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동아리 글쓰기 모임
자립동아리에서 매월 새로운 주제로 다양한 글을 연재합니다. 
10월의 주제는 '달리기'입니다.
이석훈에게 달리기
 
글쓴이. 김소영

요즘 나는 너무 즐겁고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쉬워 하루가 이틀처럼 길었으면 좋겠다. 왜냐면 이석훈 앨범이 나오기 때문이다.

팬카페에서 임시 홍보팀 모집 공고가 떠서 신청했고 당첨되어서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처음에는 인사를 하고 본인이 뭘 잘할 수 있는지를 공유한 다음에 나는 블로그와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포토샵이 없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했는데 안 이쁘게 나오고 빨리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내 몫까지 해주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직접 하고 싶기도 해서 엄마를 졸라서 드디어 포토샵을 깔고 작업을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고 피드백도 주고받으며 그렇게 하고 있다.

내가 감동받은 거는 팬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내가 너무 민폐 되는 거 같으니 이 방을 나갈게요.’ 그랬더니 안 된다면서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잘하고 있다며 나가지 말라고 잡아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아주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앨범 예약을 하려는데 앨범 예약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나랑 잘 통하는 팬한테 DM을 보내서 어떻게 하면 예약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고, 친절하게 알려줘서 예약 방법을 배웠다. 그 예약도 어려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께 부탁해서 예약을 했다. 지금 완전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지금 달리기가 진행 중이다. 어디로? 이석훈한테로 달려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겁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이번 한 달 뿐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아쉽고 그런 거 같다.

브레이크 없는 달리기
 
글쓴이. 김소영

나는 유튜브, 인스타 등 각종 SNS덕분에 덕질을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거 같다. SNS로 덕질을 하면 두 가지 부작용이 있다.

한 가지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정신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업무일지 작성을 하게 된다. 퇴근 시간 2분 남겨놓고 내 정신이 돌아와서 퇴근을 놓치지 않고 시간 맞춰서 누른 적도 많다. 그때마다 퇴근 시간만큼은 꼭 생각하면서 모든 이석훈 관련 영상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두 번째 부작용은 영상, 사진 같은 걸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석훈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진이를 옆에 두고 팬이 하는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유진이한테 미안하지만 그게 맨날 오는 기회가 아니라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 많이 만나고 싶은가 보다.

나의 달리기는 현재 브레이크가 없는 거 같다.

ps. 유진아 정말 정말 미안해!
마라톤
 
글쓴이. 김승일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나는 쉴 새 없이 달리는 마라톤을 해 왔고, 해 오고 있다.

마라톤 중계를 보면 가파른 오르막도 있고 오르막을 지나가면 편히 갈 수 있는 내리막도 있다.

 

우리의 인생이 다 그렇지 않을까?

장애인이라서 더 힘들겠다고들 말한다.

장애인이라서 힘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그 들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많다.

힘은 들지만 우리는 달려야 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겨보기도 하고 또 져보기도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전국 장애인사이클대회
 
글쓴이. 박병현

전북에서 하는 전국 장애인사이클대회를 이틀 앞두고 김해 사이클연맹 감독님이 기름값으로 10만원을 줬다.

나는 내 차 QM3로 혼자 운전해서 익산에 간다.

기름값은 주고 밥값은 안 줘서 개인적으로 식사를 한다.

 

대회 하루 전날 내 차에 전북 익산을 네비게이션에 검색해서 1050분에 혼자서 출발했다.

4시간 이상 걸려서 전북 익산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부부나 부모님이 같은 방을 쓰는데, 나는 혼자 방을 썼다. 심심했다.

 

대회 당일 혼자 된장찌개를 아침밥으로 먹고 로드사이클 시합을 준비했다. 경기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국도에서 했다.

경기를 마치고 다음 날 트랙경기를 위해 전주로 운전해서 갔다. 전주에서도 혼자 방을 썼다. 심심했다.

 

다음 날 전주사이클트랙경기장에서 아침 9시에 경기를 시작하여 오후 1시에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금곡주공 2단지를 검색해서 돌아왔다. 5시간이 넘게 운전해서 온다고 피곤했다.

나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메달을 따서 좋지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는데 선발되지 못해서 아쉽다.

혜진이의 인생 달리기

 
글쓴이. 조혜진

나는 어려서부터 반여동에 있는 영광재활원에서 지냈다.

우리 센터장님의 권유로 201211월에 체험홈으로 나와서 20144월에 주공아파트로 자립을 했고,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자립 및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시설에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과 그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고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센터의 관심과 주변 언니들, 활지쌤들의 보살핌으로 지금은 너무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어제 친한 언니들과 서울에 가서 경복궁과 창경궁을 구경하고 늦게 집에 도착했다.

날마다 새로운 것도 배우고 나들이도 다니며 즐거운 인생 달리기를 하는 중이다.

2023년 10월 22일 일기

 
글쓴이. 조혜진

오늘은 우리 센터 자조모임 중에 에델바이스라는 여성모임에서 핑크뮬리 보러 생태공원에 다녀왔다.

 

핑크빛을 띈 갈대가 정말 예뻤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언니들과 사진을 찍고, 카페에 가서 음료와 빵을 나눠 먹고,

다음 모임과 활동내용을 의논하고 돌아왔다.

내가 손꼽아 기다렸던 시간

 
글쓴이. 이하은

내가 주간보호를 다닌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선생님들과의 11 데이트 프로그램이 생겼다.

 

물론 선생님들은 많이 힘드셨겠지만, 처음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어떨까? 생각만 하다가 막상 그날이 되고 보니 단둘이 서로를 좀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영화 보러 가는 걸 좋아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좋아하는 영화가 없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상영작 중에서 맘에 드는 걸 봤다. 근데 우리 생각하고는 달리 재미있는 영화라  잘 선택한 것 같았다.

맛있는 버섯전골 식사와 아덴에서의 예쁜 디저트, 풍경도 좋았다.

 

그리고 더 좋았던 것은 나의 앞으로의 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선생님들 너무너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글쓴이. 김은혜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20대 후반까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렸던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학창 시절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면서 나의 첫 번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독학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고 장애인 야학인 '장애인 참배움터'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고졸검정고시부터 시작했었고, 일반대학교에서 상담공부도 하고 싶어 둘 다 함께 준비하였다.

 

워낙 하고 싶었던 공부였기에 재미도 있었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여 작은 목표는(고졸검정고시 합격) 이루었다.

그 후 일반대학교 진학은 장애가 심해서인지 수시(면접)에서 여러 번 떨어지면서 실패도 맛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검정고시 준비 1, 대학입시 준비 2, 3년을 달렸었다.

 

그렇게 첫 번째 달리기는 끝은 났지만 여러 가지 활동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고, IL센터에서 활동가로 일을 하게 되면서 나의 두 번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주요 업무는 장애인 동료상담이었고 다른 활동가들과는 다르게 주 5일 출근에다 거의 정직원처럼 일하였다.

 

주위에서는 '월급도 많이 못 받으면서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사냐', '차라리 정직원을 하는 게 어떠냐' 등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처음으로 해 보는 직장생활에, 내가 하고 싶었던 업무였고, 다른 정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는 게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6년간 정말 열심히 달리면서 나를 돌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몸이 너무 심하게 안 좋아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이렇게 두 번째 달리기도 끝이 났다.

 

분명히 쉬려고 그만둔 건데 지금은 또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내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