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논문을 읽어드립니다> 시리즈의 두번째 기사입니다. 민지희 작가님께서 수면에서 '빛'의 중요성에 관한 이해를 돕는 논문을 소개합니다. 논문 제목은 "The effects of self-selected light-dark cycles and social constraints on human sleep and circadian timing: a modeling approach." 입니다.
제 13호
왜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이 들까요?

지난 밤에 잘 주무셨나요?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일까요? 어젯 밤에 밤 늦게 까지 깨어 있었던 탓일까요? 아침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야 하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알람 시간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는 주말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이 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수면과 각성에 있어서 ‘빛’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논문을 가져왔습니다.

 


수면을 제어하는 2가지 리듬

우리가 자고 깨는 시간에는 2가지의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 내재된 일주기성 리듬이 있는데요. 이것을 일주기 시간(circadian time) 이라고 합니다. 반면 빛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제어되는 리듬이 있는데요. 이것을 자이트게버 시간(zeitgeber time; 독일어로 '시간기여자')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주기 시간(circadian time)은 24시간이 아닙니다! 만약 실험실에서 계속 어둡기만 한 상황 또는 계속 밝기만 한 상황을 조성해 둔다면 생명체는 매일 조금씩 조금씩 약 1시간 (1.04h) 씩 늦게 자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일정하게 어두운 상황에서 수면 시작 즈음에 강력한 빛을 주면 그 다음 수면 시간이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것을 주기 이동(phase shift) 이라고 합니다. 주기 이동(phase shift)은 더 당겨질 수도 있고, 더 늦춰질 수도 있습니다.


빛노출과 수면시간 지연에 관한 실험

그렇다면 언제 빛을 주면 수면시간이 당겨지고 언제 빛을 주면 수면시간이 늦춰질까요? 소개해드린 논문에서 이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오전 중에 강렬한 빛을 주면 수면시간이 당겨지는(advance) 경향을 보이고, 초저녁에 강렬한 빛을 주면 수면시간이 지연(delayed) 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 몸의 수면과 각성은 코티솔(cortisol) 과 멜라토닌(melatonin) 등의 호르몬에 의해서 제어 됩니다. 자연스러운 기상 2-3시간 전에 우리 몸의 체온은 가장 낮아 지고, 가장 깊은 잠을 잡니다. 혹시 밤을 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새벽 3-4시가 되면 으슬 으슬 추웠던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비록 당시에는 잠을 자지는 않았더라도, 이 시간대는 우리가 깊게 잠을 자는 시간이었고, 이 시간대 이후부터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면서 기상 시점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인공적인 조명이 없는 환경이었다면

자 이제, 문명 이전의 시대를 한번 상상해 봅시다. 정확히는 인공적인 조명이 없는 환경을 상상해 볼까요?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는 문명 이전의 사람들은 낮에는 평균 4000 lux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우고 (5 lux 미만) 살았겠지요.

이 논문에서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적도 지역에 사는 수렵 채집인의 수면과 기상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일몰 2-4시간 후에 잠이 들고, 일출이 되기 1시간 전에 일어납니다. 오늘 날짜로 생각하면 일몰이 18시 50분이니 저녁 21시~23시에 자고, 아침 4시-4시 반 쯤에 일어났겠군요! 평균 수면 시간은 7.7시간 이었다고 하네요. 인공 조명이 없다고 해서 아주 길~게 잠을 자지는 않는군요!

 


인공조명에 노출되는 환경이라면

현대인들은 어떨까요?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수렵 채집인과 빛의 관점에서 다른 점이 2가지 있습니다. 첫번째 낮에 빛에 덜 노출됩니다. 옥외 작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은 형광등 아래에서 더 낮은 조도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두번째, 초저녁 부터 밤까지 더 높은 조도에 노출되게 됩니다. 인공적인 저녁의 조명에 잠을 자기 전까지 계속 노출이 됩니다.

논문에 나온 시뮬레이션을 살펴 봅시다. 아래 그래프에서 회색은 인공적인 조명이 없는 수렵 채집인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검정색은 현대인이죠. 인공적인 저녁 조명에 노출되면 자발적인 수면 시간이 줄어 듭니다.
검은색(원시인, Hunter/gatherer), 빨간색(현대인, modern), circadian wake propensity (C-WP), Homeostatic sleep propensity (H-SP)
출처: Scientific report, Nature research
초저녁의 인공조명의 조도가 증가하면 수면시간은 지연

초저녁의 조도가 증가할 수록 전반적인 수면과 기상의 시간이 점점 뒤로 밀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초저녁의 조도가 0 lux (조명이 없을 때) 에서 40 lux로 증가하면 수면시작 시간은 21시 30분에서 24시 로 2시간 30분 밀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적정 기상시간도 0 lux 에서는 오전 6시이지만 40 lux에서는 오전 8시 30분으로 증가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저녁에 더 집중이 잘되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사람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하네요.


아침에 울리는 알람시간! 주말과의 괴리 

아침에 알람 없이 일어나는 분 있으신가요? 수렵 채집인들은 자연에서 살아가며 알람 없이 일어나겠지만 현대인들은 알람이 필수죠. 사회적으로 강요된 기상시간으로 인해 근무일, 대개는 평일에는 수면 부채가 쌓이게 되고, 휴일에는 수면 시간이 늦어지게 합니다.
저녁에 빛이 노출되어 전체적으로 수면의 패턴이 뒤로 늦춰져 있으면서도 평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하죠. 그렇게 되면 평일에는 더 자고 싶습니다. 이런 것을 수면 부채 (sleep debt) 라고 하는데요. 자지 못한 시간들을 빚처럼 꼭꼭 모아 두었다가 푹 잘 수 있는 주말에 몰아서 자게 되는 것이지요. 수면부채는 아침형보다 저녁형 사람들이 더 많이 겪게 되겠죠.


혹시 알람시간을 변화시키면 도움이 될까요?

이런 사회적 시차증(social jetlag)를 해결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출근이나 등교 시간을 늦추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오전 8시였던 출근 시간을 1시간 연장해 오전 9시로 바꾼다. 더 나아가 오전 10시로 바꾼다면? 생각만해도 꿈만 같으신가요? 물론 이렇게 알람 시간을 1시간 늦추면 당장은 잠을 더 잘 수 있어서 주말에 수면시간이 길어지지 않아도 되겠죠.  그렇지만 1시간을 더 늦게 출근/등교 하면 그만큼 수면시간과 기상시간이 모두 늦어져 일주기 리듬만 지연될 뿐입니다. 결국 알람 시간을 늦추는 것은 사회적 시차증(social jetlag)의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네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
낮에는 더욱 강렬한 빛을! 그리고 초저녁 부터는 아주 어둡게!

본 논문에서 말하는 해결 방법은 “빛”을 최대한 수렵 채집인처럼 쪼이자는 것입니다. 낮에는 강렬한 태양 빛을 더 많이 받고요~ 그리고 잠을 자기 2-3시간 전부터는 모닥불만 피워 둔 것처럼 낮은 조도에서 생활하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밝기는 어느 정도여야 하냐고요? 이 논문에서 말했던 40룩스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잘 안되시죠? 일반적으로 거실의 적당한 밝기는 200-400lux 라고 합니다. 작은 스탠드를 켜 두는 침실은 아늑한 조도인 50-150 Lux 라고 하니. 우선 형광등은 무조건 꺼야 겠네요!

글쓴이: 민지희 (한양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 기사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피드백은 좋은 기사를 만들어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이레터 편집팀   |   ksoem13@gmail.com   |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