혼합경영연구소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


많은 단체가 현재 진행중인 사업들을 조정하는데 애를 먹는다.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기존 사업들을 버릴 수가 없고 새로운 인력이나 역량, 자금 확보가 어려워 다시 기존 사업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활동 지역이나 분야의 판도가 바뀌고, 대상자들의 구성과 규모가 달라지고, 새로운 단체나 서비스 공급자가 등장했는데도 운영의 관성 때문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환경과 내부 진단을 통해 사업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야 한다. 물론 완전한 단체 전환이나 재설립 수준이라면 모든 사업을 일시에 일몰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드물다. 그러므로 기존 사업을 분석하여 강화, 개선, 변경, 유지, 폐지를 기준으로 선택해 볼 수 있다. 또한 투입 자원(예산, 인력, 조직 에너지)과 성과 목표에 따라 사업 비율을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환경을 반영하는 신규사업이 일정 수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억지로라도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직은 퇴보한다.

 Source I  A 이주민지원단체(가치혼합경영연구소 제공)

성과 창출 방법의 혁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새로운 환경에서는 성과를 창출하는 별도의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는 크게 ‘사회변화 솔루션’이라는 사업의 방식이나 아이디어와 같은 방법론 측면과,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 내부의 운영체계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문제 자체와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는 문제 해결 기법에서의 정교함과 세련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단체들은 AI, IT, SNS, 드론 등의 각종 과학기술과 심리사회행동 연구 결과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의 잔반 줄이기 사례를 보자. 전통적인 해결 방법은 ‘교육’과 ‘캠페인’이었다. 빈 그릇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의 당위성과 가치를 교육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실천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잔반량 체크 스캐너가 설치된 잔반 투입기를 도입하고 잔반량에 따른 점수를 부여한다. 학생들은 만점(10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친구들과 게임하듯 잔반 줄이기에 참여한다. 이는 IT 기술을 활용한 하드웨어와 행동경제학, 게이미피케이션 등의 동기부여 심리전략을 활용한 사례다.


가르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미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넛지’의 시대가 온 지 오래다.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론에 대한 고민과 탐구, 실험은 ‘신기한 것’을 찾는 젊은이의 치기나 ‘오버’가 아니다. 문제가 바뀌었고, 환경과 대상자가 변했으며, 이들의 행동 패턴 역시 달라졌기에 그 대응 역시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열심히는 했는데 실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달리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비영리 계에서 자주 듣는 이 자조적 표현이 방법론의 개선과 성과 측정의 일반화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Source I KBS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 운영도 바뀔 필요가 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적은 인력으로 높은 생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이나 체계를 변경해야 하고, 새로운 업무 도구들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언론 모니터링을 주로 하는 시민단체의 사례를 살펴보자. 적은 인원으로 다수의 언론을 모니터링 하는 일은 매우 많은 품이 드는데, 실무진이 직접 하던 시기를 거쳐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분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러는 과정에 매체 환경이 급변했다. 주류 언론은 비슷하지만 콘텐츠 기업,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이미 주류 언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비주류 매체들이 셀 수 없이 생겨났다. 이것을 기존의 모니터링단이 감당할 수 있을까? 아직 정식 언론이라 할 수 없으니 제외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의 대안은 AI일 수 있다. AI를 통한 자동화시스템이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사회적기업은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악플을 자동 수집하고 분석·분류하여 소송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다른 복지단체는 업무 자동화를 통해 뉴스레터 발송 등 일상 업무를 60% 이상 줄인 사례도 있다. 이제는 비영리 단체를 돕는 비영리 맞춤형 전문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으며, IT 기술을 통해 효과와 효율을 높이는 업무 체계로의 변화는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

다양한 비영리 업무자동화 지원(IT솔루션) 기업들과 프로그램들 (필자 주)

조직문화의 개선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근로 환경과 의사결정 구조는 기존의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끈끈한 동지 의식과 무쇠 같은 사명감이 조직에 남아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시절은 지났고, 선배들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던 시대도 지나갔다. 비록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와 소통 방식은 사뭇 달라진 것 같다.


이들에게는 성장을 기다려 일과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닌, 일과 권한을 주어 성장하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 실무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체계가 더 합리성을 가질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협력적이고 개방적인 거버넌스의 필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강력한 결속력과 팀워크를 주요 역량으로 삼았던 과거 단체들의 성과 창출 방식이, 이제는 느슨한 연대와 전문성을 통한 자기 완결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하고 있다. 최고 경영자나 중간 관리자, 이사회 등의 보수성이 실무진들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

회원과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


조직에는 사람이 필요하고, 비영리 공익활동에는 참여자들이 핵심이다. 하지만, 높은 조직 이해도와 참여를 기본으로 정기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회원, 조합원의 형태는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참여자인 듯 아닌 듯 이슈가 있을 때만 모이고 아닐 때는 흩어지는 이합집산의 느슨한 연대 체계가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랑의 열매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개인들의 입체적 참여 형태를 ‘초개인화’라고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잘 수용하여 회원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공익 참여’의 방식과 깊이, 요구를 세분화하여 타깃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단체가 제공하고 관계 맺는 세밀한 경로 설계와 참여 설득 방법들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Funnel : 깔때기 기법). 이미 영리기업의 영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인앤아웃 마케팅을 통한 리드(Leads) 생성 기법’을 후원회원 확보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온라인 상의 느슨한 관심들을 모아 회원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이삭모으기 전략이다.

잠재후원자 모금 프로세스.  Source I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

절대 모수가 줄어들 때 쓰는 일반적인 전략은 ‘타깃 확장’이다 기존의 운동들이 우호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변화에 나섰다면, 지금은 중간지대(회색지대)를 포괄하는 전략(회원 시프트)을 구사해야 할 때가 왔다. 즉, 강력한 가치 동일성을 중심으로 한 연대에서 벗어나, 조금은 엉성하고 복잡하며 다면화된 가치를 가진 이들과 함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대중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단체들의 해석과, 새로운 ‘대중’들을 포섭하는 활동 기획,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체계적 고민을 요구한다.  

회원 시프트

재정 확보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며, 미래 대응에서도 가장 중심 또는 시작점을 차지하는 요소이다. 한 활동가는 말한다. “돈만 있으면 다 됩니다.”라고. 하지만 현실의 비영리 영역에서 재정 확보 노력은 열띤 관심, 간절한 필요와 반비례한다. 즉, 말만 그렇지 돈을 만들어 내는 데 애를 쓰는 시간도 사업에 비해 현저히 적고, 돈을 확보하는 전문성의 개발 역시 다른 사업이나 조직 운영 역량에 비해 후순위로 밀린다. 월드비전 등의 메이저급 모금단체가 아니고서는 모금 전문가를 한 명도 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사회 역시 후원보다는 사업과 운영 전문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선 재정 확보, 전문성 확보를 시급한 과제로 설정하길 권한다. 현재의 자금 출처를 분석하고 재정 포트폴리오의 변화 방향을 설정하며, 미래 주요 사업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성격에 대한 재무 설계를 해보길 권장한다. 이사회나 후원회 조직 같은 재정 확보 기반과 온라인 모금 시스템도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 관리자 급의 재정에 대한 감각과 집중력이 정말 중요하다. 인식이 있어야 목표가 있고, 목표가 있어야 계획이 있으며, 계획이 있어야 실행이 있고, 실행이 있어야 성과가 있다.

상수를 변수로 착각하면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 있다. 시대, 기술, 사람, 의제 등의 변화는 비영리 공익단체들에게 이미 상수다. 상수는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므로,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여 대응해야 한다. 반면 변수는 우리의 통제로 변화가 가능한 것들이다. 조직 내부의 사업 구성이나 인적 조직화 등은 그래도 우리가 어찌해볼 만한 것들이다. 미래는 변수를 통제하여 상수에 대응하는 것이다. 만약 그 반대로 하려고 하면 그냥 죽.을.수.도. 있.다.

글 | 김재춘

'삶의 실상'에 관심이 많은 공익활동가이자 컨설턴트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돕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꾼다.'라는 모토를 가진 연구소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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