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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3매 | 최갑수

여행을 하며 나는

‘여행을 하며 나는 점점 온전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배려, 존중, 연민, 사랑…… 이 덕목들을 나는 여행을 하며 배웠다. 나는 문장을 읽어나가듯 천천히 길을 걸었고 세계를 감촉했다. 세계는 내게 한 권의 책이었고 여행은 세계를 읽는 독서였다. 


삶에는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여행을 하며 알게 됐다. 가구, 자동차, 전자 기기……,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팔아치울 것들을 찾다 보니 내게 끝까지 필요한 건 낡은 아이팟과 칫솔 정도가 전부였다.


인생이란 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내 것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건 대부분 다른 이의 것이었다. 나는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었다. 나라는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를 빌려 쓰며 매일 매일 늙어가고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나는 여행을 하며 깨달았다. 어느 어두운 밤, 나는 갈라파고스의 칠흑처럼 어두운 바다 위 요동치는 배 안에 있었다. 갑자기 내린 쓰나미 경보령 때문에 내가 탄 배는 지진의 진원지로부터 필사적으로 멀어져야 했다. 선실에 난 조그만 창문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어두웠고 가끔 흰 포말이 일었다. 나는 빈 트렁크를 붙잡고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주머니에는 비닐에 꽁꽁 싼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들어 있었다.


배는 심하게 흔들렸지만 멀미가 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한 것을 떠올려 보았다. 신기하게도 생각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인생이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가지려고 애쓰는 사이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아침이 되자 다행히 바다는 잠잠해졌고 나는 무사히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산 크리스토발 섬 선착장에 드러누운 바다사자가 무덤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 헤매고 다녔는지도 몰라. 펠리컨이 커다란 날개를 펄럭였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들은, 우리가 그러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인데 말이다.


나는 선착장의 카페에 앉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예전의 자신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답니다……”

최갑수는 시인이자 여행작가자 편집자다. 쓴 책으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등이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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