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설립하여 현재까지도 함께하고 있는 ‘뉴지스탁’은 이제까지 총 두 번의 M&A를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는 국내 2호 유니콘 기업이었던 옐로모바일의 형제 회사였던 옐로금융그룹에 의해서, 두 번째는 대구은행, 하이투자증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DGB금융지주에 의해서였어요.

두 번째 M&A가 진행되기 전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요. RCPS(전환상환우선주)로 투자했던 초기 투자사가 펀드 만기가 다 되어간다며 저희와 모회사에 풋옵션 소송을 걸어와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당시 뉴지스탁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전환을 하며 고속성장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소송을 건 투자사에 많이 서운하긴 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 지분이 아니라 투자사 모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대형사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했고, 그중 가장 핀테크 투자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DGB금융지주와의 M&A를 통해 지배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해소할 수 있었죠.

2015년 창업했던 아파트 서비스 ‘호갱노노'는 2018년 4월에 직방에 의해 M&A 되었습니다. 직방이 처음 찾아오신 게 2017년 초였고요. 창업 2년이 채 되기 전이었던 당시 호갱노노는 밸류가 높지 않았고, 직방은 경쟁사였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1차 협상이 결렬된 후 직방에서는 아파트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18년에는 양사가 좀 더 서로 의지가 있는 상태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3월에 논의를 시작해서 4월에 납입이 완료되었을 만큼 M&A는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하나는 추가 투자 유치에 허들로 작용했던 옐로금융그룹의 지분을 청산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당시 걸려있던 초기 투자사의 소송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뉴지스탁에 건 소송은 기각이 되었지만, 모회사에 건 소송이 남아있었거든요. 

당시 창업팀은 오히려 일부 지분을 더 확보해 아직까지 저희가 뉴지스탁의 2대 주주로 남아있습니다. 나아가 계열사의 상장을 잘 하지 않는 금융사의 관례에도 불구하고, 뉴지스탁은 어느 정도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받고 추후 기회가 있다면 IPO 또한 가능하도록 DGB금융지주 측과 잘 이야기가 되기도 했고요.

M&A의 계기는 금전적 이익과 사업적 시너지, 크게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대표나 공동창업자가 구주 매각을 통해 엑싯할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M&A라는 선택지로 수렴하게 되었습니다. 임직원 8명 중 6명이 개발자로 ‘제품 잘 만드는' 팀이었던 호갱노노가 직방을 통해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도 사업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컸죠.

그 맥락에서 저희가 원했던 건 실사나 자료 제출 없이 M&A를 원했는데, 직방이 첫 번째 협상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두 번째에 받아들였던 거였어요. 두 번째는 심플했죠. 

사실 이 질문을 빌려서 솔직히 말하면 저희는 첫 번째 협상 때 더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는 저희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5명이었고, 사무실도 굉장히 좁았는데 직방에서 찾아오셨을 때 직원들이 다 그걸 보고 들으니까 직원들부터 많이 흔들렸었거든요.

평정심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M&A 제안을 받게 되는데요. 사실 실제로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안 될 수도 있고, 안 돼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셔야 해요.

보통 인수 제안이 오면 많은 대표님들이 동요하시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내부에 바로 공개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직원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일이 안 되거든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 주식은 어떻게 되는 거지?’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고요. 그래서 인수 과정도 가급적 비공개로 진행하시기를 권해드려요.

또, M&A라는 하나의 옵션에 베팅하기보다는 투자 딜을 함께 시도하는 등 동시에 여러 옵션을 고려하시면 좋겠어요.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인수를 논의하면서 다른 투자는 받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등 시간을 끌다가 결국 M&A가 무산되면서 회사가 아예 주저앉게 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제일 좋은 가치로 매각을 하려면 우리가 우리 비즈니스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고,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거예요. 보통 스타트업이 인수된 후라도 대표나 창업자가 완전히 나가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주식 의무 보유 약정을 기반으로 상당 기간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바이어 입장에서도 대표자가 사업에 계속 집중하려고 하는지를 눈여겨 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독립적인 경영 보장과 필요한 지원을 받아 서비스 트래픽 약 10배 성장했어요”

저는 인수 후에도 3년간 공동 경영을 맡았어요. 직방 측에서는 인수 후 8개월까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으실 정도로 저희를 100% 신뢰해 주셨죠. 독립적인 경영에 대한 내용이 계약서에 있긴 했지만, 실제 보장해 주느냐는 또 다른 느낌이거든요. 그러면서도 마케팅 등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요. 실제로 여러분이 보셨을 법한 호갱노노 CF도 M&A 이후고요.

저희는 창업 2년 반 만에 인수가 됐잖아요. 더 이뤄보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이 아직 많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M&A 당시 40만 정도였던 호갱노노의 트래픽은 제가 나올 때쯤 400만이 되었죠.

“끈질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 이해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M&A 이후 인수 기업에서 파견이 나와서 PMI*라는 과정을 통해 한 회사로 가는 적응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게 정말 중요했죠.

인수를 결정하신 분들, 실질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하시는 분들과 잦은 소통을 했어요.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서로의 비즈니스와 비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정한 금리를 기준으로 월별 계획까지 세워 움직이는 금융회사와 오늘 다르고 또 내일이 달라질 수 있는, 일명 ‘린 스타트업.' 다른 DNA의 회사가 한 몸이 되는 데는 실제로 충분한 적응 기간이 필요했으니까요.

또, IT 벤처 기업이라도 금융회사의 계열사가 되면 상당히 많은 규제의 대상이 돼요. 시스템상 허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금융그룹 계열사로서 필수적인 것 외에는 규제나 관리의 차원에서 최대한 수위를 낮춰달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도 했죠. DGB금융지주 측에서도 이런 요청들을 잘 받아주셨고요. 덕분에 국내 핀테크 기업 중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는 최고수준으로 구축했다고 자신 합니다. 

*PMI란 Post Merger Integration으로 합병 후 잠재적 효율성을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결합하고 재배치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합니다.

“어떤 회사든 대표의 DNA를 따라간다고 생각해요”

M&A를 금전적인 이익이나 전략적 시너지의 측면에서 다소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회사든 대표의 성격과 DNA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한 회사를 인수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단순한 계약 이상으로 보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라면 정말 우리랑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