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타는 여자들〉(감독 이혁래, 김정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98 〈미싱타는 여자들〉
3월 16일 오늘의 큐 💡
Q.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님! 오늘은 제가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35년 전, 저희 엄마가 일하던 공장에는 엄마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고 해요. 야간조 작업 도중 쉬러 나와서 밤하늘을 보는데, 유독 별이 빛나는 날이었대요⭐ 와-하며 감탄을 했더니 옆에 있던 어린 동료가 그랬다는 거예요. "언니는 저게 예뻐요? 저는 별이 징글징글해요.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하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것도 선택지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생길이 아니면 길이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미싱타는 여자들>입니다🏭 1970년대, 불이 꺼지지 않던 평화시장의 공장에는 10대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골방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일어나지도 못한 채 미싱만을 붙잡았던 여공들은 '노동 교실'을 만나고부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마주합니다. '노동권'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너무나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들을 붙잡아준 건 노동에 대한 희망과 서로의 존재였어요.
더불어 창신동에 봉제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70년대 말부터 그곳을 지켜온 노동자의 이야기도 들려드릴게요. 실제와 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단편영화, <실>입니다. <미싱타는 여자들>과 함께 보시면 영화에 담긴 역사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 영화들이 현 사회에서 행하는 역할도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험한 고생길을 걸었지만 긍지를 잃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어렵게 가꾸어온 노동권이 후퇴하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님의 노동의 가치, 저희 인디즈 큐는 알고 있어요!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세요♡(가보자고💪) 

흔들리지 않게

〈미싱타는 여자들〉


세상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누군가가 고된 투쟁 끝에 쟁취해낸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우리는 앞서 걸은 사람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그렇게 우리의 의무를 실천한다.

드넓은 들판 위 미싱기 앞으로 세 명의 인물이 걸어간다. 그곳에 놓인 작업용 천을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견적을 내는가 하면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모습은 그들의 노동 역사를 짐작게 한다. 영화는 이 세 명의 인물을 포함, 1970년대 평화 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며 노동 운동에 앞장섰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받지 못한 이들은 학교가 아닌 평화 시장의 공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같은 나이인데도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스 요금을 더 내야 했던 일상의 사소한 지점부터 차별을 경험했다. 퇴근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15일간 제대로 잠도 못 자며 일을 계속해야 하는 등 노동 환경 역시 열악하기만 했다. 이에 여성 노동자들은 배움에 대한 갈망,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 더 나아진 세상이 올 거라는 막연한 믿음에 이끌려 노동 운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안식처였던 노동 교실은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와 서로 함께 있다는 위안을 주었다. 그렇지만 그 작은 공간은 개관과 동시에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폐쇄됐다.

 

사회는 노동 운동가들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 부당한 검열과 압박을 지속했으며, 노동 운동가들은 아무 잘못 없이 구치소까지 끌려갔다. 나이가 어려 소년원에 가야 했던 노동자도 주민등록번호를 조작당하고 성인들과 함께 구금되었다. 노동 운동에 뒤따르던 외압과 고난은 서로에 대한 부채감과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대의 힘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냈고, 세상에 변화를 선물했다.

영화는 그림과 사진,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노동 운동을 하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도록 한다. 열정을 품고 막 자라나기 시작했던, 여리고 어렸던, 빨간색과 초록색과 분홍색을 닮았던 그때의 자신을. 아울러 ‘1번 시다’가 아니라 처음 자신의 이름을 찾아주었던 노동 교육과 같이 그들의 존재를 조명하고 섬세하게 보듬는다. 그리고 영화의 힘을 받아 함께 기원해본다. 힘없고 가난했던 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그저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환하게 웃는 그들의 얼굴에 더는 슬픔이 묻어있지 않기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반복되는 투쟁에 많은 이가 다치지 않기를. 함께 빛으로 나아가기를.


인디즈 유소은
미싱타는 여자들(감독 이혁래, 김정영)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서로의 등에 기대어, 앞으로 한 발 나아가기 👟

서로가 시절의 차양이 되어

〈실〉, 그리고 〈미싱타는 여자들〉


“그때는 밤 새는 게 직업인 줄 알았다야.” (<실>의 대사)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잠에 들기, 결린 부위를 스트레칭 하고 자세 틀기, 우리의 일과 장소가 타자에 의해 밀려나지 않기. 슬프게도 이 열거는, 매일의 노동을 위한 약속이 기반이 되어야만 지켜지고 행할 수 있었다. 시대는 그들이 묵음으로 일을 지속하길 원했다. 그래서 다수의 노동자는 오늘과 내일의 건너감에도 깨어있어야 했고, 손등의 열이 가시지 않았으며, 노동권 보장을 위한 요청은 승낙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물가에 심어진 나무 같이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고, 결국 그들의 음성은 이 단평을 기록하는 나의 시대에도 가닿아 살아있다. <미싱타는 여자들>과 <실>은 당시를 견딜 수 있도록 서로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주며, 격려한 기도가 영사(映寫)되어 담겨있다.

 

<미싱타는 여자들>에는 중단의 제지를 충실히 해주었던 장면들이 나온다. 원하지 않은 결혼으로 노동조합을 떠나려는 친구를 만류하고, ‘제2의 전태일’은 여자가 되겠다며 투신하려는 친구를 놓지 않으려 힘을 준 기억들. 시대가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 해도, 더는 사라지지 말자는 당부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나도 같이 울게 되었다. 피로한 매일이 이어져도 그들은 ‘우리’ 안에서의 이탈이 없게끔 부지런히 마음을 기록하고, 송신했다. “언니. 내가 보고 싶으면 꿈을 꿔. 나도 언니 보고 싶으면 꿈을 꿀게, 알았지.” 동봉된 소인을 봐야 날짜를 짐작하던 시기에도, 활자 너머에 앉아있을 너의 안부를 걱정했다. 그 안녕을 묻는 마음들이 쌓여 잠시나마 각자의 명랑을 지킬 수 있는 차양이 되었으리라.

<실>에서는 여전히 옷감과 실을 가까이하는 봉제사 김명선 씨를 담고 있다. 명선이 재단을 위해 천을 자르자 그 위로 봉제 공장에서 비좁게 일한 나날, ‘우리를 나가라면 어디로 가란 말인가!’ 현수막을 들고 서서 외친 낮이 서걱서걱 겹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때와 다름없이 명선은 누군가의 ‘언니’로서 소매를 매끈히 다는 법을 도와주고, 새로운 ‘일’을 응원해주며 호쾌하게 웃는다.


<미싱타는 여자들>과 <실>은 동일하게 ‘관람’의 장치가 쓰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미싱 소리만 타다당, 타다당, 울리던 통로 끝에 가니 본인의 어린 얼굴이 화면에 일렁이고 있었다. 분주만 들어섰던 공간에 느긋하게 놓여,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만든 연출이 무척 고마웠다. <실>에서는 명숙이 만든 옷을 담에 걸어 사진을 찍고, 지나가던 행인이 구경하는 장면이 나온다. 옷을 만드는 행위가 숙련되기까지 했을 겹겹의 홈질도, ‘나’의 움직임을 가만히 회고하게 해준다. 전시의 대상과 관람하는 주체 모두 ‘나’를 위치시켰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다정의 밀도가 빼곡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디즈 김해수
실(감독 이나연, 조민재)

명선은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왔다. 공장을 드나드는 사람들, 손님, 이웃,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은 명선에게 삶이자 역사 그 자체다. 하지만 각별한 이웃 현이 창신동을 떠나게 되자 명선은 고민에 빠진다.

인디즈 큐 편집담당의 원픽 기사 💕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기사가 빠질 수 없다! 읽을 때마다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나는(இ﹏இ`。) 인디토크 기사를 헐레벌떡 가지고 왔어요. 87년 구로동맹파업 당시 가리봉전자 노조 대위원이었던 '성훈화'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딱 한 세대 아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더 많은 여성노동사를 듣고 싶어지네요📬
"구로동맹파업 20주년 행사할 때 앞에 패널로 나갔는데 제가 너무 울어서 말을 못 했어요. 제 안에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 같은 게 남았던 거 같아요. 후회도 하고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6, 와이즈파크 8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