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님💬

'좋은 어른'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뉴스레터예요. 저희 슬로건이 '깨지고, 깨물고, 깨닫고 좋은 어른이 되기'인데요. 알은 ‘나의 세계’라고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저희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일반고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과 다르게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끔씩 했어요. 이 틀을 깨고 소통하고 싶어서 ‘깨지다’라는 단어를 썼어요. 새알을 통해 저희만의 세계를 깨고 싶어요. 

저희는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요. 처음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됐던 계기도 세월호 참사였거든요. ‘이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으로 시작해서 세상을 깨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결국 이 뉴스레터를 통해서 저희가 성장하고 깨닫기를 바라서, 슬로건을 이렇게 정해 봤어요.

저희의 목표는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 각자만의 답을 정의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좋은 어른을 찾는 뉴스레터라기보다, 우리가 좋은 어른이 되보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요.

서영님💬

그래서 새알은 '세상을 알기', '새롭게 알기' 이렇게 두 가지 중의적 의미로 쓰고 있어요. 글을 통해 함께 깨닫고 나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주미님💬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분은, 제가 인턴십을 하면서 만났던 어른이에요. 저는 인권이나 다양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퀴어 페스티벌을 간 적이 있는데, 입출구에서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계신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주변에 계시던 스님이 피켓을 촬영하는 척하시면서 가리고 서계시더라고요. 우연인 줄 알았는데, 옆에 계신 분께도 피켓이 가려지게끔 옆으로 서 달라하셔서 같이 가려주셨어요. 직접적으로 만난 분은 아니었지만, 그 장면에서의 스님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서영님💬

부모님과 외할머니가 제가 만난 제일 좋은 어른이에요. 새알 뉴스레터 중에 <엄마들은 다 해, 엄마니까>라는 제목의 레터를 보낸 적이 있어요. 그 회차에서 '부모님이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어른'이라고 적었는데, 저는 이 사실을 대안학교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크게 느꼈어요.

저는 우리나라의 입시 체계를 좋아하지 않아서 비진학을 꿈꿀 때도 있었는데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부모님은 언제나 '네 뜻대로 해도 좋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또 저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감히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을 주셨어요. 저의 선택을 온전히 존중해 주시는 부모님과, 저를 온전히 사랑해 주신 할머니가 제가 만난 가장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수지님💬

저희 학교 선생님들이요. 인턴십을 하는 동안 진로 고민을 하면서 힘들기도 했고 방황도 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들은 항상 "넌 정말 좋은 어른이 될 거야, 뭘 해도 될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선생님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으면서 어떤 특별한 사건보다,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큰 의지가 됐던 것 같아요.

이렇게 큰 관심과 지지를 주신 선생님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전 교장 선생님이에요. 저는 항상 사랑하고 슬퍼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인데요. 그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신 분이 전 교장 선생님이었어요. 전교생의 이름을 다 외우셨고, 수업 때마다 복도를 지나다니시면서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시던 선생님이셨어요. 저희와 함께 슬퍼하고, 꿈꾸시고 끊임없이 배우는 분이셔서, ‘세상에 이렇게 좋은 어른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분이에요.

저의 인생 가치관이자 핵심 문장이, ‘알면 사랑하고 모르면 혐오한다’인데요. 이 문장도 교장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이 문장을 듣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알고 싶고,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후로 교장 선생님께 '몰라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여전히 희망을 외치는 힘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다시 남은 공간에서 좋은 어른이 되어 볼게요.' 라고 카톡을 보내드리기도 했어요. 제가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계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미님💬

감사하게도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됐는데요. 지금 생각나는 어른은, 윤리와 사상과 생활과 윤리 수업을 하시는 철학 선생님이에요. 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들을 특히나 존경하는데요. 철학 선생님이 딱 그런 분이셨어요. 평소에 들려오는 미담들이나, 수업시간에 해주시는 말씀들을 들어보면 제가 다 행복해지기도 했고요. 선생님처럼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영님💬

제가 이우학교를 결심하게 만들어주신 은사님이 있어요. 바로 중학교 선생님이신데요. 첫 수업에서 '우리는 왜 배워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시간동안이나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셨어요. 이 수업이 제가 좋은 어른을 꿈꾸게 된 시발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질문들을 받고 난 후 선생님과 나눴던 카톡을 다시 봤는데, ‘좋은 세상은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올바로 서면 되는 일이 아닐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좋은 세상을 위해, 너도, 그리고 나도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보자' 라고 남겨주셨어요. 이 문장이 제가 좋은 어른을 꿈꾸는 이유인 것 같아서 중학교 때 만난 선생님이 제 롤모델이에요.

수지님💬

가장 닮고 싶다고 느꼈던 어른은 작년에 만난 진로 선생님이에요. 딱 1년만 수업을 하시고 본인의 방향성에 맞는 길을 찾아 떠나셔서, 사실 선생님에 대해 잘은 몰라요. 그렇지만 방향성을 찾아 떠나신 그 자체가 저에게 큰 용기와 희망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진로 선생님의 수업에는 어렸을 때 생각나는 기억들을 모두 쓰게 하고,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찾아내는 '구슬 발견'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이 구슬들이 다 엮이면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진로를 고민한다는 것이 일이나 분야를 선택하는 시간이 아니라,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내가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지,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알게 됐어요.

주미님💬

개인이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 다양성을 인정받는 사회,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 생각해요. 이는 곧 제가 만들고 싶은 사회예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누구나 사랑하며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사회'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정말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저는 '얘는 왜 이렇게 생각하지?' 하는 부정적인 질문이 많은 사람인데, 이것 조차도 사랑하기 때문에 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사랑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너지지 않는 방법도 결국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서영님💬

모두가 살고 싶은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세상은 살기보다는 죽기를 권하는 사회라고 느껴지는데요. 사르트르라는 철학자는 '존재하는 것에 대한 증오와 혐오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러면서 사는 것에 대해 무의미함과 회의적인 사고에 빠진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그럼에도 살고 싶게 하는 것이 뭘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저는 그 답이 사랑과 연대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나는 나 때문에 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타인 때문에 죽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강화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수지님💬

모두가 꿈꿀 수 있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잘 아는 확신과 믿음에서부터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회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온전히 내가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를 알고 싶게 되고, 그러다 보면 비로소 사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주미님💬

처음 뉴스레터를 정하면서 얘기했던 주제가 '세월호 참사'였는데요. 저희가 분노했던 포인트는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에요. 이태원 참사에서 까지도 회피하려 하는 어른들을 봤고, 아직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이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임져야 할 것을 책임지지 않는 어른은 제가 제일 되고 싶지 않은 어른의 모습이에요.

서영님💬

저도 주미랑 비슷해요. 외면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사실 제가 마주할 세상은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도, 제가 외면하게 될까 봐 무서워요. 그럼에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저는 '의무가 나를 부른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이우학교에 온 것도, 뉴스레터를 만든 일도, 어떤 사명감이 저를 계속 부르고 있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앞에 놓여진 길에 어떤 무언가가 저를 부른다면, 그에 마땅히 응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수지님💬

기억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직접적인 연대나, 사회운동은 사실 참여가 어렵잖아요. 뚜렷한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뜻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최소한 기억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소하게는 개인 문제들로 고민하고 울었던 경험이나, 어떤 일을 사랑할 때 느꼈던 심장 뛰는 경험, 학교에서 경험한 모든 일들부터, 나는 겪지 못했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문제들까지 모두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새알 에디터분들이 되고싶은 어른, 어른이 된 뽁뽁님에게 전하고픈 이야기 등 못다한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다음 회차에 알차게 담아서 소개해 드릴 예정이니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