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네이버 커머스의 새 비전 2. 의도된 적자 전략
 2024.11.13 24-05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네이버는 왜 거꾸로 거슬러 오르려는 걸까?
  02 '의도된 적자', 쿠팡 만이 성공한 이유
  03 뉴스 TOP5 - '<APT.>는 얼마를 벌었을까?'

   

네이버는 왜 거꾸로 거슬러 오르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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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네이버의 길이 맞나요?

"저희는 쿠팡하고 모델이 조금 달라서 쿠팡을 이기냐 안 이기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항상 좀 곤혹스러운데요. 쿠팡은 쿠팡의 길을 가고 저희는 저희의 길을 갈 것 같습니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 부문장은 지난 11월 11일에 열린 '단 24 통합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네이버 커머스는 쿠팡에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응 전략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었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우리의 길은 다르다"라며 네이버 커머스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겁니다. 핵심은 쿠팡이 모든 것을 내재화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플라이휠 전략'을 취한다면, 네이버는 거대한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이를 돌리겠다는 거였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 네이버만의 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결국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쿠팡과 같이 빠르고 편리한 배송을 동일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인데요. 목적지는 같고, 방법만 살짝 다를 뿐인 걸로 보입니다. 더욱이 제휴를 통해 이를 이루겠다는 점에서, 오히려 효율성 측면에선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고요.


물론 네이버의 이러한 시도가 전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막대한 투자 없이도 단기간 내에 커머스 서비스의 경쟁력을 쿠팡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성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네이버를 한때 커머스 1위 플랫폼으로 만들어 준 강점들과 상충된다는 점인데요. 네이버 커머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거슬러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무기들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로서의 막대한 트래픽, 둘째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로 인한 '목적형 쇼핑' 수요의 독점, 셋째, 국내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셀러 및 상품 풀 확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네이버가 내세운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는 기존 네이버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서비스는 추천 기반의 발견형 쇼핑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이는 네이버가 가장 유리한 전장에서 벗어나, 오히려 불리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고객 맞춤 추천은  이미 쿠팡도 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반대로 네이버는 목적형 쇼핑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대신해 고객에게 새로운 추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하면서 오히려 기존 고객에게 혼란만 줄 가능성이 크죠.

더욱이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는 내년 상반기 중 별도의 앱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네이버가 가진 '슈퍼 앱'으로서의 강점을 버리는 전략처럼 보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견형 쇼핑에 굳어진 기존 고객들의 습관을 바꾸려면 아예 새로운 앱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앱을 따로 설치하고 트래픽을 모아 월간 사용자 3천만 명이 넘는 쿠팡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기존 네이버 고객들을 설득해 자연스럽게 쇼핑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요? 특히 리셀 플랫폼 크림과 같은 특정 제품군을 위한 버티컬 서비스라면 모르겠지만, 종합적인 쇼핑 서비스를 별도로 앱으로 출시하는 것은 무의미한 투자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 배송' 중심으로 커머스 서비스를 재편하면서, 과거 네이버의 경쟁력이었던 낮은 수수료 전략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쿠팡 대비해서는 여전히 수수료가 낮긴 하지만, 각종 솔루션 수수료와 풀필먼트 비용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셀러들이 네이버를 최우선으로 선택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존의 '도착보장'을 네이버 배송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하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등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분명 좋은 방향이지만요. 동시에 기존 강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은 네이버 커머스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걸 간과해선 안될 겁니다.

빠르게 차별점을 찾아야 할 겁니다

다만 네이버가 설사 '쿠팡의 하위 호환'이라 하더라도, 쿠팡과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쿠팡의 독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쿠팡에 맞설 대항마가 필요하고, 네이버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제휴 확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많은 곳들이 네이버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또한 쿠팡도 최근 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인 알럭스 론칭 같은 결정은 기존 쿠팡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본질적인 차별화 없이 별도 앱으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쿠팡답지 않은 모습이고요. 이런 쿠팡의 빈틈을 네이버가 공략할 수 있다면, 역전의 기회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쿠팡의 길을 뒤쫓는 방식으로는 네이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네이버만의 차별화를 반드시 찾아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배송'과 같은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당장은 전체 네이버 거래액에 비해 너무 작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요. 네이버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도 적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일 겁니다.


이는 실제로 '도착보장'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네이버 커머스 전체 거래액의 정체를 막지 못한 것을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지난 8월부터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에게 '도착보장' 무료 배송을 한시적으로 제공했었는데요. 이를 통해 해당 회원들의 '도착보장' 거래액은 무려 50% 가까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3분기에도 네이버 커머스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단지 형태만 바꿔 쿠팡의 길을 따라가는 걸로는 부족했던 겁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제휴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제휴로만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조 단위의 투자를 지속하는 쿠팡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만으로 대응하려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종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시점에서, 네이버와 쿠팡의 사업 모델이 다르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고요.

어쩌면 오히려 이제 네이버는 쿠팡과 비슷한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쿠팡의 방식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더 유리한 무대로 경쟁 무대를 옮기고 자신만의 차별화를 통해 승부를 걸 때가 아닐까요?

   

<Back to the B>
'의도된 적자', 쿠팡 만이 성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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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단위 경제학을 아시나요?

최근 들어 "의도된 적자"라는 개념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흑자생존"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성장하는 전략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확장보다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죠. 그렇다면 '의도된 적자'는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전략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닐 메타 외 두 명이 쓴 저서 <7가지 코드>의 '단위 경제학' 개념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PM이나 PO가 알아야 할 7가지 주요 분야 중 두 번째 코드로 '경제학'을 다루며, 특히 '단위 경제학(Unit Economics)'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단위 경제학이란 보통 한 개의 최소 단위 상품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을 분석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그러나 <7가지 코드>에서는 이를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의 '의도된 적자' 전략이 어떻게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 초기 적자를 감수한 스타트업들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7가지 코드>에 따르면, 온라인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제조업과 달리 한계비용이 낮다는 점입니다. 한계비용이란 제품을 추가로 하나 더 판매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말하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이 한계비용이 낮아,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급격한 수익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고객 기반을 구축하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도 온라인 비즈니스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거죠. 반면, 제조업은 한계비용이 크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해도 생산 확대에 드는 비용이 커서 성장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고요.


이러한 이유로 많은 온라인 기업들은 트래픽과 매출 성장에 중점을 두며 공격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업가치 또한 수익성과 상관없이 GMV(총 상품 거래액)로 평가되기도 했고요.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할 때의 초기 고정비가 높지만 한계 비용은 낮으니, 의도된 적자로 빠른 성장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팬데믹 동안 급성장했던 온라인 수요가 안정화되면서 과열됐던 수요가 줄어들었고요. 금융시장의 유동성 축소로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에는 트래픽 성장이 빠른 기업에 자금이 몰렸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죠.

특히 GMV 중심의 외형 성장만을 추구하면서 내실을 다지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가 끊기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생존이 어려워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이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달랐는데요. 초기에만 의도된 적자가 이어지면 추후 단위당 고정비는 낮아진다고 봤지만, 현실은 기능 개발 경쟁이 지속되면서 고정비가 증가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고요. 특히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지 못해, 투자받은 돈을 고정비가 아닌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여 성장을 유지하는 곳들이 많았는데요. 이는 결국 의도된 적자의 원래 의도와는 달랐기에, 투자가 끊기고 마케팅 투자가 줄어들자, 이들은 대부분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트래픽마저 잃어버리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투자에 의존하는 성장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진 겁니다.

쿠팡의 성공, 운이 아니었습니다

'의도된 적자'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주 언급되는 쿠팡, 그들의 성공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걸까요? 투자 환경이 좋았던 시기에 IP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쿠팡의 성공은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온라인 비즈니스의 단위 경제학 성격을 벗어나 있던 치밀한 전략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보통 온라인 비즈니스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후에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구조를 가집니다. 하지만 쿠팡은 조금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각 지역에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데, 이를 위해 고정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였습니다. 물류 인프라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서버를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며,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죠. 특히, 쿠팡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리테일 모델도 운영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 비해 고정비 부담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도록 물류센터 물동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PB상품을 개발해 자체 물동량을 늘리고,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출시하여 외부 판매자들도 이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죠. 또한 배송 인력을 긱 이코노미 형태로 활용하여 빠르게 물동량을 증가시켰습니다. 이렇게 물류 인프라가 안정되면서 단위당 배송 비용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쿠팡은 단순히 저비용-고확장성에만 의존하지 않았고, 물류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고정비를 줄이며 효율적인 단위 경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쿠팡은 일반적인 온라인 사업과는 달리 물류와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여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낸 좋은 사례입니다. 의도된 적자 기간 동안 물류센터와 PB상품을 통해 더 탄탄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죠. 규모의 경제가 한계 비용을 낮추는 장치였기에, 후발 주자들은 이를 따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쌓아가고 있고요.


과거처럼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던 시기는 지났지만, 온라인 비즈니스의 단위 경제 특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쿠팡의 사례는 단순히 시기를 잘 만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자신들의 단위 경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투자가 줄어든 지금 같은 환경에서도 이러한 전략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 편집/윤문 | 기묘한


글쓴이 소개 - 도그냥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 👉도그냥님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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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동량을 증가시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