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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Inspiration 1]
- 류시화 시인님과의 대화

토요일이었던 지난 7일, 참 설레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바로 제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님의 신간 출간 기념 ‘시 읽어주기’ 이벤트를 몇 달 전 신청했었는데 드디어 제 순번이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신청했던 때는 9월이라, 언젠가 순서가 돌아오겠지 생각하며 조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때에 메시지를 받으니 심장이 무진장 쿵쾅댔습니다.

[ 장영은 | Eternally Blue 2020 | 푸른 물억새 시리즈 ]
저는 시인님의 시집에 수록된  마거릿 생스터(1838~1912) 라는 미국 시인의 ‘하지 않은 죄’ 시 낭송을 신청했는데, 언젠가 제 마음이 길을 잃을 때마다 시인님의 시와 글들이 빛을 비춰주신 덕분에 오래 헤매이지 않았습니다. 핸드폰 너머 시인님의 음성으로 직접 들었던 것도 정말 좋았지만 30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평소 시인님께서는 직접 페이스북으로 끊임없이 구독자분들과 소통을 하고 계시는데, 얼마 전 저의 작품 중  푸른 물억새 시리즈를 인상 깊게 봐주시고 전시하면 소식을 전해달라고 하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팬심으로 달았던 댓글이었는데, 저의 작품까지 인상 깊게 봐주시고 기억하고 계셨다니 정말 기쁘고 영광이였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였어요!

[ 시인님께서 남겨주신 감동의 대댓글 ]
시인님은 정말 좋은 책도 많이 출간하시고 널리 알려지신 분이심에도, 독자분들을 동지라고 여기시며 끊임없이 소통하고 허물없이 대해주시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했고 더욱더 팬이 된 날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 내성적이고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리더쉽 있게 나서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며 조금씩 말주변과 대화도 늘었는데 낯설고 어색한 자리는 아직도 어려운 편이라 저와 직접적으로 이야기 나눠보시지 않았던 분들께는 새침하고 어려운 이미지로 오해를 종종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는 용기를 내어 뉴스레터를 통해 소통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요☺️

통화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직 직접적으로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시인님의 음성으로부터 굉장히 좋은 향기가 나는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제가 어떻게 증명해 보일 순 없겠지만 아마 오랜 시간 계산되지 않은 열정으로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잃지 않고 수행을 하듯이 한 분야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분들만의 아우라라고 설명해 드리면 이해하기 쉬우실까요?

따라서 당장 제 자신을 포장하려 애쓰며 작업에 할애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지금과 같이 집중하며 천천히 이 길을 걷다 보면 아주 오랜 시간 뒤에는 제게도 그런 자연스러운 향기가 부여되지 않을까 상상을해봅니다.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님처럼요!

[ 마음챙김의 시 p.72-3 | 류시화 엮음 ]
[My inspiration 2]
- 새로운 콜라보 프로젝트

지난 <브리즈 아트 페어> 전시에, 저의 구독자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이신 이미래 님께서 방문해 주셨습니다! 직접 전시를 보시고 장문의 메일을 주셨는데 제 작업을 너무 아름다운 시선과 마음으로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위의 컨템포러리 장르의 재즈곡들을 발표하신 분이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와중에 곧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시라 먼저 앨범 표지작업을 제안해주셔서 얼마 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미팅을 가졌습니다.


예전에 제가 주로 했던 작품 이미지들을 보여드리며 다양한 영감, 그리고 곡과 잘 어울릴 작업의 방향등을 이야기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피아니스트님께서 저와 나이가 같으셔서 더 좋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내년 초쯤 발매될 이미래 피아니스트님의 앨범의 대표곡은  ‘White’라는 곡으로, 저도 살짝 가이드 음원을 들어보았는데 겨울과  잘 어울리는 잔잔하고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겨울이 되면 드라마 도깨비의 OST였던 ‘Winter is coming’이라는 곡이 떠오르곤 하는데, 아마 제가 이번에 함께 앨범 표지작업을 하게 될 ‘White’라는 곡도 발매가 되면 앞으로 쭉 플레이리스트에서 함께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요즘은 틈틈이 피아니스트님의 곡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구상 중에 있는데, 다음 달에 살짝 공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시고 그동안 이미래 피아니스트님의 정규 1집 ‘Romantic Wandering’ 앨범도 많이 들어주세요! 🦋
이미래 재즈 피아니스트님의
 ‘Romantic Wandering’ 감상하기

이미래 재즈 피아니스트님의
 인스타그램

[Another Inspirtation]
2020. 07.
이우현 & 장영은 2인 전시 전경

지난 7월 진행됐던, ‘‘The Scenery Of Memory : 기억의 풍경’ 은, 보라색으로 물든 몽환적 쉼터를 주제로 작업하시는 이우현 작가님과 함께했습니다. 이우현 작가님은 유화작업과 판화작업을 함께 하고 계신 29회의 개인전 경력을 지닌 작가님이시고, 고요하고 정적인 아름답고 풍부한 느낌의 작업을 하시는 분과 전시하게 되어 저로서는 정말 영광인 시간이었습니다.

작업 재료나 방식은 서로 다름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감성과 색을 지닌 작가님과 함께하며 좋은 영향을 받았기에 이렇게 저의 구독자님들께 소개 드리려 합니다.


물감과 기름을 섞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효과를 담은 이우현 작가님의 작업은 흘러내린 물감이 번지고 마르면서 입자끼리 뭉치고 풀어지고를 반복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물감에 기름을 많이 섞어 정성스레 여러 번 칠하며 얻어낸 효과와 그 몽환적인 시간의 흔적들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이우현, 보랏빛 오름, 캔버스에 유채, 53x45.5cm, 2019 ]
구체적인 형상이 보이지 않지만, 흔적처럼 남아버린 보랏빛이 화면 전체를 감싸고 있고, 여러 느낌의 보라색은 그 무게에 따라 층을 이루어 밤의 호수처럼 희미한 안개를 뿜어냅니다.

이우현 작가님의 고요하고 몽환적인 보라색 풍경은 화폭 바깥으로 끝없이 뻗어 나가고 있으며 현실 공간에 있던 나무와 호수, 풍경들을 아름다운 느낌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작가님만의 고요하지만, 독자적인 공간으로 재설정 되어있는 작품입니다.

[ 이우현, 보랏빛 노을, 캔버스에 유채, 45.5x53cm, 2019 ]
신비롭고 다양한 보라색 숲과 그곳을 은은히 둘러싼 몽환적인 안개는 실제로 감상하면 더욱 고요한 마음의 휴식을 주며, 작품 속 하얀 안개를 한 올 한 올 헤쳐나가다 보면 어느덧 다양하고 신비로운 보라색 숲의 진정한 향연이 펼쳐진답니다. 

[ 이우현, 눈꽃나무-2, 캔버스에 유채, 53x45.5cm, 2020 ]

[ 이우현, 눈꽃나무-1, 캔버스에 유채, 53x45.5cm, 2020 ]

[ 2020. 11. 26. 이우현 작가님의 보랏빛 풍경이 떠올라 순간포착한 아름다운 노을]
“ 나의 작업을 통해
사람들은 신비한 장소로 여행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어서
누구도 뚜렷하게 보지는 못하는 풍경이다.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으로
보는 이들을 이 안에서 교감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 곳은 내가 꿈꾸는 세상 바로 ‘유토피아’이다.”

-이우현 작가노트 
이우현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글을 마무리하며,

[ 2020. 11. 26. 순간포착한 멋진 노을]
틈틈이 이번 달 보내드릴 아티스트 레터를 생각하며 써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씩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지는 것인가 싶었지만 급작스레 확진자가 늘어났다는 뉴스를 보니 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구독자분들께 보내드릴 레터에는 최대한 재밌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담고 싶은데, 한 해 내내 짙게 드리워진 코로나의 그림자를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지울 수도 없나 봅니다. 그러나 제 주변의 모든 분들은 정말 무탈하고 건강히 이 상황을 이겨내실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전시와, 작업실 공사 등 여러 일들로 평소보다 작업의 속도를 내며 많이 진행하지 못해 아쉽지만, 12월에는 그간 어지러웠던 생각을 정돈하고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며 앞으로 작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려고 합니다. 어떤 목표 앞에서 무작정 쉬지 않고 열심히만 해내면 될 것이란 생각은, 오히려 그 과정에서 약간은 떨어져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게끔 시야를 좁혔습니다.

지금보다 목표에 다가서는 방법을 잘 몰랐을 때는 그것이 최선이었겠지만, 그 마음이 부담이 되어 무언가 잘해야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다 보면 오히려 어지러운 결과물이 나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작업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집중을 하려 노력하다 보니 그만큼 제가 담아내고 싶었던 것들이 잘 표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평생 뜨거운 열정을 가지겠다는 말보다는, 항상 식지 않고 따뜻한 열정을 유지하며 작업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 2020. 11.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저녁식사 ]
이번 한 달을 돌이켜보며 레터를 써내려가니 가장 기억에 행복으로 남아있던 순간은 가깝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눴던 시간이네요. 당분간 엄숙해진 상황으로 되도록 만남의 거리를 둘 수 밖에 없겠지요😢


끝으로 몇몇 구독자분들께서 작업을 하느라 바쁜데 매달 이렇게 레터를 작성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으시냐고 말씀 주시기도 했는데, 여태껏 보내드렸던 분량은 제가 자연스럽게 그 달의 상황에 따라 써 내려갔던 것이고 달마다 상황에 따라 분량이 많아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최대한 걱정해 주시는 것과 같이 작업에 큰 영향이 없게끔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으니 너무 염려 말아주세요! 대신 앞으로 받아고 싶은 주제나 궁금하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부담 없이 말씀해 주시고 주변 분들께도 많이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69세의 패션 유튜버인 ‘밀라논나’님의 영상에서 ‘몫을 나누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말라’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근거없는 소문이나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저와 몫을 나누고 있는 제 구독자분들의 이야기는 저도 아티스트 레터 팀에서도 항상 신경 쓰고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많은 댓글과 보내주신 의견은 제게 다음 달에도 레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남은 11월도 따뜻하게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2020년의 끝자락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또 뵙겠습니다. 🙏🏻🍀



- 2020년 11월

지난 달의 퀴즈, 정답을 공개합니다!

[ 장영은 | Undried Fragrance 2020 | ‘겹삼잎국화’를 소재로 작업 중인 시리즈 ]
[ 전시 | 협업 | 작품구입 : feelmycolo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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