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보고 싶은 드라마가 참 많이도 쏟아지더군요. 새로운 작품을 고르는 일은 종종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왜인지 넷플릭스에서 10분이 넘도록 스크롤과 눈알만 굴리다가 잠들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맙소사) 귀중한 휴식 시간에 가장 훌륭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과 무한에 가까운 선택지는 오히려 피로감만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이미 잘 알고 있는 익숙하고 그리운 작품을 골라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만의 휴식 시간에 소파에 눌러앉아서 예전에 좋아했던 만화책 H2를 다시 구해다가 읽고 있습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스포츠 멜로드라마입니다. 종이 지면이 가진 제약을 활용한 엄청난 연출력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감정을 담은 여백과 위트 있으면서도 절제된 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멜로드라마의 솜사탕 같은 기분을, 주인공들의 재능과 노력과 팀워크를 보고 있자면 규칙은 잘 몰라도 뜨겁게 응원하는 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학생 시절 아다치 미츠루의 세계는 어떤 종류의 감성을 맡아주었던 근사한 작품입니다. H2와 함께 러프와, 터치, 카츠를 연달아 읽으며 푹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레시피대로 직접 만들어 맛보고 싶고, 멋진 영화를 보면 짧은 다큐를 만들고 싶은 것처럼 아다치 미츠루가 전하는 청춘의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출발선에 서서 시계를 맞추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독자님에게는 저의 H2 같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여러 번 돌려보며 오래도록 좋아하고 있는 뭔가가 있다면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예술적인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