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민낯과 아이가 주는 삶에 대한 환희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Pausing by POPOPO MAGAZINE
님에게 
“엄마가 되는 건 어때?” 이런 질문을 받을 때의 속마음은 사실 이렇습니다. 목구멍에 찹쌀떡을 쑥 밀어 넣은 것처럼 목이 막히는 기분이랄까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엄마의 잠재력’이라는 키워드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명료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 반짝이는 상대의 두 눈에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보입니다. 혈압이 오르내리는 현실의 민낯과 아이가 주는 삶에 대한 환희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무얼 먼저 전해야 할까. 마음속으로 저울질하게 됩니다.

엄마가 되는 건 어때?

 부제  내 아이도 나처럼 힘들게 살까봐 겁이 나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리얼 양육자의 이야기
    - [3월 이달에] ‘타인의 취향’ 글을 쓰는 이유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방장님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아줌마의 취미생활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생각없이 잠드는 밤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어젯밤에 우리 엄마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케이크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기록하는 비꽃]
오토바이를 그리고 우간다를 사랑하고 싶다
   [엄마의 영화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_영화 <로봇 드림> 리뷰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일기] 부모가 육아를 할 수 있다면
   [엄마를 위한 힐링 명화] 나, 떨고 있니?
   [사부작사부작 손꼬마] 회기동의 작은집 이층(혼자일 때도 늘 함께였다)
   [핀란드 똔뚜 가족] 안아줘
   [News] 포텐 여러분 함께 해요!
   
- [3월 이달에] ‘타인의 취향’ 글을 쓰는 이유 

  I    0.6의 역설

저출생 문제가 국가 재난으로 선포될 만큼 이슈지만 지역에선 다자녀 가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역설적이게도 내가 사는 지역의 분만 가능한 병원은 단 세 곳. 한순간에 응급으로 넘어가는 분만의 특성상 전문의 감소는 산모와 아이라는 2인분의 목숨과 직결됩니다. 산부인과 수가는 턱없이 낮은데 분만실을 유지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법. 꽤 자주 예고 없이 밤에 아이가 열이 끓기라도 하면 인근 광역시의 대형 병원으로 엑셀을 밟는 게 현실입니다.


읍면동으로 들어가면 다문화로 불리는 아이들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부모의 국적이 한국인인 비율이 갈수록 줄다 보니 오히려 한국 아이들이 역차별당한다는 보도가 화제를 모으는데요. 이 지점에서 뒤집어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다문화 가정이라 부르던 이들을 어떻게 대했나. 차별과 무지를 넘어 무신경하지 않았던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출생 고령화 대책에 16년간 280조 원이 투입되었다는 발표는 외려 세금 제도의 큰 구멍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보입니다. 아동수당이나 보육서비스 등에 해당하는 가족지출 규모를 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2.12%의 절반 수준인 1.37%. 부모가 되어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표가 드러난 것이죠. 저출생 대책이 실패한 게 아니라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인 셈입니다.
불투명한 나의 미래에 일 인분의 삶도 벅차기만 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두터워져만 갑니다.
취업과 결혼의 관문이 높아지고 늦어지면서 난임 시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었습니다. 분명한 건 냉동 난자나 시험관 수술은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 아이를 낳는 것이 내 인생과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찾지 못한 현실적인 이유로 배우자와 부모가 되겠다는 결정을 최대한 미루게 됩니다. 낳겠다는 결심까지 어렵게 가더라도 더 큰 관문은 따로 있습니다.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 매년 역대 최고로 갱신 중인 항목은 저출생 정책 예산이 아니라 민간에서 지출되는 사교육비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교육의 문제로 넘어가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는데요.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도 퇴근 후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뛰는 양육자의 현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합니다.

저라고 다를까요? 당장 마감 전화가 불이 나도 일 순위는 아이 방학 학원 스케줄 정리였어요. 학원마다 일정이 다르고 등하원이 가능한 지역도 달라 빈틈이 생기는 순간 비상망이 가동됩니다. 여지없이 1번 연락망은 엄마. 하원 차량 전화를 놓쳤을 뿐인데 수십 통을 넘게 전화를 돌린 적도 있어요. 예상 가능한 스케줄 속에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아니 수습 가능할 정도로 그 규모를 낮추기 위한 제로섬 게임의 연속이죠. 더불어 기본 삼종 세트라 불리는 피아노, 태권도, 영어학원만 더해도 교육비는 묵직해집니다. 내 일을 지키려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가끔은 어떤 게 더 가성비가 나은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울질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까 불안을 동력으로 내일과 내 일을 가늘게 이어 붙이는 중입니다..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거친 현재 세대는 이미 많은 것을 암묵적으로 학습했어요. IMF, 경제공황, 코비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집값.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도 어렵기만 합니다. 육아로 자연스레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했던 선배들을 보며 그 뒤를 따라가던 후배들은 선택의 순간에 놓였습니다. 미래의 아이를 떠올릴 때 이 서바이벌 게임에 내몰고 싶지 않다는 죄책감이 앞서는 거죠.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극히 이타적인 결정이 아닐까요?

양육자가 되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 포포포 매거진을 또 격주로 레터를 발행합니다. 시간을 돌려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해도 저는 엄마되기를 기꺼이 선택할 거예요. 그건 아이라는 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품에서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아이를 종일 안고 창밖을 내다보는 동안 다리 건너 결혼이주여성의 사연을 알게 되었어요.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꾸려가면서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변을 살피고 돌보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일 희비극을 오가는 평범한 양육자의 일상 속에서 나도 좋은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는 꿈이 자어요.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다음 세대의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일을 모색하게 됩니다.

"시간을 돌려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해도 저는 엄마 되기를 기꺼이 선택할 거예요."

출생률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출생 정책에는 정작 청년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부재합니다. 예비 엄마를 향한 애정공세를 한 스푼만 덜어 이미 엄마가 된 여성들에게 할애한다면 더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커리어와 일상이 흔들거릴 때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 단절이라는 고립된 섬에 갇히지 않도록 안전망이 하나씩 갖춰지는 것. 이미 양육자라는 길을 택한 이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부재한 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시급합니다.

살아있는 양육자들의 이야기를 아카이브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백화점 쇼케이스처럼 정갈하고 매끈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당탕탕 롤러코스터 같은 일상에도 반짝이는 순간은 존재합니다. 다채로운 삶의 풍경이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니까요. 팬시하지 않아도 사골국처럼 진하고 영혼을 따뜻하게 만드는 행복 (물론 그 찰나의 감동에 도달하기 까지 분노와 빡침의 연속이 295번쯤 전제될 수도 있지만)은 시간과 감정이 숙성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그런 글들이 모여있는 에디터들의 칼럼 시간 놓치지 마세요. 늘 그렇듯 이번주도 어마어마 하답니다~!

🎬
영화를 좋아하다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글쓰기를 시작해보세요! 
3월 28일 특강 후 3주간의 리추얼을 통해 함께 영감의 싹을 틔워봐요!
평소에 영화와 영화 명대사, 명장면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대환영!
수강료는 5만원이지만, 매주 글쓰기 인증하시면 5만원 상당의 리워드 박스를
받으실 수 있으니 수강료보다 더 큰 가치를 얻으실 수 있어요!
  💬 강민영님의 짧터뷰
1.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말주변이 없어요. 그래서 20~30대에도 매일 짧은 일기를 썼어요. 사람들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글로 표현하다보니 저 스스로를 이해하거나 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첫 아이를 낳고선 일기보다는 육아기록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날그날 제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고, 아이의 성장을 보면서 느꼈던 점들, 아이가 했던 예쁜 말이나 흥미로운 질문 등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했는데, 지인이 아닌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시기 시작했어요. 특히 육아나 결혼생활에 관한 한탄을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제 솔직함을 보며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친구와 수다 떨듯 글쓰며 마음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해소나 치유의 경험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강추하고 싶어요. 아무튼, 모르는 분들에게 책을 써보라는 응원을 받아보니,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쓰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쓴 글을 가지고 포포포 매거진 6호 [Be our guest 지면을 드립니다] 공모에 지원했는데 덜컥 뽑히고 말았어요. 그러면서 포포포 뉴스레터, 그림책이 우리에게 뉴스레터, 포포포 매거진 8호, 웩미업 창간호 등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2. 글쓰기 모임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는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만 쓰다보니까 조금 한계가 있었는데, 글쓰기 모임 덕분에 제가 관심 가지지 않았던 주제를 생각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사실 포포포 매거진 6호에 실린 글도 글쓰기 모임이 아니었다면 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 때 주제가 ‘생각의 오류’였는데, 살면서 이런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생각한다고 해도 그것을 글로 옮기는 일은 어려웠을거에요. 글쓰기 모임의 느슨한 강제성이, 그러니까 루틴, 동료, 보상 등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 같아요.

3. 지금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계세요?
아니요. 지금은 모임이 사라졌어요.

4. 그럼 지금은 어떻게 주제를 찾아내고 계세요?
영화를 공부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되는 것 같아요. 허구의 인물이나 사건을 만들어내려면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거든요. 실제를 바탕으로 해야 허무맹랑한 거짓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남들이 보지 않는 것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글쓰기 모임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어느 바위에 앉아 소주를 병째로 마시는 장면을 주제로 낸 적이 있어요. 영화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고 사진만 제시해드리고 사진을 아주 자세히 보시라고 안내해드렸어요. 배우가 입은 옷, 들고 있는 가방, 앉아있는 자세, 표정, 주변 환경의 특색 등 하나도 빼지 않고 보시라고 했어요. 오래, 가만히 보다 보면 미세하게 나누어 보는 연습을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건 미세하게 사고하는 연습으로도 연결돼요. 예를 들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된장찌개, 왜 된장찌개일까? 어렸을 때 엄마가 찌개 끓일 때 나던 보글보글 소리, 탁탁탁 도마소리, 그걸 만화보며 기다리던 나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세분화해서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5. 그렇게 세분화된 생각이나 소재를 어떻게 글에 적용하세요?
세분화해서 나온 키워드들을 나열해놓고 공통점이나 연결점을 찾는 방법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방금 예로 든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글쓰기 모임 주제였는데 딱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저는 무얼 써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겨우 생각해낸 음식이 된장찌개였는데, 왜 하필 된장찌개인가 생각하다보니 엄마가 된장찌개를 만들던 시간과 공간이 떠오르더라구요. 그걸 묘사하니, 글이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에 머물지 않고 엄마의 사랑과 애씀이 담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 할 수 있었어요.

클릭하시면 더 많은 글을 읽으실 수 있어요!  
🐰[이달에] 3월 강민영 에디터의 <타인의 취향>🐰
🐰포포포 매거진 8호 궁금하면 드루와~🐰
포.포포포 pausing by popopo 어떻게 보셨나요?
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동력은 피드백으로부터!
친구에게 뉴스레터 구독을 공유해주세요.
위 버튼 클릭 후 url을 친구 카톡으로 전송!  
주식회사 포포포
@popopo_magazine
www.popopomagazine.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