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자인페어 탐방기 2. 식품 D2C 전략
01 29CM, 큐레이션이 안 멈추는데 어떡해
02 CJ더마켓, 오뚜기몰, 동원몰이 성공하려면
03 뉴스 TOP5 - '러쉬가 록 페스티벌에 등장한 이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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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의 감도가 높은 탓일까?
29CM는 스스로를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이라 소개합니다. 네이버·쿠팡이 가격과 배송 같은 기능적 가치로 승부할 때, 29CM는 취향과 큐레이션으로 차별화해 왔죠. 이번 페어는 그 결을 또렷이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바로 그 감도가 29CM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한층 더 분명하게 만들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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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아닌 취향으로 나눕니다
그렇다면 29CM의 ‘감도’는 현장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요? 이번 DDP디자인페어는 전시 구역을 기능이 아니라 취향 기준으로 나눈 점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쉼 예찬론자’, ‘고요한 미식가’, ‘낭만적 실용주의자’ 등 네 가지 라이프스타일로 공간을 분류하고, 각 영역에 맞는 브랜드를 배치했죠. 유료 부스 판매 중심의 일반적인 페어와 달리 29CM가 직접 선별했기에 가능한 구성이었습니다.
이렇게 선별된 만큼 각 부스별 색깔이 잘 드러난 건 물론, 미감과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취향을 발견하게 만드는 콘텐츠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고요. 특히 기억에 남은 두 곳만 꼽자면요.
- 사브르: 채로운 커트러리로 유명한데, 현장에서 원하는 색 조합으로 즉석 제작을 해주었습니다. 파리 현지 매장에서도 드문 서비스라 빠르게 마감됐고, 저는 오픈런 덕에 체험해 보니 어느새 구매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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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커비: 꿀 전문 브랜드답게 블렌딩 허니 테이스팅을 준비했습니다. 취향별로 맛을 고르고 해당 스탬프를 찍으면 그것들이 모여 개인 취향을 반영한 아트워크가 완성되는 흐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페어에선 다양한 취향의 선택지 속에서 ‘내 것’을 찾는 재미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29CM가 큐레이션 하면 믿을 만하다'는 신뢰가 깔려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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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29CM는 요즘 정말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작년에 드디어 연간 거래액이 1조 원을 넘겼고, 올해 공식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앱 트래픽만 봐도 전년 대비 꾸준히 우상향 중이죠.
비결은 ‘기능’이 아니라 '취향'을 붙잡은 데 있습니다. 덕분에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자연스럽게 확장했고, 특히 홈(가구·인테리어)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 중이죠. 이 영역은 무신사가 상대적으로 덜 치고 들어온 탓에 상호 잠식 걱정도 적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러한 ‘가속 모드’를 이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높은 감도'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거래액이 커질수록 대중적인 선택지를 늘리게 마련인데, 이때 균형을 놓치면 29CM의 고유한 결이 흐려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29CM는 특정 카테고리만 키우기보다, ‘취향’이라는 키워드로 더 넓게 확장해 동력을 만들어 왔습니다. 다만 그러다 보면 앞으로는 무신사와의 겹침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미 패션에서 맞닿아 있고, 29CM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뷰티·키즈도 무신사가 노리는 시장이죠. 두 플랫폼이 어떻게 교통정리하느냐가 향후 29CM의 지속 성장을 가를 또 다른 포인트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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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D2C, 성공한 곳이 없습니다
작년 8월까지 약 1년 8개월간 이어진 쿠팡–CJ제일제당의 ‘햇반 전쟁’, 기억하시나요? 끝은 CJ제일제당의 재입점이었습니다. 맥락을 보면 CJ가 먼저 손을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은 햇반을 대체할 자체 라인업으로 수요를 메울 수 있었지만, CJ는 쿠팡만큼의 물량을 흡수할 판로를 다른 채널에서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사실 식품 제조사와 유통사는 오래전부터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런데 물류를 앞세워 판매 채널을 장악한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조사들의 입지는 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완전한 종속을 피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자사 D2C(Direct to Consumer) 브랜드몰을 전략적으로 만들고 키워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눈에 띄는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D2C 비중이 의미 있게 커졌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식품 대기업도 드뭅니다. 같은 기간 패션·뷰티에선 기업 규모가 작아도 성공한 D2C가 여럿 나온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죠. 왜 식품만 유독 어려울까요?
실마리는 고객에게 있습니다. 이 글은 오픈서베이의 셀프 서베이를 활용하여 직접 수행한 고객 1,000명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 브랜드몰 D2C의 한계는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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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거나 한 번으로 끝나거나
희망적인 대목부터 짚자면, 인지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시한 5개 식품 D2C몰( CJ더마켓·오뚜기몰·칠성몰·동원몰·정원e샵 ) 중 하나 이상 들어봤다가 83.9%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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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지가 이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들어본 사람 중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1.6%(전체 51.7%), 그중에서 최근에도 이용했다는 비율은 다시 67.1%(전체 34.7%)로 더 줄었습니다. 알긴 아는데, 당장 찾는 채널은 아니라는 뜻이죠.
관계의 깊이 역시 얕았습니다. 구매 경험자 가운데 멤버십 미가입이 41.6%였고, 최근까지 이용 중인 응답자조차 64.8%가 월 1회 이하로만 구매했습니다. 식품 카테고리의 평균 구매 빈도가 주 1회 안팎인 걸 생각하면, D2C는 습관을 만들지 못하고 일회성에 머무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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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좋지만 배송이 불만
그렇다면 이렇게 일회성이라도 그나마 식품 D2C몰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가격이었습니다. 응답자의 47.7%가 '프로모션/할인/쿠폰 때문에 첫 구매를 했다'라고 답했고, 실제 주 이용 시점도 '프로모션이 있을 때'가 38.7%로 가장 높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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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D2C 대신 쿠팡 같은 플랫폼을 고르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배송이었습니다. '배송이 빠르고 편리해서'가 45.2%로 1위. 설문 전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었던, '여러 상품을 한 번에 결제·배송'은 2위이긴 했지만 응답률은 19.7%에 그쳤죠. 결국 배송 속도와 편의성이 브랜드몰 대신 플랫폼을 선택하게 만든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식품 D2C는 가격으로는 끌어오지만 배송에서 놓칩니다. 먹거리 특성상 신선함·즉시성 기대치가 높았던 건데, 개별 브랜드가 그 수준의 안정적 배송 품질을 유지하긴 어렵죠. 그 사이 빠른 배송을 표준화한 플랫폼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겁니다.
다만 쿠팡의 무제한 무료배송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자주·가볍게 사는 패턴이 자리 잡아 구색에는 비교적 덜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 지점은 D2C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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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특화가 답이 아닐까요?
이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D2C몰은 유통 마진이 없는 가격 이점은 살리고, 배송 속도·품질은 보완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택배사 경쟁으로 익일·새벽 배송 같은 옵션을 개별 브랜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도 하죠.
물론 단위당 배송비는 증가할 겁니다. 쿠팡보다 싸게 팔면서 이 비용을 흡수하려면 주문 단가를 키워야 하죠. 해법은 오프라인 코스트코식 전략입니다. 구색은 슬림하게, 단량은 크게. 즉, 베스트 상품 위주로 대용량·멀티팩·정기 번들을 제안해 평균 주문금액을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제조사에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고객이 D2C를 찾으려면 플랫폼 대비 ‘분명한 차별점’ + 최소한의 편의성이 필요합니다. 다만 플랫폼도 가만있지 않기에, 완전히 동일한 상품을 더 싸게 파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신에 D2C 전용 단량/구성으로 비교 불가한 상품을 설계해야 하는 거죠.
이는 결코 쉽진 않겠지만, D2C 맞춤 상품 역설계와 집요한 운영이 결합되면 길은 열릴 겁니다. 그러다 보면 식품 D2C 브랜드몰의 성공 사례도 곧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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