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자!'처럼 남 좋은 일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Pausing by POPOPO MAGAZINE
님 새해에 어떤 질문을 받으셨나요?
"CES 어땠어?" 여전히 질문을 받고 있어요. 올해 CES 의 주제이기도 한 AI가 그만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1. AI 기반 기술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에 상응하는 콘텐츠는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 온오프가 함께 갈 때의 시너지. 오래 가기 위해서는 오리지널리티와 오프라인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런 확신이 들었어요. 디지털로의 전환이 생존을 위한 수순이라면 오프라인이라는 기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거든요. 100%는 불가능의 영역이고 절대적이라는 표현이 90% 이상의 확률을 대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온오프의 시너지'는 절대적인 경쟁력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서른 한번째 레터 시작할게요.

을 움직이게 만든 질문은?

 부제  그 속에서 잠들어 있는 코어를 발견할 시간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남) 좋은 일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
    - [이달에 사전 인터뷰] 어서 와! 아프리카는 처음이지?
    - '질문을 할 시간' 3월 포포포 북토크 예고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강민영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탄생의 이유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걷자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부끄럽지 않은 그림일기 그리기
   [우간다 BTS 아미어미]
딸을 통해 돌아보는 관계
   [엄마의 영화관]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로맨스라기 보다는 <브리짓 존스>의 성장담
   [에스뗄의 프라하 육아일기] #1 맘충이 없는 나라, 체코
   [핀란드 똔뚜 가족] 새해의 손그림 기록
   [News] 포텐 여러분 함께 해요!
   
- 2월의 에디터, BTS 아미어미 비꽃 작가님의 <어서와 우간다는 처음이지?>

  I   (남) 좋은 일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

포텐님 혹시 자주 반복적으로 들어 온 질문이 있나요? 제가 5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좋은 일은 돈이 안된다"와 (그러니) "남 좋은 일 좀 그만해" 였어요. 그렇지만, 자원의 선순환을 통한 가치 창출로 분명 좋은 일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배웠습니다. 어쩌면 입증하고 싶어 고군분투 중일지도. 잘파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은 메타도 구글도 아닌 파타고니아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구를 위해 우리 제품 사지 말라고 얘기하는 상업 회사라니. 아이러니의 끝판왕 아닌가요. 역설이라는 패러독스처럼 앞으로의 세상에서 철도 혁명처럼 물리적인 폭발성을 가진 산업혁명은 더 고도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점령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예정된 수순이죠. 진짜 무서운 건 대다수의 AI 기업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 원하든 원치 않든 AI를 도입해야 할 여러 산업군과 인류가 그 아래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식민화라 볼 수 있겠죠. 그렇다고 제가 지금 당장 수학의 정석을 펼쳐 들고 수능을 쳐서 공대로 입학해 기술을 공부한다? 불가능하단 것도 알고 있어요.(절대로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일단 흥미가 없으니까요.)
다음으로 발견한 건 미처 몰랐던 역량입니다. "남 좋은 일 그만해"라는 이야기에는 실속 없이 재주만 부리는 곰으로 그만 살라는 충고이자 안타까움의 표현이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그 의도가 곡해되거나 산으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니까요. 어떻게든 종이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그 시간에 니 책이나 써"라는 현실 조언으로 돌아왔죠. 그 모든 조언에 감사합니다.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얘기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아요. 그 와중에 전 남을 잘 되게 만드는 것도 재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속 없이 남 좋은 일만 시키다 결국 남은 건 부채인건가 이런 현타가 밀려올 때마다 쭈꾸미가 되지만... 선택의 순간이 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명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지금은 미련해 보일 수 있는 일처럼 보여도 우리가 지금까지 그 난리 통에도 붙들고 있었던 소신과 사명이라는 (누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 가치를 버릴 수는 없겠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그게 안되는 사람도 있어!라는 합리화도 한 스푼 담아봅니다)
이번 CES에서 집약된 AI 기술을 보면서 아직 그에 상응하는 콘텐츠는 따라오지 못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는데요. "AI 시대에 콘텐츠를 만드는 플레이어와 조직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실리콘밸리의 혁신 미디어이자 CES 공식 미디어 파트너사인 더밀크의 손재권 대표님께 물었습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기업의 고민입니다. 챗 GPT를 비롯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두 명 몫을 아니 수백명의 몫을 AI가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어느 건설사도 백초만에 수백 수천개의 시안을 뽑아 내는 AI를 보며 기겁했다고 하죠. 과거의 트랜스포메이션과 다르게 지금 우리가 당면한 AI 시대에는 직업의 상당부분이 대체되고 형태도 많이 바뀔 것입니다. 최초의 AI 파업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작가협회의 파업도 역사상 최장 기간인 3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딥 페이크로 배우들의 일자리도 대체될 것으로 우려하죠.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어 왔던 예술 분야에서도 상당한 위기 의식을 체감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금기시 여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비즈니스 도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생존게임을 해야 하지 않나. 아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새해가 시작되고 5주 남짓 지났을 뿐인데 5개월은 지난 것 같은 고뇌와 5시간 밖에 안 된 것 같은 시간의 양극차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의 리스트 중에서 무엇을 택하고 집중할 것인가. 중심은 흔들리지 않되 살아남기 위해 어떤 스킬셋을 장착할 것인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일까요. 번아웃을 등짝에 메고 매일 각성 상태로 살아가는데요. AI가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지만, 레터를 만드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사골국을 우리는 것만큼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만 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 속에 격차를 고민하기 보다 소소해 보여도 지금까지 쌓아 온 것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코딩도 디자인도 통번역도 다 해주는 AI가 건드릴 수 없는 영역. 주체성과 가치 판단이라는 영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디지털로부터 격리된 생츄어리. 보호구역일지도 모릅니다.
생존과 성장 사이에서 그 무게와 압박을 잠시 내려두고 둘러보니 남은 건 결국 사람이었어요. 그 누구도 AI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법. 다음주 목요일에 '우간다 BTS 아미어미' 비꽃 작가님을 줌으로 연결해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려는 이유입니다. 선택지도 고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몰려올 때면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만, 한 줌에 담을 수 있을 만큼만 가지치기 해야한다는 신호니까요. 포포포라는 이름으로 쌓아 온 그 결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극히 현실적인 생존 방법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질문을 이어가 볼게요. 그리하여 가급적 매달 진행하고픈 북클럽의 이름은 '질문을 할 시간' 입니다. 임희정 작가님의 <질문이 될 시간> 북토크를 기획하면서 뒤집어 만든 이 코너의 제목처럼 (아주 생뚱맞은 것도 좋으니) 그 어떤 질문도 환영합니다. 
  II   [이달에 사전 인터뷰] 어서 와! 아프리카는 처음이지?

2월의 에디터 '우간다 BTS 아미어미' 비꽃 작가님의 세션이 15일, 일주일 뒤로 다가왔어요.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사전 인터뷰를 전합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근무하던 2011년 그리고 그해 6월의 끝자락에 우간다를 방문했었다. 근무한 지 5년 만에 가게 된 첫 출장이었고 거기에 아프리카 방문이었기에 내심 기대가 컸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 회사 분위기는 해외로 출장 가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던 때였다. 비록 그곳이 낙후된 곳일지라도.
아무튼 모두의 바람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우간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남은 비행은 7시간. 비행기를 탄 것부터 잘못이라고 거듭 후회해도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긴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우간다가 아닌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 2023년인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서 우간다로 가는 직항이 없었기에 꼭 근처 국가를 거쳐야 했고 갈아탄 시간까지 합쳐 꼬박 하루 걸려 우간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Q. 장거리 연애를 하다 남편의 얼굴을 처음 본 건 인천 공항이었다고 하셨는데 낯선 나라로 이주를 결심하게 만들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영화 <그래비티>의 결말 부분을 교회 수련회에서 우연히 보게 됐어요. “알아, 여기에 영원히 남고 싶을 거야. 조용하니 혼자 있기에 좋고, 눈을 감으면 세상 모두가 잊히지. 여기엔 상처 줄 사람도 없고 계속 살아봐야 뭐 별 거 있겠어? 자식 잃은 슬픔만 한 게 어디 있다고. 하지만 계속 가기로 했다면 끝까지 가 봐야지. 이제 내가 보기에 예상되는 결과는 두 가지다. 엄청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저 밑으로 무사히 돌아가거나 아니면 10분 안에 온몸이 불타 죽거나. 어찌 됐든 어떻게 되든 밑져야 본전이다. 어떻게 되든 엄청난 여행일 거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영화의 명대사더라고요. 이 대사가 고민하던 저에게 준 메시지였고, 거기에 용기를 얻어 이주를 결심했어요. 

Q. 그 첫 만남에서 부군의 옷에 묻은 우간다의 유독 붉은 흙이 눈에 들어왔다고 하셨잖아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식물처럼 소중한 가정도 일궈오셨고요. 그 흙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은 달라졌나요?
외출했다 들어왔을 때 언제 어디서 묻어도 이상하지 않은 흔적과 놀다 들어온 아이들의 옷과 양말에 묻는 모든 것이 그리고 건기에 아무리 쓸고 닦아도 또 흙먼지가 집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일상이 된 것 같아요. 
Q. 우간다 내에서도 이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역이나 동네마다 특성이 어떻게 다른가요?
우간다에서 첫 정착지였고, 현재 살고 있는 곳인 ‘키시굴라’는 우간다 주변국가나 시골지역에서 직업을 구하려고 온 사람들이 저렴한 숙소를 얻어 살면서 만들어진 마을이에요. 캄팔라 변두리에 위치해 있고요. 빈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우범 지역이에요. 그리고 ‘에보니코트’라고 캄팔라와 엔테베(공항) 중간에 인가가 없는 벌판 가운데 세워진 아파트 단지(4층 건물, 10동 정도)에서도 생활한 적이 있는데요. 캄팔라 번화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집세는 저렴한 편이고, 시설도 깨끗하게 잘 관리된 곳이에요. 그곳은 남수단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키시굴라’로 오기 전에 살았던 ‘칸산가’, ‘무엔가’는 우간다 강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곳이에요. 국제학교(미션스쿨)가 있어 젊은 선교사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에요. 그리고 국제학교들이 모여 있다 보니 집세나 물가가 비싸고, 외국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요. 

Q. 와이파이가 안 터지고 전기와 수도가 종종 끊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팁도 궁금해요.
전기가 나가면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데요. 그나마 모바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충전이 가능해 급할 때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물론 컴퓨터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전기를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전기가 나가면 냉동, 냉장실에 들어 있는 식재료 걱정을 하게 되는데요. 다행히 요즘은 예전만큼 며칠씩 전기가 나가는 일이 줄었어요. 전에는 이틀, 삼일 나간 적도 있었는데, 그런 날에는 냉동실에 있는 고기들을 꺼내다가 고기를 굽고요. 밑반찬부터 해서 많은 요리가 식탁에 올라오게 돼요. 갑자기 잔칫날이 되는 거죠. 그리고 물 사정은 사는 곳마다 차이가 있어요. 저희가 사는 곳은 빗물을 사용하고 있어서 물로 고생한 경우는 없어요. 그런데 아파트에 살 때는 수도가 며칠씩 끊기는 바람에 물차를 불러 물을 사거나, 끊길 것을 대비해 점보 생수통 여러 개에 물을 받아놓기도 했었어요. 

Q. 한국과 비교하면 불편하지만 천혜의 자연을 비롯해 우간다만의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우간다는 적도에 위치해 있지만, 평균 해발고도가 1,200m여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아 살기에 적절한 기후예요. 햇살이 뜨거운 날엔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좋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관한 매력을 꼽아보고 싶은데요. 많은 양의 야채를 보다보다(우간다 교통수단 중에 하나)에 싣고 가다 쏟거나 뒹굴면 그걸 본 사람들이 주우며 도와줘요. 심지어 가던 차도 멈추고 도와주는 경우도 봤어요. 이건 한국인 정서와 비슷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우간다가 아이들에게는 대체로 관대한 편인데요. 어떠한 일을 처리하러 관공서에 아이들과 동행할 경우에는 평소보다 일처리를 빨리 해주는 편이에요.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도구를 챙겨주고요. 또 아이들의 시끄러움에도 크게 주의를 주지 않는 편이에요. 
Q. 우간다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 낯설고 신기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간다에 발을 처음 딛던 날이네요. 상상했던 세렝게티(탄자니아) 사막에 동물의 왕국의 모습은 없고 나무와 물이 많은 것이 신선했어요. 그리고 1년 365일 비가 내리거나 아니거나, 큰 차이 없는 기후여서 날짜 가는 게 새롭지 않다고 할까요? 그리고 한국에서처럼 명절도 없고 눈이 내리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해마다 보내는 게 많이 낯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부모님이 “이번 명절에는 뭐라도 해 먹니?”라고 물어주셔야 ‘아, 명절이구나.’ 할 만큼 명절 없이 보내는 것에 꽤 익숙해진 것 같아요. 

Q. 우간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우간다한글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대상은 이주해 사는 한국인 가정의 자녀들이에요. 그중 저는 청소년 친구들을 맡고 있고요. 한 번은 외래어 바른 표기법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텔레비전 vs 텔레비젼>의 바른 표기를 배우고 받아쓰기로 마무리를 했었어요. 저는 당연히 ‘전’과 ‘젼’을 고민하겠지 했는데, 한 친구가 “선생님, 텔 쓸 때 ‘ㅔ’에요? ‘ㅐ’에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영어로만 수업을 하다 보니, 한글학교 수업 쉬는 시간마다는 영어로만 대화해요. 

Q. 아이들에게 우간다는 고향처럼 느껴질 것 같은데 아이들은 우간다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멀리 있어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기를 수 있도록 여러 노력도 하실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우간다가 집인데 왜 우리는 얼굴색이 달라?”라고 했었는데,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한 번씩 한국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해요. 물론 한국을 여행지로 생각하긴 하더라고요. 잠시 잠깐 반가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정도로요. 그래서 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길러주기 위해서 우간다한글학교를 주말마다 보내고 있고요, 또 K-Culture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있을 때 참여토록 하고 있어요. 그리고 듣기만 해도 좋은 한국에서의 소식들(음악, 영화, 스포츠 등등)을 접할 때는 아이들과 나누는 편이에요.
Q. BTS를 만난다면 어떤 걸 물어보고 싶으세요? 질문이 아니어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좋아요. (진짜 만나게 될지 누가 아나요^^)
진짜 만날 수 있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남편 뒤로 숨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용기 내서 “고맙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때로는 수면제, 때로는 소화제, 때로는 영양제였으니까요. 그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간다 아미 가족과 식사 한 번 해주세요! 아니다, 위버스 라이브 할 때 우간다 아미 가족인 주안, 예주네를 꼭 호명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희 우간다 주안, 예주네 알아요!!”라면서 말이에요. 

Q. 어렵지만 BTS 노래 중에 터닝포인트를 가져다준 노래가 궁금해요. 육아의 스트레스를 날려 준 '쩔어'를 비롯해 어떤 순간을 극복하게 만들거나 더 행복하게 했던 노래와 어떤 상황이었는지도요!
<Permission to Dance>는 우간다에서 겪은 사고로 잠시 한국에 갔다 우간다로 돌아왔을 때였어요. 비슷한 사고를 또 겪게 될까 무서워서 현관을 나서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던 때였어요. 그런데 그 음악을 당시 살던 아파트 앞 공터에서 우간다 그리고 에티오피아 젊은 청년들이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더라고요. 뭐랄까요. K-POP을 듣는다는 것 때문이었는지 창밖을 내다보게 됐고, 같이 즐겨볼까?라는 마음이 일더라고요. 회복의 첫 단추가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밖에 한 번씩 쉬고 싶다, 머리 좀 식혀야지, 어딘가로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Magic Shop>, <상남자>, <소우주> 등등… 사실 정해놓지 않고 방탄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아요. 

Q. 연재하는 글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현재는 우간다에서의 지난 삶을 연재하고 있는데요. 고생의 눈으로만 이곳 우간다에서의 삶을 바라보기보다는,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다 같구나.’라고 봐주시길, 그리고 아프리카에 걸음을 내딛고자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영화 <그래비티>의 대사가 저에게 말을 걸어줬듯,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니 엄청난 여행의 여정이었던 게 맞더라고요. ‘당신도 살아온 지난날이, 앞으로 살아갈 모든 날이 엄청난 여행의 여정일 거라고, 그러니 우리 매일을 의미 있게 살아보아요.’라고 전하고 싶어요.
  II   2월 15일 다음주 목요일 21:30 줌으로 만나요!
포포포 2월 이달의 에디터를 소개합니다!
2011년 출장으로 떠난 우간다
2024년 아이 둘을 키우며 정착하기까지
BTS의 음악으로 써내려가는 비꽃 작가님의 아프리카 정착기에 초대합니다💜
  III   '질문을 할 시간' 3월 포포포 북토크 예고
  II   [강민영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탄생의 이유

“엄마. 우주는 어떻게 생겨난 거야?”

 

과학에 문외한인 내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어디서 빅뱅 이론이란 걸 들어본 것은 같은데 생각나는 건 쉘든하고 레너드뿐이고.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인터넷에서 같이 찾아볼까?” 인터넷에는 수많은 설명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다섯 살 아이 수준에 맞는 설명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에게 쉽게 설명해 줄 방법이 있을까 검색하다가 미국 철학자 짐 홀트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그는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강연의 내용과는 별개로 왜 존재하는가를 물으니 왜 탄생하는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강연의 내용과 별개인 이유는 내게는 전부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지적인 인간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인가)

  II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걷자

5일 만에 첫 외출을 감행했다. 일찍 뜨고 지는 겨울 해가 넘어간지 이미 오래인 저녁, 주섬주섬 파자마 바지 대신 통이 넓은 청바지로 갈아입고, 양말을 신고, 롱패딩을 걸친 뒤 분신 같은 미니 백을 메는 것을 끝으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플라스틱, 금속, 유리병, 비닐까지 소재별로 따로 담은 재활용 쓰레기와 꽉 채운 10L 종량제 봉투 2개, 음식물 쓰레기를 양손에 주렁주렁 매달고 집을 나섰다. 양팔이 아파오고 잔뜩 힘을 준 손가락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손이 뻣뻣하게 차가워질 때 즈음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공동 현관 문밖을 나서자마자 밀려드는 차가운 겨울밤 공기와 함께 문득 이 공간이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II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부끄럽지 않은 그림일기 그리기 

아이는 어느새 벌써 그림일기를 그리고 쓸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글 통문자학습을 할까 원리학습을 할까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언젠가부터 혼자 기차역을 읽었고, 휴게소를 읽었다. 책을 많이 읽어주지도 못했지만, 책을 더듬더듬 읽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곤 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그렇게 큰 만큼 나의 시간도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듯, 자꾸만 내몰리듯 흘러갔다. 

 

1월,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보기 위함이었을까. 정애님의 그림일주그림일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일기도 오랜만이지만, 그림일기는 더더욱 오랜만이었다. 요즘은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졸라맨으로 형상화되는 상형문자 수준의 그림이었기 때문에 이게 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II   [우간다 BTS 아미어미] 딸을 통해 돌아보는 관계
두 아이가 ‘3주 방학 기간’을 보내고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첫째는 교우관계에 대한 말이 대체로 없는 편이다. 둘째는 학교에만 다녀오면 A 때문에 속상했고, B 때문에 화가 났고, C 때문에 좋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다 그다음 날은 C 때문에 속상했고, A와 B 때문에 행복했다고 한다. 딸에게 있어 관계 날씨는 한마디로 변화무쌍이다. 그러다 문득 나 또한 우간다에서 겪은 관계의 힘듦에 대한 일들이 떠올랐다.
“엄마! 내일 할머니가 사준 반지, 친구들에게 줄까?” 뭐든 준다고 해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기만 하는 마음에도 언젠가는 유통기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싶은- 그런 관계가 있었다. 상대는 받는 것에 익숙하게 되었고, 무언가를 기대하고 준 마음이 아니었는데 결국 나도 상대의 마음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또한 같은 마음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날에는 스스로 상처를 주워 담아 온 것도 모자라 
  II   [엄마의 영화관]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12년 만에 돌아온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5월 9일 브리짓 존스의 생일로 시작한다. 브리짓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으로 재생되는 ‘All by myself’가 흐른다. 소파에 앉아 홀로 Happy birthday to me를 부르며 ‘내가 어쩌다 또 이런 꼴이 됐을까?’하고 말하며 All by myself 음악을 꺼버리는 브리짓.

생일 아침엔 널 빨리 낳으려고 매운 것을 먹고, 23시간이나 진통을 했다는 엄마의 무용담과 남자 없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엄마의 잔소리로 시작했다. 예쁜 아기와 턱이 멋진 남편은 없지만, 다이어트에는 성공했고 아직 양로원에 가기엔 너무 팔팔하니, 삶이 우울한 것만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43살 이나(?) 된 것을 직장 동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출근과 동시에 장난스럽게 만든 R.I.P(rest in peace ; 편히 잠드소서) 비석 이미지를 건네 주며, 생일케이크 가득 43개의 초를 꽂아 노래를 불러주는 동료가 있으니, 그녀는 사랑받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II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일기] #1 맘충이 없는 나라, 체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프라하를 알게 되었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가는 이야기다. 드라마 연출자가 굳이 프라하를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화려한 파리와 달리 빛바랜 느낌을 주는 프라하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게 되는 주제와 잘 맞는 장소라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프라하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였다. 파리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답고 오래되어 기품이 있는 도시. 유럽의 곳곳을 떠돌아도 가장 따스한 색감으로 기억에 남아있을 도시. 1년 전 우리는 프라하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가 프라하에 오게 된 것은 남편의주재원 발령 때문이었다. 

  II   [핀란드 똔뚜 가족] 새해의 손그림 기록

요즘 의욕이 금방 사그라들고 기운이 없어서 툰에 손도 못대고 있어요…독한 감기를 한달간 앓을때 아무것도 못했는데, 그 이후로 작업하는 근육과 감을 다 잃은 기분이에요. 올해 첫째 달에 그림일기 그림일주라도 하지 않았다면 새해 첫 달이 아프고 의욕없었던 달로 기억 됐을 것 같아요. 좋은 분들과 함께 1월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림일기 그림일주‘는 2월에도 계속됩니다 :ㅇ)

🐰February 이달의 에디터를 소개합니다🐰
🐰포포포 북토크 <질문이 될 시간>🐰
🐰포포포 매거진 8호 궁금하면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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