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편지 : 게으름, 평온한 감정, 평양냉면

전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 게으른 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냠냠편지는 구독자와의 약속이니 주기적으로 이걸 하다 보면 내 게으름도 고쳐지지 않을까?' 하는 시커먼 욕망으로 냠냠편지도 시작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시즌2 부터 제가 냠냠편지를 여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화의 음악을 고르고 글을 쓰지 않으면 동구리, 알렉스도 글을 쓸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제 어깨는 더욱더 무거워졌지요. 

얼마 전,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알렉스는 더 바빠졌는데, 그래서인지 제게 이번 냠냠편지의 주제를 빨리 내놓으라고 닦달하더라고요. 전 천천히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주제와 음악을 찾고 있었는데, 알렉스의 잔소리로 이번 주제는 더 생각이 안 나네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분명 하려고 했는데, 잔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지고 더 우유부단해 지는 것! 그래서 결국 떠올린 노래는 Jay SomEverybody Works입니다. 

이 노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노래입니다. 제가 의욕이 없을 때 듣는 노래 중 하나이고요. 여러분도 이 노래를 듣고 이번주도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 Everybody Works - Jay Som

오늘은 구독자님께 대뜸 편지로 찡찡대고 싶은 게 있습니다 : 저는 요새 ‘조급해요’. 나나가 알렉스의 독촉(?)을 받고 나서 느꼈을 그 마음처럼요. 아무래도 설날을 지내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한가득인데, 시간은 빠르게 흐르니까요.
 
바쁜 기분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저녁마다 요가와 명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대신에 카페인 함량이 비교적 낮은 차 종류를 마시려고 하기도 해요. 그러다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평양냉면 먹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감각을 곤두세워야 느낄 있는 육수의 감칠맛, 수더분한 메밀의 향은 왠지 차분하고 평온한 감정 상태를 닮았어요.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화끈한 불닭볶음면이나 마라탕도 좋지만, 오히려 이렇게 평양냉면같이 조용하고 얌전한 녀석이 무섭도록 중독적인 알고 계시죠? 일상을 보내다가 맞닥뜨리는 어떤 자극이 주는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먹먹한 감동에 마음이 일렁이다가도, 심장이 쉬지 않고 벌렁대다 보면 결국에는 잔물결 없이 고요한 기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 오늘은 이른 시간에 저녁 요가 때리고 평양냉면 시켜 먹어야겠어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봉피양, '평양냉면'
잘 지내셨나요?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나나와 동구리를 쪼게(?) 되어버렸네요. 사실 작년에 퇴사를 하고 1년이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스스로를 바쁘게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주변 사람들까지 그런 기분에 휩쓸리게 만든 것 같더라구요.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번엔 나나와 동구리가 좋아할만한 평양냉면 집들을 추천해드리려고 해요.

을지로 우래옥, '평양냉면'
첫 번째 평양냉면 집은 '우래옥'입니다. 혹시 평양냉면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장충동 계열 / 의정부 계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텐데요. 우래옥은 장충동 / 의정부 계열과는 또 다른 하나의 독자적인 뿌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른 평양냉면 집들 보다 강한 육향이 특징인 곳이에요.

을지로 우래옥, '평양냉면'
다른 평양냉면 집들과 또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보다 대중적인 맛을 내는 점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제가 '닮고 싶은' 평양냉면 집이랍니다. 특유의 진한 고기 육수 때문에 '이게 무슨 평양냉면이냐'고 하는 슴슴파(?)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누가 뭐래도 제겐 제일 맛있는 평양냉면이에요! 특히 위에 올라간 배 고명을 중간중간 하나씩 먹으며 리프레시를 시켜주면 더 좋답니다.

방이동 봉피양 본점, '평양냉면'
두 번째 평양냉면 집은 '봉피양'이에요. 앞서 소개드린 우래옥 출신 김태원 대표님께서 운영하고 계신 곳인데요, 우래옥의 명맥을 잇는 곳 답게 우래옥 평양냉면의 특징이 확실히 드러나는 곳이랍니다. 다만 우래옥 보다 면의 메밀 함량이 높고 육수의 육향이 덜해, 면과 국물을 한꺼번에 입에 넣었을 때 메밀향이 더 잘 느껴진다는 게 봉피양 평양냉면의 강점인 것 같아요.

방이동 봉피양 본점, '평양냉면'
추가적으로 봉피양 평양냉면의 킥은 이 얼갈이 배추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반 평양냉면에 다 올라가는 무 고명과 또 다른 느낌의 알싸함과 아삭함을 보여주는 이 반찬이 전 너무 마음에 들더라구요. 부족하지 않게 추가할 수 있는 반찬으로 나오는 것도 좋구요! 제가 처음으로 맛있게 먹은 평양냉면이기도 하고, 다른 분점 - 심지어 백화점에 입점한 분점들까지도 항상 평타 이상의 맛을 내고 있어 항상 추천하는 곳이에요.

을지로 우래옥, '평양냉면'
하루종일 바쁜 일상에 치이고, 맵고 짜고 단 것에 길들여진 일상을 살아가다 한 번에 슴슴한 평양냉면을 드시긴 어렵겠지만, 우래옥이나 봉피양 같은 육향 낭낭한 대중적인 평양냉면으로 가볍게 기분전환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구독자 님만의 기분전환하기 좋은 음식이 있다면, '답장우체통'을 통해 알려주셔도 좋아요. 날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냠냠크루들과 함께 다 같이 우래옥 한 번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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