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한테 가장 많이 받는 고민 중 하나가 있습니다.
"친구 때문에 힘들어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부 고민만큼이나 많아요.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라요.
성적은 숫자로 보이지만 친구 문제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애가 타는 거겠죠.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학년 친구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서툴어요.
말도 서툴고, 감정 표현도 서툴고, 갈등을 푸는 방법도 몰라요.
그래서 부딪히고, 울고, 토라지고, 또 금방 화해해요.
오전에 싸운 친구랑 점심 때 같이 밥 먹는 게 저학년이에요.
이 시기의 핵심은 너그러움입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실수를 그냥 넘겨줄 수 있는 시기예요.
아직 감정이 쌓이지 않았거든요.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풀려요.
그러니까 이 시기엔 기본적으로 그냥 두는 게 맞습니다.
물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면 다르게 접근해야 해요.
그럴 땐 아이나 엄마한테 직접 개입하기보다 선생님께 살짝 귀띔해두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엄마가 직접 나서면 상황이 더 커질 수 있거든요.
선생님이 살펴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많이 달라져요.
고학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시기 친구 관계는 날것이에요.
감정이 커지고, 관계가 복잡해지고, 상처도 깊어져요.
한마디가 며칠을 가기도 하고, 단톡방 하나가 학교생활 전체를 흔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 시기 우정은 정말 강렬해요.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그 친구 때문에 학교 가는 게 즐겁기도 하고, 그 친구 때문에 세상이 무너지기도 해요.
감정의 진폭이 크다 보니 엄마 눈에는 작아 보이는 일도 아이한테는 엄청난 사건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고학년 친구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학년처럼 하루 이틀 지나면 풀리는 게 아니에요.
관계가 복잡해지고, 편이 나뉘고, 감정이 쌓이면 아이들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따돌림이나 반복되는 괴롭힘처럼 아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학교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이걸 너무 늦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끼리 해결하겠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하다가 상황이 커지고 나서야 학교를 찾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상하다 싶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적인 친구 갈등에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요.
감정에 같이 휘둘리지 마세요.
아이가 친구한테 상처받고 집에 오면, 엄마도 같이 화가 나죠.
그 마음 당연해요.
근데 엄마까지 흥분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작은 상황을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엄마가 저렇게 화내는 걸 보면 이게 진짜 큰일인가 보다 싶어서요.
엄마가 침착해야 아이도 침착해질 수 있어요.
그럼 엄마가 해야 할 건 뭘까요.
딱 하나예요.
들어주는 것입니다.
조언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것.
아이가 쏟아내게 두세요.
다 말하고 나면 아이는 스스로 정리가 돼요.
근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했어요.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이야기를 나눴어요.
거창한 강의가 아니에요.
아이가 이야기를 쏟아낼 때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그 친구는 왜 그랬을까?"
"네가 그 친구였다면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어. 그 친구 눈엔 어떻게 보였을까?"
이게 쌓이면 아이한테 가치관이 생겨요.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모든 갈등에 100%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 세상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
항상 네 편이지만, 무조건 네가 옳다고 하지 않는 엄마.
그게 아이의 인간관계 내공을 키워줍니다.
혜린이가 전교회장을 하면서 다양한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어릴 때부터 그 대화들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는 고를 수 없지만, 환경은 만들 수 있습니다.
억지로 친구를 만들어주려 하지 마세요.
효과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대신 환경을 설계하세요.
관심사가 비슷한 아이들이 모이는 곳, 도서관, 책 모임,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하는 공간.
그런 곳에 아이를 두면 자연스럽게 맞는 친구를 만납니다.
아이들은 자기와 비슷한 친구를 한눈에 알아봐요.
신기하게도 그렇더라고요.
혜린이도 그랬어요.
제가 만들어준 친구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찾아낸 친구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말씀만 드릴게요.
친구는 늘 바뀝니다.
우리도 그랬잖아요.
초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 중학교 가면 달라지고, 고등학교 가면 또 달라졌어요.
지금 이 친구가 전부가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 힘들어하는 아이 옆에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이것도 지나간다는 걸 알면서 흔들리지 않고 버텨주는 것입니다.
오늘도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