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열두 살인 우리 진성이가 다섯 살 때 일이다. 두 살 터울 삼형제를 데리고 아이를 키우는 친한 친구들과 처음으로 키즈카페에서 함께한 날이었다. 친구들은 앉아서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나에게는 함께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진성이가 편백 블록을 집어던지고,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고, 좋아하는 돈가스는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말려야 했고... 불편하고 땀이 났다. 원하는 걸 못하게 하자 진성이는 핏줄이 설 만큼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그냥 내버려둘 수 있는 곳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한두 달 전부터 뭔가를 원할 때 진성이가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가르치던 게 ‘하고 싶어’였다. ‘하고 싶어’에는 먹고 싶어, 놀고 싶어, 소리 지르고 싶어 등 원하는 모든 단어들을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고!싶!어! 네 음절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하!’ 자 없이 ‘고시퍼’ 세 음절만 어쩌다 한두 번 따라하던 때였을 거다. 그곳에서 진성이는 ‘고시퍼’를 연신 외치며 울어댔다. 모든 아이들이 다가와 “왜 그래요? 아파요?” 물어보는데 또 진땀이 났다. 아직도 그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까지 나는 진성이의 행동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하며 전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매번 ‘진성이는 왜 이럴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을까?’ ‘말로 하면 되는데 다른 애들처럼 왜 말을 못할까?’ ‘조금 진정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할까?’ ... 이렇게 한없이 의문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저 “하고 싶어, 라고 해봐!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며 끝없이 가르치기만 했었다.
나는 잠시 기다리다가 차분하게 진성이에게 “하고 싶어?”라고 물었다. 진성이는 “고시퍼... 고시퍼...”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얘기했다.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게 있대.” 하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근데 왜 ‘고시퍼’예요?”라고 또 질문했다.
“응... 아직 말을 잘 못해서 ‘고시퍼’라고 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너 뭐 하고 싶어? 이거? 이거?”
작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도와주었다. 그 작은 아이들보다 어쩌면 더 어렸던 엄마와 함께하던 진성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왜 진성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게 어려웠을까... 왜 누군가가 진성이에 대해 물으면 눈물부터 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