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로르 파야드와 사라 파탈라가 쓴 <디자인씽킹, 과녁을 빗나가다>는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디자인씽킹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가치 있는 비판을 제공한다. 그러나 디자인씽킹이 ‘실패했다’는 필자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이 글에서 나는 그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디자인씽킹을 유연한 '발판(scaffolding)' 또는 ‘여지가 있는 툴킷’으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실패'라는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필자들은 디자인씽킹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도발적이지만, 방법론 자체와 그 적용의 문제를 혼동한 결과로 보인다. 그들은 결과에 있어서 실무자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은 실무자의 기술, 판단력, 상황 인식의 영향을 받는 프레임워크이다. 브라운(Brown, 2009)이 지적했듯, 디자인씽킹은 공감, 실험, 반복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원칙은 잘못 적용될 수 있다. 필자들이 인용한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구의 카페테리아 재설계 실패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과 운영 및 규제에 대한 부적합한 고려로 실패했다. 그러나 만약 실무자가 브라운이 제시한 벤 다이어그램(적절성, 실현가능성, 실행가능성)을 활용해 프로토타입 솔루션을 평가했다면 이러한 실패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 고려해야 할 실행 요소는 ‘실현가능성’이다. 여기에는 기술적 실현가능성뿐 아니라 법적 규제 및 정책적 실현가능성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이처럼 단순한 도구는 실무자에게 ‘과연 실현 가능한가?’, ‘방해가 될 수 있는 장애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만약 실무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해 이러한 질문에 적절히 답하지 못한다면, 관련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분별력이 바로 실무자의 역할이다.
필자들은 디자인씽킹을 비판하면서 이 방법론이 실행될 때 지나치게 단순화되는 경향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그들은 디자인씽킹이 공식을 따르듯 실행되고, 맥락을 벗어나며, 단기주의적이라고 주장한다. 나 역시 실제로 디자인씽킹의 그런 모습을 목격해 왔다. 필자들이 지적했듯, 이러한 사례는 해커톤과 같은 이벤트성 워크숍이나 시간 제약이 있는 프로젝트에서 흔히 관찰된다. 프로젝트나 워크숍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스로 “satisficing” (Simon, 1956)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일반적으로 ‘프로세스를 잘 따랐다’는 생각에 근거해 자신의 공식화된 아이디어를 합리화한다. 이는 분명 혁신에 있어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필자들은 소셜섹터의 실패 사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디자인씽킹의 적응력과 효과성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제인 첸(Jane Chen)과 팀이 만든 사회혁신 제품인 유아용 워머(Embrace Infant Warmers) 사례이다. 이들은 스탠퍼드 디스쿨의 '극도로 경제적인 디자인(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이라는 과정을 수강하며 혁신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디자인씽킹을 활용해 현장에 깊이 공감하고, 사용자의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문제를 재구성하며, 아이디에이션과 프로토타이핑을 여러 번 반복해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미숙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는 사용자를 위해, 사용자와 함께 제품을 만드는 데 디자인씽킹이 활용된 성공 사례이다.
사람들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씽킹을 활용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디자인씽킹의 실패일까? 아니면 디자인씽킹을 적용한 실무자의 실패일까? 아마 둘 다일 수 있다. 반대로 디자인씽킹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는 디자인씽킹의 성공일까? 아니면 실무자의 성공일까? 역시 둘 다일 수 있다. 실무자의 영향력은 매우 다양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결과의 성공이나 실패를 오롯이 방법론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디자인씽킹은 실패했다’라고 주장하기보다는, ‘디자인씽킹을 적용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디자인씽킹의 효과는 특정 맥락을 가진 문제에 디자인씽킹을 적용하는 실무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구분은 방법론과 그것의 적용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디자인씽킹은 발판 또는 여지가 있는 툴킷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내가 디자인씽킹을 처음 접한 것은 약 20년 전,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이다. 당시 디스쿨은 아직 초기 실험 단계에 있었고, 창립 교수들은 대학 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15명의 박사 과정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씽킹 부트캠프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운 좋게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참가자들은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 버나드 로스(Bernard Roth), 티나 셀리그(Tina Selig), 테리 위노그라드(Terry Winograd) 등의 교수진과 업계 전문가들의 지도 아래, 디자인씽킹의 프로세스, 방법, 도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고방식을 체험적으로 배웠다. 그들은 디자인씽킹 프레임워크가 본질적으로 적응력이 높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실무자가 문제의 고유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나 문화기술지적 연구 같은 추가 요소를 통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디자인씽킹을 개념화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창의적인 협업을 지원하는 유연한 구조인 스캐폴딩(scaffolding)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비유는 스탠퍼드 디스쿨의 초대 학장이었던 조지 킴볼(George Kembel)이 나에게 소개해준 것이다. 건축에서 스캐폴딩이 작업자가 지지하는 임시 구조물 역할을 하듯, 디자인씽킹도 문제 발견부터 해결책 마련까지 효과적인 협업을 위한 개념적인 구조를 제공한다. 스캐폴딩은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종의 발판인 셈이다.
디자인씽킹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는 나의 연구와 강의, 실무에서 계속 적용되어 왔다. 또 다른 유용한 비유는 디자인씽킹을 ‘툴킷’에 빗대는 것이다. 필자들은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방된 단일한 툴킷으로서의 디자인씽킹을 거부합니다”라고 말하며, 툴킷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디자인씽킹은 포함되는 것과 포함되지 않는 것의 경계가 명확하고 확고한 방법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씽킹을 단일한 툴킷으로 간주하는 것은 디자인씽킹을 잘못 알고 있거나 특정 의제를 홍보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객을 찾고 있는 컨설턴트의 경우).
그렇다면 디자인씽킹을 ‘여지가 있는 툴킷’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디자인씽킹은 다양한 도구를 결합하거나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도구를 추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 여기서 말하는 '도구'는 혁신 작업에 유용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지닌다. 디자인씽킹을 ‘여지가 있는 툴킷’으로 상상해보면 실무자는 혁신을 추구할 때 유용한 도구만 꺼내어 키트에 추가할 수 있다.
디자인씽킹을 '여지가 있는 툴킷'으로 보는 관점은 실무자가 문제, 이해관계자, 제약 조건에 따라 접근 방식을 맞춤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관점은 책임을 방법론 자체에서 사용자에게로 전환시켜,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데 있어 실무자의 기술과 판단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이다
<디자인씽킹 과녁을 빗나가다> 아티클은 디자인씽킹의 실제 적용에 대한 중요한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나 ‘디자인씽킹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정적이며, 방법론과 실무자를 적절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을 ‘발판’ 또는 ‘여지가 있는 툴킷’으로 개념화함으로써, 우리는 그 강점과 한계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디자인씽킹의 성공 여부는 그 고유의 특성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술, 창의성, 상황 인식에 달려 있다.
결국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이다. 우리가 활용하는 방법론은 단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목적을 지원할 뿐이다. 나는 디자인씽킹을 포함한 어떤 방법론도 옹호하지 않는다. 대신 유용한 '도구'를 지속적으로 툴킷에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할 뿐이다. 특히 필자들 또한 아티클의 마지막 부분에 사회혁신 분야 실무자들에게 유용할 권고사항을 제시하면서 이 부분을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씽킹은 결코 방법론으로서 스스로 충분하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디자인씽킹이 주장하는 바는 그것이 방법론으로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요리가 나왔을 때, 그것이 꼭 레시피나 주방 도구 때문일까? 분명한 것은, 요리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1. Brown, T. (2009). Change by Design: How Design Thinking Creates New Alternatives for Business and Society. Harper Business.
2. Simon, H. A. (1956). "Rational choice and the structure of the environment." Psychological Review, 63(2), 129–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