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5 vol. 30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최혁준입니다.🐻💚

‘가장 잔인한 달’ 4월이 다 갔습니다. 반디님들은 부디 별일 없으셨기를 바라나 화천의 돌봄활동가들에게는 정말로 잔인한 한 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구조한 곰들의 적응을 돕느라고 세 사람이 작년처럼 2인 체제로 잠시 되돌아가 한 달을 근무했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토막글로나 이야기하지만, 곰들이 완전히 적응을 마친 뒤에는 그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 식구 돌보는 데에 집중하느라 그런지 이번 뉴스레터에는 곰이나 단체 이야기가 많진 않습니다. 대신 이럴 때 쓰려고(?) 오랫동안 다듬은 비장의 컨텐츠들로 보다 다채롭게 채워 보내드립니다. 조금 낯설지만 여전히 유익한,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4월 뉴스레터입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월간(月間)화천 - 4월 

목련잎이 흩날리는 4월입니다. L라인 앞에는 커다란 목련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요. 목련잎이 떨어지면서 바람에 흩날리면 L라인 복도에는 목련잎이 한 아름 쌓입니다. 곰숲에 놀러 나가라고 복도에 내놓으면 봄바와 푸실이는 곰숲 가는 길목에 잔뜩 쌓인 목련잎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어 목련잎 하나 주워다가 살짝 베어물어 보는데 저에겐 그저 씁쓸하고 떫은 맛만 입안 가득합니다.

4월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여름인지 봄인지 헷갈릴만큼 뜨거운 볕이 내리쬐다가 어떤 날은 서늘함에 몸을 움츠리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하루종일 비가 쏟아져 고된 하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만큼이나 곰들의 행동도 어리둥절 합니다. 아직도 겨울잠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건지 칠롱이는 곰숲에 나가 노는 것 보단 내실에서 자는 낮잠을 더 좋아하고 유일이는 밥을 먹고 나면 타이어 해먹 위에 드러누워 두 눈을 끔뻑거리는 것이 일상입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밥을 먹고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던 칠성이가 어느 날엔 갑자기 저녁 내내 사육장 안을 빙빙 도는 바람에 CCTV를 보는 활동가들의 저녁 시간이 걱정과 염려로 가득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미남이는 겨울잠을 푹 자고 맞이한 따스운 햇살에 한껏 기력이 올라왔는지 곰숲으로 놀러 나가 볏짚에 몸을 부비며 뒹굴고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즐기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어 '해피보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습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준비하며 화천의 곰들과 처음 맞이하는 봄이 마냥 설렜었습니다. 하염없이 쌓이는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얼음을 깨느라 소음 가득했던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은 그저 따뜻하고 조용할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곰들은 매번 우리의 예상을 깹니다. 같은 날씨, 같은 환경에서 맞이하는 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곰들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고민하고 공부하게 합니다. '대체 얘가 왜 이럴까'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하는 날들도 적지 않습니다. 곰들을 돌본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복잡한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 봄입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가 화천의 곰들과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사육곰의 생체주기를 배워가고 있음을 압니다. 머리를 싸매는 날들이 쌓여갈수록 곰을 잘 돌보는 요령도 쌓이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고되고 한편으로는 뿌듯한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는 어리둥절한 날들의 연속입니다.

언제쯤이면 곰들의 행동과 표현을 명확히 이해할 날이 올까요. 목련잎이 맛있어지는 날이 그날이려나요. 그렇다면 아마 평생 곰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NEWS
✔ 농장 뒷산에는 어떤 야생동물이 살까요?
농장이 있는 화천 어느 산자락은 화천곰들만이 아닌 수많은 야생동물에게도 보금자리입니다.
여덟 번의 계절 동안 이 산골을 드나들다 보니 문득 우리 곰들의 야생 이웃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곰 밥을 나누어 먹는 산새들과는 꽤 가까워졌다지만 농장 주변에 가끔 발자국만 남기고 가는, 보다 조심성 많고 은밀한 친구들과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지난 겨울, 농장 뒷산에 올라 카메라를 달아 보았습니다. 그 중 겨우내 촬영된 동물들을 모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 촬영된 야생동물 보러 가기👆

✔  구조한 곰들의 근황을 전합니다!
지난 3월 26일 구조한 곰들은 'U라인'이라 부르는 윗줄 사육장 1, 2번 칸에서 생활하며 구조 농장 이니셜을 따서 'S1', 'S2'라는 개체번호로 불리고 있습니다. U라인 사육장에 들어가고 나올 땐 장화를 소독하고 S1, S2 곰들이 쓰는 사육장 청소도구와 장난감은 따로 관리하며 혹시 모를 전염병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구조 후 3주 정도 지난 것을 감안하면 곰들은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볏짚을 끌어모아 둥지를 만들어 낮잠을 자고 먹이를 넣어준 장난감이 흥미로운지 코로 굴리고 앞발로 들어 올리며 관심을 보입니다. 매일 보는 돌봄활동가들과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
4월 27일 오전 11시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국회 앞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에 참가했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각자 삶의 주체입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이 개정된다 해도 이 모든 부조리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법제도에서, 동물을 그 전과 다른 존재로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는 동물에 대해 그 전과 다른 전제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는 너무 당연한 사실입니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물건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지내온 세월이 이미 너무 깁니다. 더는 늦추지 말고 국회에서 계류중인 개정안 통과를 촉구합니다.

- 기자회견 보러 가기👆

작년 11월 2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을 통해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번 개정안 통과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awarekorea)이형주 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했습니다.

후원계좌 : 기업은행 203-147531-04-013 사단법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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