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말주변이 없어요. 그래서 20~30대에도 매일 짧은 일기를 썼어요. 사람들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글로 표현하다보니 저 스스로를 이해하거나 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첫 아이를 낳고선 일기보다는 육아기록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날그날 제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고, 아이의 성장을 보면서 느꼈던 점들, 아이가 했던 예쁜 말이나 흥미로운 질문 등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했는데, 지인이 아닌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시기 시작했어요. 특히 육아나 결혼생활에 관한 한탄을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제 솔직함을 보며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친구와 수다 떨듯 글쓰며 마음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해소나 치유의 경험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강추하고 싶어요. 아무튼, 모르는 분들에게 책을 써보라는 응원을 받아보니,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쓰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쓴 글을 가지고 포포포 매거진 6호 [Be our guest 지면을 드립니다] 공모에 지원했는데 덜컥 뽑히고 말았어요. 그러면서 포포포 뉴스레터, 그림책이 우리에게 뉴스레터, 포포포 매거진 8호, 웩미업 창간호 등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2. 글쓰기 모임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는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만 쓰다보니까 조금 한계가 있었는데, 글쓰기 모임 덕분에 제가 관심 가지지 않았던 주제를 생각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사실 포포포 매거진 6호에 실린 글도 글쓰기 모임이 아니었다면 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 때 주제가 ‘생각의 오류’였는데, 살면서 이런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생각한다고 해도 그것을 글로 옮기는 일은 어려웠을거에요. 글쓰기 모임의 느슨한 강제성이, 그러니까 루틴, 동료, 보상 등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 같아요.
3. 지금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계세요?
아니요. 지금은 모임이 사라졌어요.
4. 그럼 지금은 어떻게 주제를 찾아내고 계세요?
영화를 공부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되는 것 같아요. 허구의 인물이나 사건을 만들어내려면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거든요. 실제를 바탕으로 해야 허무맹랑한 거짓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남들이 보지 않는 것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글쓰기 모임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어느 바위에 앉아 소주를 병째로 마시는 장면을 주제로 낸 적이 있어요. 영화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고 사진만 제시해드리고 사진을 아주 자세히 보시라고 안내해드렸어요. 배우가 입은 옷, 들고 있는 가방, 앉아있는 자세, 표정, 주변 환경의 특색 등 하나도 빼지 않고 보시라고 했어요. 오래, 가만히 보다 보면 미세하게 나누어 보는 연습을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건 미세하게 사고하는 연습으로도 연결돼요. 예를 들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된장찌개, 왜 된장찌개일까? 어렸을 때 엄마가 찌개 끓일 때 나던 보글보글 소리, 탁탁탁 도마소리, 그걸 만화보며 기다리던 나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세분화해서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5. 그렇게 세분화된 생각이나 소재를 어떻게 글에 적용하세요?
세분화해서 나온 키워드들을 나열해놓고 공통점이나 연결점을 찾는 방법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방금 예로 든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글쓰기 모임 주제였는데 딱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저는 무얼 써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겨우 생각해낸 음식이 된장찌개였는데, 왜 하필 된장찌개인가 생각하다보니 엄마가 된장찌개를 만들던 시간과 공간이 떠오르더라구요. 그걸 묘사하니, 글이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에 머물지 않고 엄마의 사랑과 애씀이 담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 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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