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괜찮은 마을로 떠난 서울 캥거루!
제6호 2021/06/02

제5호 _ 제2의 고향을 찾아서(목포편)
“아, 괜찮아 마을 가세요?”
다음 주엔 목포에 갈 예정이라고 하니 단번에 도착지를 알더군요! 
네, 괜찮아 마을은 이미 업계(?)에선 꽤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체계적이고, 비싸다는 의미겠죠? 그래서 처음엔 조금 망설였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늘 그렇듯 결정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돈이 생겼거든요.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그럼, 목포로 함께 떠나볼까요?
목포의 바람은 거칠고 매서웠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저를 맞이한 건 비였습니다. 그것도 추적추적 내리는 짙은 비요. 4월이었지만 도저히 봄비라 부를 수 없는 어두운 비였습니다. 바로 전 주에 공주와 부여에서 늦봄을 만끽했기에, 그보다 남쪽인 목포는 더 따뜻할 거라는 예상했건만... 완전히 빗겨나갔습니다. 오들오들 떨면서 괜찮아 마을로 향했습니다. 네, 사실 목포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어둡고 축축하고 추웠습니다.

괜찮아 마을의 건물, 반짝반짝은 그날의 음습한 기운을 비켜 서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낯선 이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이미 젖어버린 몸과 마음을 보송하다 못해 아주 바싹 말려버릴 기세였죠. 좀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기나긴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죠. 마치 사업설명회에 온 기분이랄까. 이미 좋은 취지도 알았고, 그 마음에 동의해서 온 거니까 추상적인 언어 말고 실체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궁금했거든요. 고향이 없는 청년들에게 고향이 되어주는 마을, 마음이 다치고 지친 청년들에게 괜찮다고 응원하고, 무엇이든 괜찮으니 상상해보라고 자극하고, 그 도전에 괜찮다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공간. 그런 꿈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너무도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걸까요. 첫 날은 정말 대실망이었습니다. 기나긴 오티에 삐걱거리던 마음이 외부 게스트하우스에 마련된 숙소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몸 하나 누이면 끝나는 작은 방도, 냄새 나는 수건도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무엇보다 그 공동체의 일원이라기보다는  손님, 즉 이방인에 불과한 그 포지션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크고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보니 거리감이 좀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첫날이었으니까요. 자꾸 서걱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한 친절, 빡빡한 커리큘럼, 어딘가 모르게 인위적인 느낌. 모든 게 어색했습니다. 
식구, 함께 밥을 먹는 사이

금방 저녁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괜찮아 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는, 현재 목포 주민이자 비건 식당 대표의 주도하에 강된장 비빔밥과 들깨수제비를 만들었습니다. 목포에 내려와서 첫 끼이자, 약 일주일 간 함께 지낼 친구들과 함께 나눈 첫 식사였죠. 재료를 씻고, 썰고, 볶고, 상을 차리고 치우면서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서로 말을 많이 주고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무언가 하나의 일을 함께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예 모르던 타인에서 진짜 식구가 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어차피 가족도 모르던 사이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낯선 아이가 태어나 함께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이니까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거 아닐까요. 아무튼, 식사를 마친 저희에게는 아주 중요한 공통 미션이 주어졌답니다. 바로, 5박 6일 동안의 식사 계획을 짜는 것! 외식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직접 해 먹을 수 있으니, 함께 직접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었죠. 

숙소였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음식을 해먹었냐고요? 아니요. 반짝반짝엔 공유 주방이 있었습니다. 함께 장을 봐서, 함께 쓰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면 되었고, 양념과 조리도구들은 구비되어 있는 것들을 쓸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걸 즐기는 제겐 조금은 신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먼저 메뉴를 고민했죠. 나이롱이지만 채식 지향을 하고 있는 저를 배려해 두부 두루치기, 두부 동그랑땡, 월남쌈,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같은 메뉴를 선택해 주었습니다. 물론 고기 메뉴도 있었지만 5분 1에 해당하는 소수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그들의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유난이다’가 아니라 ‘그렇구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마음, ‘대체 왜 그래?’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의 ‘왜?’라는 질문이 참으로 따스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앞으로의 시간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배려의 여왕이자 예스맨이었습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 외식이 어려운 상황이라 식당에서 음식을 사서 반짝반짝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다회용 용기를 가져가고 싶었던 저는, 조심스럽게 용기 가져가는 걸 제안했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아니 뭐 다 좋아 이 사람들?! 사실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런 저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늘 저도, 상대도 불편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들은 저의 조심스러움을 따스하게 안아주었습니다. 뾰족하지 않은 대화가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제안에도 일단 긍정을 던지곤 했습니다. 먹다 남은 생닭똥집(다들 처음엔 기겁을 했지만 아직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메뉴가 되었습니다😂.)을 두고,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볼까요?'라는 제안에도 ‘뭐 그런 걸?’이라는 반문보다는 일단 ‘좋아요!’가 터져 나왔죠. 시식 반응 역시 당연히 너무 좋았죠.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습니다. 

무조건적인 긍정과 지지를 보내는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너무 들러붙는 그런 관계는 또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했죠. 어쩌면 상대의 시간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게 아니었을까요. 자신을 내세우기 전에 타인의 존재를 수용하는 마음. 그 태도가 참 좋았습니다. 목포에서의 시간이 대부분 기대와 달랐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인연들 덕에 상상하지 못했던 추억이 생겼습니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걸까요? 이들과 함께한 5박 6일 동안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까요?
사연이 없는 관계로 이번 주 <이.루.소.> 는 쉬어갑니다.😂

jeongdam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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