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요소〉 (감독 이원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40 〈희망의 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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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오늘의 큐 💡
Q.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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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 말의 뜻을 아시나요?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DRX 팀이 예상치 못한 우승을 이뤄내며 생긴 말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 진출이 확정될 때 인용하여 더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대부분 희망이 없다고 점치던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달리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와닿은 것 같아요.
이원영 감독의 <희망의 요소>에도 그리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부부가 등장합니다. 남편과 아내는 한 집에 살고는 있지만 서로가 없는 것이 더 편해보여요👤 아내는 보란듯이 외도를 하고 남편은 알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수구 냄새가 역류하고 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후각은 무뎌진 채 모든 것을 방치하게 되어요. 마치 평행선을 걷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걸까요?👞
결국은 이 무력에 꺾이지 않고 다시금 신발을 신고 밖을 향하는 결심이 서로의 손을 보게 만들어줍니다. 마찬가지로 돌파구가 없어보이는 현실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단편영화 <닻>도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희망의 요소>와 함께 보길 꼭 추천하는 영화! <아워 미드나잇>도 눈여겨 보아주세요👀
세상에 마음처럼 되는 건 없다지만, 가끔 굳은 마음만이 해결책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2023년에는 님의 마음에 쉬이 무력에 깃들지 않기를! 인디즈 큐가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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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신발을 신다
〈희망의 요소〉
대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적막한 집안. 평범해 보이는 집에는 부부의 대화 소리 대신 TV 소리만 들려온다. 그나마 있는 대화는 간신히 대화로만 기능할 뿐, 어떠한 애정이나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가정 주부인 남편은 일을 나가는 아내를 위해 매일 밥을 정성껏 차리지만, 아내는 그러한 남편을 듣거나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아내는 그러한 남편에게 짜증을 숨기지 않는다. 그가 오로지 숨기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외도 사실 뿐이다. 이들의 대화는 따라서 불가능하다. 주변의 소음은 적나라 할 정도로 종종, 부부의 대화 사이를 비집고 침투해 온다.
(...)
이러한 소통의 부재 속에서 이들의 손과 발만큼은 바쁘게 움직인다.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아내의 발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고, 남편의 손은 아내를 위한 밥을 만들며 쉬지 않는다. 이들의 노동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형태로 행해진다. 편한 운동화나 슬리퍼를 꿰어신는 남편의 노동은 집 안에서, 구두를 신는 아내의 노동은 집 밖에서 행해진다. 둘의 노동은 둘 모두를 지탱하고 있는 근간이다. 두 인물을 굳건히 서있게 하는 발처럼, 이들의 노동은 이들의 집과 삶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좁은 프레임의 영화는 두 인물의 손과 발이 같은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이들의 소통의 부재와 맥락을 함께 한다. 이들은 서로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프레임에조차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손과 발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고 대화 사이에 더이상 소음이 끼어들지 않는 것은 남편이 떠난 뒤 이어지는 다소 긴 에필로그부터이다. 이전보다 넓어진 프레임은 두 사람의 발을 한 군데에 담는다. 이것은 달라진 이들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간단한 대화조차 불가능했던 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인다. 남편은 자신이 집필해온 소설 「희망의 요소」를 아내에게 보여주었고, 아내는 자신과의 이야기를 다룬 남편의 자전적 소설을 읽고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나레이션으로 읽혀지는 아내의 편지 사이에는 어떠한 소음도 끼어들지 않은, 적막 뿐이다. 이들의 대화는 오로지 서로의 공간 속에서, 서로만을 향한다.
영화의 마지막, 같은 프레임 안에 함께 하는 그들의 손과 발은 줄곧 영화에 등장했던 그들의 손발과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구두를 신고 있던 아내는 깨끗한 운동화를 신었고, 구질한 운동화를 구겨신던 남편은 이제 공사장에서 일하기 위한 안전화를 신고 있으며, 서로의 손을 쳐내고 피하기 바쁘던 과거와 달리 두 인물의 손은 깍지를 끼고 마주 잡고 있다. 줄곧 서로를 위한 노동을 해왔던 두 인물의 손과 발이지만, 그것을 알지 못했던 그들은 그제서야 자신의 손과 발이 향하고 있던 지점을 알아차린 것이다. 남편이 신던 운동화를 신은 아내와, 아내가 구두를 신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을 위한 안전화를 신은 남편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보고, 공감한다. 아내는 가사노동을, 남편은 바깥 노동을 하며 ‘타인의 신발을 신어 본’ 그들은, 각자가 서로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향한 공감과, 그에 기반한 소통은 이들로 하여금 희망의 요소를 열어주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서로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알아준다면, 희망의 요소는 언제든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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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요소〉 감독 이원영|82분|로맨스/멜로|12세이상관람가
남편은 오늘도 아내가 먹지도 않는 아침 밥상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그가 하루에 마주하는 유일한 사람은 아내지만 그녀와의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내 또한 남편과의 관계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교직원인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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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색으로 물든 세상
〈닻〉
굳이 서로에게 불만을 품지 않고, 크게 화내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을 때. 발뒤꿈치의 굳은살처럼 곧 딱딱해질 마음들만 켜켜이 쌓일 때. 그럴 때 우리는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어도 맨발을 보여 주지 않고, 쉽게 품을 내어 주지 않는다. 부부 관계인 둘의 적막을 깨는 것은 ‘하수도 악취 좀 어떻게 해결해 봐라’ 같은 사무적인 말들뿐이다. <희망의 요소>는 이처럼 관계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하기 시작할 때, 희망이란 것은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해 묻는 영화다. 영화는 지쳐 있는 남편과 아내를 따라 권태를 느끼게끔 하다가도 희망이 담긴 결합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마침내 다가온 결합의 순간에 알 수 있는 건 묵직하고 어둑어둑해진 일상 속에 내가 뿌리친 손과 외면한 품이 있었다는 것.
묵직하고 어둑어둑해진 일상이 반복되는 것은 영화 <닻>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몸이 공중에 떠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터벅터벅 길 위를 걷던 사람들은 이내 하늘 위에 둥둥 떠 있게 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닻>에서의 주인공 또한 오래도록 고여 있는 마음을 맑게 풀어내지 못한 듯 보인다. <희망의 요소>의 남편이 반복적으로 쌀을 씻고, 밥을 짓고, 빨래를 널었던 것처럼 주인공도 편의점에서 물류 정리를 하고, 바코드를 찍었을 것이다. 이 반복적인 행위들은 희망 같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보이기도, 환기가 되지 않는 답답한 일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주인공은 합격자 발표 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숨을 쉬며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인공은 떠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주변으로부터 오는 은은한 압박과 계속해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은 외면하기 쉽지 않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주인공의 표정은 곧 떠오르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퇴근길, 주인공을 마중 나와 있는 사람이 있다. 한두 걸음 끝에 공중으로 떠오르려는 찰나 주인공은 그녀를 마중 나와 준 이와 포옹한다. 얼어 있는 마음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어렵지만 쉽게 품을 내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몸을 포개고 서로가 서로에게 닻이 되어 주는 순간, 마음들은 풀어지고 이내 희망의 색으로 세상이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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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감독 김채정|7분|애니메이션
사람들이 떠올라 하늘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택한다. 주인공도 큰 시련을 겪고 지상을 떠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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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요소>의 두 배우를 똑같이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있다구?!😶 극을 이끌어가는 이승훈, 박서은 배우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호흡을 맞췄는데요. 임정은 감독의 영화 <아워 미드나잇> 또한 흑백으로 천천히 진행되는 영화예요. 두 사람의 대화와 공백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데요. 마치 또다른 세계관 속 남편과 아내를 보는 것 같기도 한 기분! 요 재미를 느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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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미드나잇〉 감독 임정은|77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학교 연습실과 옥탑방을 오가며 반 백수처럼 지내는 무명배우 지훈. 사내연애를 하던 중 말 못할 사건을 겪고 속앓이 하는 직장인 은영. 지훈이 한강 비밀 순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날, 두 사람은 우연히 처음 만난다. 한가로운 밤 산책이 위로가 되는 시간, 같이 걸을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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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큐에서 종종 소개해드렸던 인디그라운드 온라인상영관, 기억하시나요? 어디 가서 보기 힘든 독립영화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인디즈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는데요🌵 이번에도 작년 한 해를 빛낸 독립영화들을 잘 꾸려주셨답니다. 1월 20일부터 29일까지는 올해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전작품을 볼 수 있대요😳 방금 소개해드린 김채정 감독의 <닻>도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장편 22편, 단편 65편, 무려 총 87편의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 요번주 금요일부터 즐겨주세요. 아, 그리고 또 하나의 굿뉴스! 앞으로 펼쳐질 인디즈x인디그라운드의 큐레이션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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