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대변인실이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을 언론에 배포했는데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임명과 출국 과정에 대한 의혹을 일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이 대사 임명과 관련해서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 안보 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했습니다. 

▲ 인사 검증과 관련해서는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 출국 과정에 대해서는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가 소환 통보 없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수처 소환 시 즉각 귀국'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사는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출국도 금지됐는데요, 출국 금지된 상태에서 지난 4일 호주 대사에 임명됐습니다. 임명 사흘 뒤인 7일에는 약 4시간 동안 짧은 조사를 받았고, 10일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대통령 대변인실의 언론 공지가 나오고 1시간가량 지난 뒤, 이번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설명을 반박했습니다.

공수처 대변인실은 "수사 상황에 대해 확인드리기 어렵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지만 대통령실 입장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수처는 출국 금지 해제 권한이 없고, 이종섭 대사의 출국을 허락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출국 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뉴스 통신사 '연합뉴스'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기사화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수처를 비판했습니다. 

"이 대사가 출국하기 전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다음 수사 기일을 정해주면 나오겠다고 했다. 공수처에서 다음 수사 기일을 정해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실상 출국을 양해한 것 아니냐"는 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이에 따라 법무부 출국금지심사위원회도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만약에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대사를 불러) 조사하라"고 촉구했다고 합니다.

"이 대사가 그냥 국내에 들어와 공수처에 수사해 달라고 시위라도 해야 하느냐", "이 대사에게 귀국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공수처가 먼저 소환 통보를 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공수처 주장을 맞받았습니다.

공수처가 재반박에 나설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공수처의 이 대사 출국 허락'에 대한 진실 공방에서 대통령실이 "사실상 (공수처가) 출국을 양해한 것"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에 사실 관계가 아닌 해석에 대해서까지 다투지는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공수처는 ▲ 명시적으로 이종섭 대사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 ▲ 이 대사에 대한 출국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냈다는 점을 명확히해 두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은 수사 지연 등 공수처의 약점을 파고들며 '이종섭 리스크' 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이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된 게 지난해 9월이고 출국 금지된 건 지난해 12월인데요, 출국 금지 시점으로 따져도 3개월 동안 소환하지 않은 것이 공격의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SBS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대사 임명 전까지) 조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수사나 조사에 무슨 차질이 있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공수처를 거냥했습니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도주' 프레임에 반박하면서, '임명 철회' 주장을 일축한 겁니다.

이종섭 리스크가 주말을 거치면서 더 확산하자, 대통령실이 비슷한 논리로 진화에 나서며 '공수처 허락받고 출국했다'는 해석까지 곁들이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공수처와 진실공방까지 벌어졌습니다.

대통령실 기류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입장은 맞서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어제(17일) "공수처가 (이 대사를)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오늘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윤-한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 뒤 봉합됐던 양쪽 갈등이 다시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이종섭 대사뿐 아니라 MBC 기자에게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정례적으로 진행하던 '아침 브리핑'을 오늘(18일)은 취소했는데요, 갈등 확산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출마자 가운데 친윤계 성향이 강한 이른바 '찐윤' 후보들도 한동훈 위원장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친윤계 핵심으로 꼽혔던 이용 의원은 "총선 국면에 있어서 수도권 같은 경우는 조금이라도 하나 잘못하면 지지율이 바로 보이지 않나"라면서 이 대사의 즉각 귀국에 대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성남분당을에 출마한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SNS에서 "이 대사는 즉시 귀국해 공수처 조사에 임하시기를 바란다"며 한동훈 위원장과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다시 한 번 들어봐 주시라고 일갈하시던 '날리면' 김은혜 대변인께서도 이종섭 전 장관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며 "역시 표 앞에는 장사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 사이에서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강한데요, 김웅 의원의 분석처럼 선거가 급하긴 급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