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이자 퍼싱스퀘어캐피털 CEO인 빌 애크먼이 영국 명품 시계 브랜드 브레몬트(Bremont, 브레몽)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애크먼은 본인 트위터를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알렸는데요. 브레몬트 측에 따르면 애크먼은 기존 투자자(Hellcat)와 함께 4840만 파운드어치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이번 투자 유치 때 브레몬트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억 파운드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크먼은 회사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한 게 아니라, 개인 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어요. 지분 투자를 하게 된 계기는 참 묘한데요.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박람회에서 브레몬트 시계를 구입한 후 제품 품질에 반해서 회사 주식까지 매입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지분 투자에 앞서 애크먼이 직접 브레몬트 창업자인 닉 잉글리시와 자일스 잉글리시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투자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고요.
그럼 브레몬트는 어떤 회사일까요.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로 성장했어요. 특히 영화 <킹스맨>에서 주인공들이 이 시계를 차고 열연을 펼쳤는데요. 덕분에 브레몬트는 전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죠. 포털 검색창에 '킹스맨 시계'를 치면, 브레몬트가 바로 뜰 정도로 영화 흥행 효과를 톡톡히 누린 거예요.
그럼 애크먼은 단순히 시계가 좋아서 투자한 걸까요? 우리는 투자 대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면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애크먼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깐깐한 투자자로 유명하죠. 괜히 월스트리트에서 그의 별명이 '리틀 버핏'이 아닙니다.
일단 브레몬트는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처를 확보한 곳으로 '투자할 만한' 기업이란 시장 평가를 받습니다. 뛰어난 디자인에 더해 군수용 시계를 제작, 납품할 정도로 품질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곳이죠. 애크먼에 따르면 브레몬트는 전체 매출의 30%를 전세계 군대와 특수부대에 시계를 납품하면서 창출하고 있어요.
더욱이 명품 시계 브랜드의 기업가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라이틀링(Breitling)이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는 42억 스위스 프랑(약 45억 달러)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앞서 이 회사는 2017년 투자를 유치할 때 약 8억 스위스 프랑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2021년 투자 유치 때는 약 30억 스위스 프랑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5~6년새 기업가치가 무려 5배 가량 커진 셈이에요.
한발 더 나아가, 경기침체기에도 명품 브랜드가 주목을 받는다는 점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침체기에는 일명 소비 양극화가 일어나곤 하는데요. 명품 브랜드 제품은 잘 팔리지만, 일반 소비재 제품의 판매는 부진한 경향이 나타나는 거예요. 빌 애크먼이라면 투자에 앞서 이런 경향도 분명 고려했을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어요.
아쉽게도 브레몬트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아닙니다. 즉 우리가 빌 애크먼을 뒤따라서 이 회사의 주식을 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하지만 빌 애크먼 행보를 보면서 우리의 투자 시야는 넓혀 볼 수 있습니다. 국내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명품 브랜드 기업 중 안정적으로 실적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새로운 투자 섹터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일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늘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