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했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가을다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늘 더위 조심하라던 서로 간의 인사가 잦아들더니 이제는 코끝에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풍성해진 곰들의 식단에 밤이나 도토리 등 가을 열매가 더해지며 또 한번 계절이 변해감을 느낍니다. 추수의 계절에 닿아 우리는 올해 무엇을 걷어올릴지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얼마 전 두번째 방사장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삽을 푸기는 커녕 아직 도면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지만, 새 방사장을 짓기로 '결정'하는 데에만도 사실 굉장히 오랜 논의와 준비의 과정이 있었더랬습니다. 새로운 사육곰을 매입하는 일과 방사장을 짓는 일 중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지금 위치한 화천의 부지에 추가적으로 시설을 확장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방사장을 지을 만큼의 자금이 충분히 모일 수 있을지 등 모든 질문을 신중히 검토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최선의 것이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곰들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 그리고 앞으로 있을 긴 과정의 시작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올 가을 큰 수확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 쯤이면 화천의 곰들은 붉고 노랗게 물든 낙엽길을 더 자주 밟고 있을 것입니다. 이듬해의 가을걷이는 더욱 풍성해지도록, 그동안 반디님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