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을 위협하는 모방품의 시대
Zoe      "이제 진짜 겨울이네요! 옷장을 뒤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포니클로', '샤넬맛 자라'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최근 패션/뷰티 업계에서 특히 이런 듀프(dupe)가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 트렌드, 파보면 파볼수록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마케터로서 이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고요. 

오늘 레터는 듀프(dupe)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잘파(Zalpha)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살펴보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야 할지에 대해 다뤄봅니다. 
1. 포터맛 유니클로가 선풍적 인기라고?
2. 우리는 왜 듀프(Dupe)를 살까
3. 트렌드에 영리하게 올라탄 브랜드들
4. '내가 찐이다'를 세련되게 증명하는 법

👜 포터맛 유니클로가 선풍적 인기라고?

최근 온라인에서 이른바 ‘포터맛 유니클로’ 제품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이 제품인데요. 유니클로가 출시한 멀티 포켓 숄더백이 포터(Porter)의 탱커 숄더백을 닮았다고 해서 엄청난 인기를 끈 겁니다.

유니클로의 멀티 포켓 숄더백 © 유니클로
포터의 탱커 숄더백 © 포터(Porter)

이 제품의 정가는 29,900원으로 꽤 저렴한 편이었는데, 닮았다고 소문이 난 유명 일본 브랜드 포터의 탱커 숄더백은 20~30만원대인 데다가 최근에는 제품을 찾아보기도 어려워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죠. 비슷한 디자인의 이 제품을 거의 1/10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유니클로 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모든 색상이 한때 품절되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리셀 플랫폼에서는 약 2배까지 뛴 5~6만원대로 거래되기도 했고요. 품절 이후 유니클로가 재입고를 하면서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2개까지로 제한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한때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모습이 벌어지기까지 했죠. 

 

이외에도 유니클로 2Way백 역시 39,900원의 제품이지만 포터 헬맷백과 비슷하다고 해 온라인에서는 한창 화제가 됐습니다. 이 제품은 현재도 품절 상태라 일본 등을 통해 해외직구에 나서는 사람들의 리뷰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더로우의 마고백을 닯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코스 숄더백.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무려 1/13 수준의 가격 차이를 보여줍니다. © 코스(COS)

단순히 이번 ‘포터맛 유니클로’ 뿐 아니라 ‘더로우맛 코스(COS)’, ‘미우미우맛 자라’ 등 명품 브랜드의 제품과 유사한 느낌을 가진 제품을 SPA 브랜드 등을 통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트렌드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 듀프(Dupe)는 이런 트렌드를 한번에 설명할 수 있는 단어인데요. 캠브릿지 사전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듀프(Dupe)’는 ‘복제하다’라는 뜻의 duplicate라는 단어를 줄인 것으로, 비싸거나 고가의 제품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상품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원래 이 단어의 뜻은 ‘(누군가를) 속이다’ 또는 명사로 사용되었을 때는 ‘(누군가에게) 속아넘어간 사람’입니다. 다만 최근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다른 뉘앙스를 갖게 되었죠. 

오리지널과 듀프. 제품력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 Shutterstock

듀프는 원래 제품의 특징과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는 ‘짝퉁’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완전히 똑같이 보이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의 디자인이나 특성을 반영하되 ‘그 브랜드의 맛이 난다’는, 이른바 영감을 받은 제품들을 소비하는 트렌드를 칭할 때 사용되죠. 때문에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 어려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카피’제품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물론 여전히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논쟁은 뜨겁습니다만, 듀프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하나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의 조사에 따르면 젠지(Gen Z)의 71%가 종종 또는 항상 유명 브랜드 제품의 저렴한 버전을 구매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틱톡에서 듀프(dupe)를 검색하면 27.7만개의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고, 인플루언서들은 본인들이 찾아낸 듀프 제품들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어요.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YPulse) 데이터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3~39세 중 듀프를 구매한 사람의 수가 명품을 구매한 사람의 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24세 젊은 성인 중 3분의 2 이상이 듀프를 구매했으며, 이는 명품 구매 비율보다 13%포인트 더 높은 수치였어요. 심지어 고소득 밀레니얼 세대도 고가 아이템보다는 듀프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듀프는 영미권만의 트렌드는 아닙니다. 사실 중화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핑티'(平替)’라는 단어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 중이에요. 핑티는 핑자티다이(平價替代), 즉 “싼 가격으로 대체한다”의 줄임말인데요.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거의 유사하지만 훨씬 저렴한 대체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렌드가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가치를 소비하던 시대에서 보다 실용적인 제품을 찾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 우리는 왜 듀프(Dupe)를 살까

그런데 이 트렌드, 사실 새로운 건 아니거든요? 이전에도 우리는 명품 브랜드와 비슷한 제품을 소비하는 걸 좋아했었어요. 2000년대 초반 미샤, 더페이스샵 등 다양한 로드샵 뷰티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저렴이’, ‘고렴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었죠. 그때도 우리는 백화점 브랜드의 ‘저렴이 버전’인 로드샵 제품들에 열광했습니다. 그러면 최근 듀프가 다시 조명받는 이유는 뭘까요? 

듀프 아이템에 대해 다루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 © Business of Fashion

초창기 이 트렌드는 패션, 뷰티 브랜드의 제품군에 집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이슨, 아이폰 등 가전제품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군에서 듀프를 찾아내는 게 마치 챌린지처럼 유행이 된 게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듀프가 ‘힙한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건 아무래도 인플루언서의 영향이 컸는데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도 듀프에 대해 다룬 기사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이 트렌드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틱톡에 올라온 수많은 영상들이 #dup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되면서, ‘완벽한 듀프(perfect dupe)’를 찾아내는 게 마치 게임처럼 자리잡게 된 겁니다. 


또 기존에는 명품 브랜드와 저렴이 브랜드 간의 비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요즈음에는 ‘아마존템’, ‘테무템’, ‘알리템’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소상공인의 제품 중 듀프 제품을 찾아내 추천하는 것도 영미권에서는 유행이 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듀프에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영국의 마케팅 리서치 기업 Savanta는 미국과 영국 성인 2,638명을 대상으로 2024년 듀프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는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51%는 생활비 위기로 인해 듀프 제품 구매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답했으며, 미국 소비자의 3분의 1은 경제적 이슈로 인해 듀프를 구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지만 제품의 퀄리티는 높기 때문에 듀프를 찾는다는 거죠. 블룸버그 역시 중국의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핑티'(平替)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MZ 소비자들이 듀프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조사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69%가 듀프를 통해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럭셔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 와이펄스(YPulse)

다만 오로지 가성비로만 듀프를 이해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히 저렴하기 때문에 이 제품을 사는 건 아니거든요. Savanta가 백만장자 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국 백만장자의 52%가 듀프를 구매하며, 18~35세 백만장자의 경우 그 비율이 5명 중 4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미국 리서치 업체 와이펄스는 듀프에 대해 조사한 리포트를 통해서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60%는 ‘오리지널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듀프를 선택한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듀프는 관점 자체의 변화를 의미해요. 많은 사람들이 여행, 음식, 제품 등 사실상 모든 것이 ‘듀프’로 대체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거죠. 이들은 듀프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듀프를 발견했을 때 이를 사회적으로 자랑하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껴요. 데이터에 따르면, 명품을 구매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답한 사람들보다 듀프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10명 중 7명이 듀프는 명품의 ‘느낌’을 주지만 비싸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어요. 

🧐 트렌드에 영리하게 올라탄 브랜드들

재미있는 것은 이 트렌드가 단순히 젊은 세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이 트렌드에 영향을 받고 있어요. 이미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들이 듀프를 활용한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이런 듀프 제품을 찾아보는 게 쉬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다이소가 이런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손앤박 아티스프레드 컬러밤' 다이소 에디션이 출시되었을 때 '샤넬 립앤치크밤'과 비슷하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약 20배 정도가 나지만, 성능 면에서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 화제가 되었죠.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중소브랜드부터 아모레퍼시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다이소 전용 저렴이 상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 1~9월 다이소 뷰티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0%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샤넬의 립앤치크 밤(왼), 다이소의 손앤박 아티스프레드 컬러밤(오) © 조선일보

미국에서는 샬롯 틸버리, 룰루레몬 등의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이’ 듀프들이 온라인에 많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었어요. 뷰티 브랜드 외에도 가구, 가전 등의 카테고리에서도 듀프가 각광을 받고 있고요. 이러다 보니 듀프 제품을 찾아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는데요. dupe.com은 대표적으로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등장한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 싶은 비싼 제품의 URL을 입력하면, 이 제품과 가장 유사한데 가격대도 저렴한 제품의 링크를 찾아 제공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웹사이트 외에도 인스타그램, 틱톡 계정들이 계속해서 유명인들이 입은 제품의 듀프를 찾아 포스팅해주면서 확산하는 추세에 동참하고 있고요. 

듀프 제품을 빠르게 찾아주는 사이트 dupe.com에서 검색한 결과. 원본과 유사한 바이브의 제품을 1/16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하시겠습니까? © dupe.com

누군가는 이 트렌드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포터맛 유니클로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을 당시, 디자이너 고태용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통해 이번 사례가 ‘창작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높여있는 SPA 브랜드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캐치하고, 그에 맞춰 계속해서 신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SPA 브랜드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물이 바로 듀프라는 거죠. 포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아이덴티티를 차용해 누가 봐도 포터와 흡사한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들도 포터의 제품과 닮았다는 걸 인지하고 이 가방을 소비하고 있는 풍토 자체가 ‘카피’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한번 흐르기 시작한 물줄기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요?

옛말에 이르기를, 누군가 당신을 따라하기 시작했다면

그건 당신이 뭔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니 기뻐하라. 

As the old saying goes, you should be flattered if someone starts copying you because it means you’re doing something right.

리서치 업체 Savanta는 리포트를 통해 이 문구를 소개했습니다. 어쩌면 듀프는 브랜드의 가장 매력적인 특성을 짚어주는 리트머스지가 될 수도 있단 거죠. 우리 브랜드 제품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이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없다는 게 Savanta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들은 리포트를 통해 브랜드 마케터들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강조하기 : 여러분의 제품이 더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브랜드 네임밸류 외에, 다른 가치를 찾아야합니다. 브랜드 스토리, 제품의 품질,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 R&D 투자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찾아, 그걸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어필해야 합니다.

2.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경험하게 하기 : 제품의 미니어처나 샘플 체험을 제공하기. 이런 방식은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이 항상 더 나은 선택인 건 아니고,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접 보여주세요. 

3.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 듀프가 존재한다는 건 곧 여러분의 제품과 마케팅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영국과 미국 소비자의 47%는 어떤 브랜드가 듀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그 브랜드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4. 여러분의 브랜드가 ‘원조’임을 상기시키기 : 듀프가 잘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당신이 원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기회를 활용해 브랜드의 차별점을 강조하세요.
 

5. 그리고, 깊이 파고들기: 듀프가 단순히 복제품인지, 아니면 우리 제품의 약점을 보완해 더 소비자에게 어필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 제품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층을 공략할 기회로 만들어보세요.

🧐 '내가 찐이다'를 세련되게 증명하는 법

책 2025 트렌드 코리아에서 김난도 교수는 다양한 마케팅 키워드 중 하나로 ‘물성매력’을 소개했어요. 물성매력이란,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무엇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의미합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감 나는, 만질 수 있는 ‘물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비자들은 체화된 물성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그 기억을 더욱 오래 간직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이런 물리적 체험을 통해 다른 제품들, 특히 듀프(dupe)와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된 거죠. 때문에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제품군은 물론이고, 콘텐츠나 서비스 등 만질 수 없는 제품군 또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의 물리적 체험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듀프 제품을 빠르게 찾아주는 사이트 dupe.com에서 검색한 결과. 원본과 유사한 바이브의 제품을 1/16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하시겠습니까? © dupe.com

파친코 시즌2 공개를 기념하며 드라마 속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팝업 〈Apple TV+ 파친코〉를 열었던 Apple TV의 마케팅도 이런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대표적으로 이런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플랫폼인데요. 올해 6월에는 LA 숏 스토리즈 호텔(Short Stories Hotel)에 팝업 레스토랑 ‘넷플릭스 바이츠(Netflix Bites)를 오픈하기도 했죠. 이 레스토랑은 <아이언 셰프(Iron Chef)>,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드링크 마스터(Drink Masters)> 와 같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에 출연했던 셰프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이 개발한 요리와 칵테일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팬들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넷플릭스 팬이라면 참을 수 없었겠죠. 넷플릭스 바이츠 © 넷플릭스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물성매력이 중요해진 시대, 그런 의미에서 룰루레몬이 2023년에 보여줬던 'Dupe Swap' 이벤트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3년 5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LA에서 진행된 이 이벤트는 소비자들이 룰루레몬 제품을 모방한 레깅스 ‘듀프’를 가져오면, 룰루레몬의 인기 상품인 얼라인(Align) 레깅스 한 켤레와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룰루레몬의 레깅스는 98달러인 데 반해, 듀프 제품의 경우 20달러 정도로 판매되었던 만큼 이 이벤트는 ‘오픈런’이 생길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룰루레몬에 따르면 기간 중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의 50%가 신규 고객이었고, 이들 중 절반은 30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 더 넓은 신규 고객에게, 더 젊은 고객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된 거죠. 게다가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듀프가 결코 정품의 가치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이벤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듀프를 반납하면, 실제 룰루레몬 레깅스로 바꿔 주는 모습. © 룰루레몬

이번 이벤트는 룰루레몬의 ‘Get into it’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벤트였는데요. 이 슬로건은 한편으로는 무엇인가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삶의 태도를 의미하는 문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룰루레몬의 제품을 말 그대로 "입어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캠페인의 아이덴티티와 말 그대로 '얼라인'된 방식으로 이 이벤트가 진행된 거죠. 


룰루레몬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 니키 노이버거(Nikki Neuburger)는 Fast Company와의 인터뷰에서 “듀프는 어차피 막을 수 없어요. 그러니 재미있게 접근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이를 자신 있게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제품이 정말 최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해 보면, 감각적으로 ‘아하!’ 하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언론과 소셜 미디어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무엇보다도 듀프를 소비한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며, 모두를 ‘환영하는’ 방식으로 룰루레몬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듀프조차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요?

편집/윤문 | 찬비

문소리, 딸 김태리 앞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소리 #정년이 EP.10 | tvN

에디터 <Zoe>의 코멘트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복제품인지 오리지널인지를 가려내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만이 갖는 '아우라(aura)'조차 복사하는 것이 용이해진 시대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진짜의 아우라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눈물을 흘렸던 배우 문소리님의 '진짜' 소리 한 가락을 여러분께도 공유해드리고 싶습니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고음은 잘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심금을 울린다면 그것이 바로 '진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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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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