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20대 후반까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렸던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학창 시절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면서 나의 첫 번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독학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고 장애인 야학인 '장애인 참배움터'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고졸검정고시부터 시작했었고, 일반대학교에서 상담공부도 하고 싶어 둘 다 함께 준비하였다.
워낙 하고 싶었던 공부였기에 재미도 있었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여 작은 목표는(고졸검정고시 합격) 이루었다.
그 후 일반대학교 진학은 장애가 심해서인지 수시(면접)에서 여러 번 떨어지면서 실패도 맛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검정고시 준비 1년, 대학입시 준비 2년, 총 3년을 달렸었다.
그렇게 첫 번째 달리기는 끝은 났지만 여러 가지 활동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고, IL센터에서 활동가로 일을 하게 되면서 나의 두 번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주요 업무는 장애인 동료상담이었고 다른 활동가들과는 다르게 주 5일 출근에다 거의 정직원처럼 일하였다.
주위에서는 '월급도 많이 못 받으면서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사냐', '차라리 정직원을 하는 게 어떠냐' 등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처음으로 해 보는 직장생활에, 내가 하고 싶었던 업무였고, 다른 정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는 게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6년간 정말 열심히 달리면서 나를 돌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몸이 너무 심하게 안 좋아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이렇게 두 번째 달리기도 끝이 났다.
분명히 쉬려고 그만둔 건데 지금은 또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내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