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건 음식도 우리 민족이 될 수 있을까? 🛵

님 안녕하세요! 비 내리는 요즘, 맛있는 건 먹고 싶은데 밖에 나가기는 애매하니 배달 음식 많이 시키시죠? 주변에 배달 가능한 비건 음식점이 있다면 배달의 민족 같은 서비스로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비건 음식점이 많지 않아 딜리버리로 먹기는 많이 힘들어요. 비건 음식만 전문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없죠. 그래서 베베는 마켓컬리에 있는 비건 음식만 간간히 사 먹고 있어요. 국내 배달 서비스가 이토록 흥하고 있는데 비건 음식을 배달로 즐길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에요. 그렇다면 해외의 상황은 어떨까요? 궁금한 건 못 참는 베베가 요것도 한번 찾아봤어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올플랜트는 비건 조리식품을 배달해주는 스타트업이에요. '힘들이지 않고 쉽게, 더 많은 채소를 고객에게'라는 슬로건 아래 쉐프가 만든 비건식을 배달해줘요. 소비자는 동결된 음식을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식사 준비 끝! 더 좋은 건 음식의 포장 패키지도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배송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일회적으로 주문할 수도 있고,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있어요. 식사를 식물성으로 갖추는 게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도 챙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올플랜트! 현재 많은 영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고, 그 덕분에 올해 펩키친이라는 신규 비건식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어요! 더 많이 성장해서 우리나라에도 진출해주면 안 될까요?

올플랜트가 영국의 스타트업이라고 한다면, 지금 소개할 심플 피스트는 덴마크의 스타트업이에요. 2014년 설립된 심플 피스트 또한 쉽게 먹을 수 있는 식물성 식사를 집 앞까지 배달해줘요. 음식은 베지테리언을 위한 그린 피스트, 비건을 위한 비건 피스트로 나뉘어요. 또한, 올플랜트와 마찬가지로 음식이 담긴 패키지도 생분해할 수 있어서 친환경적이죠. 최근에는 약 4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심플 피스트의 주 고객층은 가족을 이룬 30~40대 중산층! 그래서 구성도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4~5인분, 싱글 또는 커플을 대상으로 하는 2~3인분으로 나뉘어요. 이렇게 나눈 이유는 해당 나이대에서 소비하는 음식의 품질에 대한 관한 관심이 높고, 제조 과정이 투명한 제품의 구매를 희망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에요.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에도 투명한 제조 과정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소비 트렌드를 노린 비건 배달 업체, 우리나라에도 곧 생겼으면 좋겠어요. 누가 사냐구요? 제가 살게요!!

이번에는 미국으로 가볼게요! 미국은 밀 키트 관련 스타트업이 최근 엄청난 붐을 이루고 있어요. 2022년에는 시장 규모만 14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에요. 이런 밀 키트 스타트업 업계에서 비건 밀 키트 서비스로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바로 퍼플캐럿이에요. 2014년 설립된 퍼플캐럿은 유기농, 채식, 친환경을 컨셉으로 건강한 비건식을 구매자의 집 문 앞까지 배달해줘요. 

다만 조리된 음식을 보내주는 건 아니에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싱싱한 식재료를 받아 동봉된 레시피를 참고해 구매자가 직접 조리해야 하죠. 하지만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요리를 쉬운 레시피로 따라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인스턴트에 지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 시대를 풍미한 모델 지젤 번천이 퍼플 캐럿의 열렬한 팬이라고 해요. 요리하는 재미와 비건식을 먹는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퍼플 캐럿! 공식 홈페이지에 조리법이 올라와 있으니 한번 따라서 해 먹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베지테리언으로 살며 가장 어려운 게 있다면 어떤 걸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비건 과자를 찾기가 꽤 어렵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성분표를 보며 조심히 고르지만 충분하지는 않거든요. 마음 편히 먹을 과자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해도 같은 공장에서 육류가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면 교차 오염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베베도 과자를 좋아하지만 요새는 잘 먹지 못해요. 비건을 위한 과자를 만드는 곳, 어디 없을까요? 많지는 않지만,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비건 과자를 만들어서 주목받고 있어요. 바로 아웃스탠딩 푸드에요!

아웃스탠딩 푸드는 베베레터의 애독자라면 조금 친숙할지도 모르겠어요. 두 달 전에 베베레터에서 짧게 소개한 적이 있는 업체거든요. LA를 기반으로 하는 아웃스탠딩 푸드는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 육류 과자를 만들어요.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스눕독이 즐겨 먹고 투자한 걸로도 유명해요. 

이런 아웃스탠딩 푸드가 최근 60억 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끌어냈어요. 이번 투자는 액수도 액수지만, 조금 특별한 사람이 투자해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바로 미국 NBA 소속 농구팀 LA 레이커스의 센터이자 3년 전 비건 선언을 한 저베일 맥기가 투자에 참여했기 때문이에요. 저베일 맥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먹어본 과자 중 최고다. 식물성에 양질의 단백질로 가득해서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라며 투자 소식과 함께 과자에 대한 감상을 전했어요. 

아웃스탠딩 푸드가 이렇게 추가 투자를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최근 급격히 변한 미국의 소비 트렌드에요. 우리나라에서 비건이 새로운 소비 양상으로 주목받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비건 시장이 큰 성장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지역마다 로컬 비건 음식점이 생기고 있고, 비건 음식을 소재로 한 스타트업도 늘고 있어요. 심지어 실리콘 밸리에는 비건 음식과 관련한 스타트업만 모인 공간도 있다고 해요.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과자 소비량이 8%가량 증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에요. 비축을 목적으로 과자를 대량 구매한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음식점에 따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 식품으로 과자 소비가 늘은 건 사실이거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과자이기도, 비건이기도 한 아웃스탠딩 푸드의 제품이 주목받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해요. 

또한, 대부분의 과자 제조업체가 마트 판매에 의존하는 데에 반해, 아웃스탠딩은 요즘 회사답게 오프라인 판매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더 많은 양을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고 있어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의 면밀한 소통을 통해 브랜드 자체의 팬을 만들려는 전략이에요. 이런 전략은 성장 초기에 있는 업체들이 주로 채택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최근에는 임파서블 푸드가 자사 쇼핑몰을 오픈하기도 했죠. 즉, 아웃스탠딩 푸드는 차근차근 성장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셈이에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비건 과자가 있어요! 잇츠 베러에서 나오는 크래커가 대표적이에요. 베베도 가끔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달지 않고 맛있더라구요.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비건 과자보다 해외 수입 과자의 수가 훨씬 더 많아요. 또한 잇츠 베러가 되었건 수입 과자가 되었건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편은 아니라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해요. 그래서 비건 과자에 아직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어요. 좀 더 많은 과자를 좀 더 일상적인 환경에서 만날 수 있으면 하거든요. 과한 욕심일까요? 

하지만 저는 이유 있는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의 비건, 베지테리언 소비자가 보여주는 소비 양상이 보다 똑똑하고 적극적이기 때문이에요. 과자의 성분과 교차 오염의 가능성을 제조사에 직접 꼼꼼하게 묻고, 사람들과 그 내용을 즉각적으로 공유해요. 그 과정에서 비건에 관한 생각이 대중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나아가 여론을 형성하기도 해요. 그리고 롯데푸드가 비건 라인을 늘리고, 동원이 비욘드 미트 판매를 확대하는 걸 보면 여러 제조사도 비건의 수요가 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뉴스만 봐도 비건이 트렌드라고, 비건을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걸요. 더 많은 제조사가 과자로 비건을 꽉 휘어잡아줬으면 좋겠어요. 베베는 언제든 기다리고 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