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0일  (No. 694)
AI에게 매번 패배하고 있나요?
(휴가 복귀 후에 경영일기 연재를 재개합니다. 여러분의 양해에 감사 드립니다.)


바쁜 금요일 오후, 임원에게 보고할 프로젝트 요약본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음이 급한 여러분은 복잡한 데이터를 ChatGPT에 넣고 "핵심만 3가지로 요약해 줘"라고 입력하겠죠. 몇 초만에 그럴듯한 답이 화면이 나타날 텐데요, 꽤 논리적으로 보이는 내용을 보며 여러분은 "역시 AI를 쓰면 일을 쉽게 할 수 있어."라며 뿌듯한 마음이 들겁니다. 

여러분은 AI를 고성능 계산기나 검색 엔진과 같은 '도구'로 생각할 텐데요, 여러분이 주도권을 갖고 AI를 활용한다고 믿을 겁니다. 뇌의 인지 부담을 덜어내는 도구로 AI를 사용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와튼스쿨의 스티븐 쇼(Steven D. Shaw)와 기디언 네이브(Gideon Nave) 교수는 사람들이 비판적인 검토 없이 AI의 결론을 자신의 생각처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 상태에 빠져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간은 직관(시스템 1)과 숙고(시스템 2)라는 2가지 방식으로 생각을 하는데요, AI가 외부에서 인간의 인지 과정을 대체하는 '제3의 시스템(System 3)'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

인지적 항복 현상은 연구진의 실험으로 바로 드러났습니다. AI가 의도적으로 틀린 답을 제시했을 때 참가자들은 AI의 오답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정답률은 AI를 사용하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무려 15%나 하락했죠.

더 무서운 것은 AI가 틀린 답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자기 답에 대한 확신도(confidence)'가 AI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오히려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AI를 활용해 자기 논리와 의견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 자체를 포기하고 AI의 추론 결과를 본인의 실력이라 착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인지적 항복을 방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때 AI에게 "트렌디한 아이디어 5개 내줘"라고 지시한 후 AI가 내놓은 답변 3개를 골라 보고서를 채우지 마세요. 그것은 기획이 아니라 그저 '편집'입니다. 

대신, AI를 브레인스토밍의 시작으로만 쓰세요. AI가 준 답변을 훑어보고 나서는 화면을 끄고 빈 노트에 여러분의 언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를 다시 구성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의 기획력이 지켜지고 향상됩니다. 

AI 시대의 진짜 실력은 '프롬프트를 얼마나 유창하게 짜느냐'가 아닙니다. AI가 주는 그럴듯한 답에 현혹되지 말고 '나만의 생각'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여러분의 실력이 됩니다.


*참고논문
Shaw, S. D., & Nave, G. (2026). Thinking-Fast, Slow, and Artificial: How AI is Reshaping Human Reasoning and the Rise of Cognitive Surrender. Working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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