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 장인이 모여있던 동네가 어떻게 명품 브랜드가 사랑하는 상권이 되었는지 패션을 통해 바라본 성수의 역사와 성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서울의 큼직한 상권들은 다 각자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남 안에서도 가로수길과 청담을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따로 있고, 연남 망원이 가진 차분하고도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홍대의 왁자지껄함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그에 반해 성수동은 조금 특이한 지역입니다. 성수동은 지하철역 기준 서울숲-뚝섬-성수 권역을 말하는데, 어느 구역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성수동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숲 역 근처로 범위를 좁혀도 한강과 서울숲 조망의 고급 주거 단지, 주택단지와 이를 개조해 만든 카페와 쇼룸들, 곳곳에 남아있는 공장지대 등 각각 다른 풍경을 떠올리며 방문 목적과 경험에 따라 지역을 다르게 기억합니다. 성수동에서 만나게 되는 패션 브랜드들도 다채로운 성수동의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지난 5월 서울숲으로 이전한 대림미술관에서 헤리티지 전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Once upon a Bag》을 선보였습니다. VIP를 대상으로 하는 백화점이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전시가 아닌 성수동에서 무료 전시를 진행한 이유는 성수동의 역사가 가진 헤리티지가 에르메스의 브랜드 스토리를 전할 수 있는 좋은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또, 코로나 이후 늘어난 MZ 세대의 명품 소비로 확인한 젊은 층의 잠재 고객, 고급 주거상권이 가진 구매력이 에르메스의 타겟에 부합하는 점도 이유가 됩니다.

지난 7월 18일까지 성수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되었던 샤넬 넘버 5 100주년을 기념하는 《샤넬 팩토리 5》팝업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성수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샤넬은 앞서 2017년 샤넬의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 기념 프라이빗 오프닝 파티, 20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쇼》, 올해 《샤넬 팩토리 5》까지 세번이나 베뉴로 에스팩토리를 선정했으며, 이외에도 2019년 《샤넬-퍼렐 캡슐컬렉션》 기념 공연을 성수 대림창고에서 진행하는 등 큰 행사와 쇼를 위한 공간으로 성수동을 고수해온 바 있습니다. 이는 공장지대 속 힙한 공간들이 주는 의외성과 생동감 넘치는 지역의 분위기가 샤넬의 행사 성격과 맞물린 점도 있지만, 공간의 특성상 서울 내에서 그들이 원하는 면적을 활용할 수 있는 단기 임대공간이 성수동에만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패션 브랜드가 F&B와 결합된 쇼룸을 운영하는 이유는 이전에 한번 Knitted Letter(오프라인 스토어에도 부캐가 필요해)에서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가 오프라인보다 활발해진 요즘 오프라인 쇼룸은 상품의 구매 공간 보다 소비자와의 소통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때문에 쇼룸과 결합된 카페는 오프라인 스토어의 주요 수익 창출 창구이자, 집객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성수동에도 이런 형태의 공간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성수를 대표하는 F&B와 쇼룸이 결합된 공간들을 만나볼까요?

서울숲에서 동명의 카페 겸 쇼룸을 운영하던 유어네임히얼은 지난 6월 29일 건물을 이사하며 Low + Wide를 더한 합성어의 ‘로와이드’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분리했습니다. 낮은 자세와 넓은 눈으로 고객을 바라보겠다는 뜻의 로와이드는 벌써부터 많은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하여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그시오빵과 대표 디저트 우피파이 등의 디저트들은 로와이드가 패션 브랜드 유어네임히어의 카페가 아닌 베이커리 카페 로와이드 자체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좋은 메뉴입니다. 멀지 않아 새들러의 크로플이 그랬던 것처럼 로와이드의 디저트들도 유어네임히어라는 이름을 떼고 더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테라스의 벤치는 모두가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 스폿인데다, 애견 동반도 가능하니 서울숲 산책 후 커피 한잔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2층의 시팅 공간 한쪽에 유네미의 쇼룸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숍인숍처럼 구성된 작은 공간이지만 진열된 옷을 착용해 볼 수도 있고, 매장에 준비된 태블릿으로 다른 상품들을 보고 주문도 할 수 있으니 카페 간 김에 쇼핑도 잊지 마세요.

유즈풀 아뜰리에의 인스타그램에는 각각의 안경이 어떤 장소나 영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는지 상품에 대한 뒷이야기도 볼 수 있고, 카페의 신 메뉴 등에 대한 소개도 업데이트 되니 팔로우 해두면 찾아가고 싶은 날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여름을 위한 선글라스를 구입하러 가보는 것도 좋겠죠?

2층엔 디저트 카페 텅플래닛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텅플래닛은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텅’을 모티브로 하며 “혀를 통해 맛을 느끼는 순간, 커뮤니케이션하는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이 모인 세계를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비비드 한 색감의 가구는 모두 텅플레닛에서 자체 제작한 것으로, 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오묘한 맛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색적인 가구들 외에도 텅플래닛을 대표할 수 있는 것에는 그래픽적인 요소가 매력적인 디저트들이 있습니다. SNS에 올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모지 케이크와 텅 쿠키는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맛까지 있어 혀를 즐겁게 해줍니다. 디저트가 서브되는 플레이트 또한 텅플레닛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이번에 리모델링 되며 기획된 픽션(Picktion) 이라는 공간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픽션은 전 세계에서 엄선된 라이프스타일 아트 오브제를 편집한 Take 라인과 텅플래닛이 직접 다자인 하거나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전개하는 라이프 스타일 오브제 Give 라인으로 구성되어 제품들을 바탕으로 고객과 소통합니다.

의류, F&B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상품 제작, 편집까지 하고 있는 아더에러가 진출할 다음 분야는 탬버린즈와 같은 뷰티 브랜드가 아닐까요?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 않는 아더에러의 다음 도전 분야는 어떤 것일지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