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7.28 | 628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에 도착해 정착하다 보니 인사가 늦었어요. 한 달 간 서울에서 열린 테크 이벤트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었는데요. 눈에 확 들어온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과 로봇의 융합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실 로봇하면? 사람을 꼭 닮은 휴머노이드를 떠올리는데요. 휴머노이드의 역사는 무려 100년 가까이 됩니다.

 

첫 로봇은 1928년 등장한 에릭입니다. 1차대전 참전 용사인 영국인 윌리엄 리처드가 만든 에릭은 사실 '분노'의 산물이에요. 리처드는 런던 RHS에서 열릴 모델엔지니어 전시회를 준비했었는데요. 요크 공작인 조지 6세가 개막식 연설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리자 "양철로 된 사람을 대신 개막식에 세우겠다"고 외칩니다.

 

에릭은 전시회 개막식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4분간 개회사를 합니다. 물론 걸을 순 없었고 성우가 무선으로 목소리를 대신했지만 말이죠. 모든 사람이 놀랐습니다. 로봇(체코어 노동에서 파생)이라는 단어는 1920년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처음 사용했는데 불과 8년 만에 이를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1959년 첫 산업용 로봇이 등장했고, 1974년에는 컴퓨터가 제어하는 로봇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997년 혼다는 아시모의 전신인 P2를 내놓았고, 2003년에는 NASA에서 스피릿을 화성으로 보냈는데요. 그만큼 더디지만 발전은 꾸준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로봇은 인공지능을 만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현장의 따끈한 목소리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오늘의 에디션
  1. 데니스 홍이 말한 로봇 ABC
  2. 농업 로봇에 들어온 AI
  3. 웨어러블에 들어온 AI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데니스 홍이 말한 로봇의 시선


얼마 전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아프로(AFRO)가 열렸었는데요. 이 곳에 한국계 미국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로멜라 대표)님이 강사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갔어요. 데니스 홍 교수님은 어린 시절 영화관에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을 보다가 C-3PO와 R2-D2를 보면서 로봇공학자로 꿈을 키웠는데요.

 

이후 버지니아공대 교수로 활동하면서 운전 보조시스템과 인명구조 로봇 등을 발명한 뒤 이후 UCLA로 옮겨 이족보행 로봇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수행하고 있어요. 특히 테슬라가 데니스 홍 교수님과 파트너십을 맺고 휴머노이드를 개발 중입니다. 강연 내용을 질의 응답으로 정리해 볼게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굉장히 많은 종류의 로봇들을 만들고 있어요. 2007년에 무인 자동차 대회 경기에서 3위를 하면서 세계에서 3번째로 무인 자동차를 성공시켰다는 인정을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론 로봇 휴머노이드, 이족, 삼족, 사족 로봇, 바퀴와 다리가 합쳐진 로봇, 등 굉장히 많은 종류의 로봇을 만들었어요.

 

🤫로봇 범위가 매우 넓잖아요.

👦적어도 세 가지가 있으면 로봇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센서 (시각 촉각 청각 등 감각을 받아들이는 장치), 플랜 (결정을 내리는 장치), 액트(걸어가던, 굴러가든, 움직이던) 세 가지 기능이 있어야 됩니다.

 

🤔예를 들어주실래요

👦스마트폰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습니다. 즉 센서죠. 또 고성능 컴퓨터가 있어 플랜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움직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로봇이 아닌 것이죠.

 

😀오 쉽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엘리베이터를 볼게요. 엘리베이터도 센서가 달려있죠? 그래서 3층 6층을 가고요. 판단도 합니다. 그리고 움직입니다. 하지만 로봇일까요?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로봇의 눈으로 사물을 봐!"

 

🤧음 어렵네요.

👦네 어려워요. 중요한 것은 이거예요. 로봇학계는 감각 계획 활동으로 로봇을 판별하지만 정의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결국 로봇은 인간이 하기 싫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존재인데요. 그래서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로봇을 만드실 건가요

👦배달의 민족하고 요리로봇을 만들어 9월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공장용 '로봇 팔'과는 다른 '요리 전용' 로봇으로 레스토랑 음식 제조 시설 가정용으로 확대)

 

🤔만들려면 뭐가 중요해요?

👦요리는 매우 전문적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요리사인 로봇 공학자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게...중요한가요

👦기술자, 엔지니어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을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에 대한 흥분 때문에 프로젝트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 같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본질을 잃을 수 있어요. 다시 얘기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은 정말로 그 프로젝트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에 있어서 본질과 철학이 매우 중요해요.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실래요.

👦요리는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해요. 뻔한 얘기이지만 그런 경우를 잊는 경우가 많아요. 요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현재 피자, 치킨, 국수, 샐러드 만드는 로봇들은 많지만, 이들은 한 가지만 하죠. 한데 로봇의 본질 자체는 탄력적입니다. 그래서 모든 요리할 수 있도록,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의 로봇이 필요해요.

 

🤫인공지능이 있잖아요.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 대해 많이 흥분돼 있는데요. 하지만 모든 문제를 인공지능을 통해서만 풀면 안돼요. 사람이 요리하는 방식을 흉내 내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로봇을 위한 요리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합니다. 왜냐면 로봇이 요리를 하면 사람이 요리하는 것처럼 요리를 할 필요가 없어요. 요리 도구들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기계를 위한 요리 방법과 도구는 어떤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 크게보기

데니스 홍 교수님은 요리 로봇을 만들려면 요리 자체를 연구할 것을 주문했어요. 또 로봇은 사람이 할 수 없는 내용과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 주는 지능적인 기계인데요. 이런 로봇을 연구하려면 로봇의 입장에 서서 사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어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입니다.

아이오크롭스


농업로봇에 들어온 AI

 

현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푸드테크 로봇들을 볼 수 있었어요. 특히 인공지능과 접목되면서 AI로봇이 빠른 속도로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을 목격했는데요. 제가 보고 '와우'한 딱 네가지 로봇(?) 만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아이오크롭스
아이오크롭스는 헤르마이(HERMAI) 스카웃 로봇을 선보였어요. 온실을 완전 자율 주행하며 무인 자동 예찰을 하는 것이 특징. 예를 들어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등 다양한 온실 작물의 생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요. 앞으로? 병해충 탐지, 수확, 운반 등 농업 생산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자동화를 이루는 로봇 라인업을 만들 거래요.

긴트


GINT 긴트
농업에는 무수히 많은 농기계들이 필요한데요. 긴트는 이러한 농기계에 부착하는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한대요. 플루바 오토는 트랙터, 이앙기, 승용관리기 등 다양한 농기계에 탈부착해 LTE 통신망을 기반으로 모바일 앱을 통해 농기계를 제어하는 장비. 현장에서 본 시연은 '와우'. 아날로그 중장비가 자율주행으로 변신합니다. 사진에 있는 트랙터는 '존디어'인데요. 180년된 존디어는 이미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자율주행 트랙터가 아니더라도 긴트의 장비를 통해 자율주행 트랙터가 될 수 있습니다.

크래블


Crable 크래블
크래블은 단말기를 부착해 농기계의 이상유무를 알려주는 센서를 제공해요. 농기계 제조사, 지점, 대리점, 수리 전문점, 정비기사, 농민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장비인데요. 부착만 하면 고장 진단, 소모품 교체 주기 파악 등을 할 수 있고 원격 점검을 할 수 있습니다. 크래블 역시 아날로그 장비를 디지털로 바꿔 줬어요.

에이오 비전


AIO VISION
에이오 비전은 로봇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을 접목한 과일 선별기로 주목을 끌었어요. 예를 들어 사과를 수확하면 사과마다 품질에 따라 등급이 다른데요. 사람들이 이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사과를 등급별로 구분해야합니다. 하지만 에이오 비전의 기계는 이를 자동으로 분류해요. 좋은 사과는 좋은 사과대로 썩은 사과는 썩은 사과대로. 농사 작업에는 이런 분류에만 연간 3600만원의 인건비가 들어가는데요. 에이오 비전 로봇을 도입하면? 2년이면 솔루션 비용을 뽑을 수 있대요.

웨어러블 봇핏


웨어러블에 들어온 AI
 
AI와 로봇의 접목은 단순히 농업에 그치지 않아요. 삼성전자는 연내에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BOT FIT)'을 전격 공개한다고 했는데요. 2019년에 웨어러블 로봇 시제품을 선보인 뒤 4년간 수정을 거쳐 내놓는 '완성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요.어떤 로봇이냐고요?
 
봇핏을 착용하면 복부 근력 사용량이 27% 증가하는 동시에 관절 유연성은 39% 늘어난대요. 몸에 무리 없이 운동량을 증가시킬 수 있어 헬스케어 로봇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봇핏'의 사진과 사양을 담은 임상시험 결과를 최근 사내에 공지했고, 봇핏에 대해 "다이어트, 근력 강화, 체력 증진, 몸매 관리, 보행능력 증진, 보행자세 회복 등 6가지를 실험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봇핏을 착용할 경우 다이어트 측면에서 칼로리 소모와 산소 섭취량이 각각 61%, 75%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는데요.
 
2021년에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아마 상업용로봇으로는 첫 작품이라는 평가를 들을 것 같아요. 웨어러블 로봇이란 말 그대로 몸에 착용하는 '입는 로봇'을 뜻해요. 시장조사기관은 보통 웨어러블 로봇을 용도에 따라 크게 3가지(산업용·군수용·헬스케어용)로 구분해요. 군수용은 록히드마틴, 산업용은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주요 시장 참여자로 꼽히는데, 이 두 가지 용도가 웨어러블 로봇 시장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현재 시장 규모가 3000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은? 미국 엑소바이오닉스와 일본 사이버다인 등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두들겼지만, 로봇의 대당 가격이 2000만~1억원에 달해요. 연간 판매량이 많지 않다는 평가이고요. 또 엑소바이오닉스와 사이버다인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50억~200억원에 그칩니다. 삼성은?
 
🔎 크게보기
봇핏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을 통해 피트니스를 누구나 더 쉽게 할 수 있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이 운동을 안내하고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해 무리없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만큼 AI와 로봇이 결합된 모습.
드리는 말씀

로봇이 AI와 만나면서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영국 시장 조사 및 컨설팅 기업인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352억만달러(약 45원)에 달했는데요. 매년 22%씩 성장해 2027년이면 1409억달러(18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입니다.


로봇의 부상은 인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한데요. 미국 수학자인 테드 카진스키는 "인류는 기계에 의존하는 지위에 쉽게 빠져들어 모든 기계의 결정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실제적인 선택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시스템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기계를 만들고 있고 그 기계로 인해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역설입니다.

반면 구글의 무인자동차 개척자로 평가받는 세바스찬 스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AI의 발전은 인문학"이라고 했는데요. 기계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되돌아 보게하고, 인간의 지능과 인지능력에 대한 이해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메시지입니다.
 
어떠셨나요? 오늘은 로봇에 들어온 AI 현장의 모습을 보여드렸는데요. 개인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막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인류의 발전사는 곧 기술의 발전사거든요. 이를 막고 반대하기 위해선 많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한데, 발전의 속도는 매년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따뜻한 기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지 논의하는게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하세요. 늘 응원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P.S. 실리콘밸리에 이덕주기자, 딥테크를 다루는 원호섭 기자가 합류하면서 색다른 코너를 운영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독자님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좋았어요'를 누르고 말씀 주시면 꼼꼼히 살펴보고 반영하겠습니다. 참! 인스타 스레드를 시작했어요. 제 프로필 사진을 누르면 연결됩니다. 종종 좋은 소식으로 보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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