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며 나는 점점 온전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배려, 존중, 연민, 사랑…… 이 덕목들을 나는 여행을 하며 배웠다. 나는 문장을 읽어나가듯 천천히 길을 걸었고 세계를 감촉했다. 세계는 내게 한 권의 책이었고 여행은 세계를 읽는 독서였다.
삶에는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여행을 하며 알게 됐다. 가구, 자동차, 전자 기기……,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팔아치울 것들을 찾다 보니 내게 끝까지 필요한 건 낡은 아이팟과 칫솔 정도가 전부였다.
인생이란 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내 것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건 대부분 다른 이의 것이었다. 나는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었다. 나라는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를 빌려 쓰며 매일 매일 늙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