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피움 에디터입니다 😁
이번 피움은 예정된 목요일보다 하루 일찍 보내 드리게 되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나누고 싶은 글이 있었거든요.
지난 11월 12일 대통령 부인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 질환이 있는 소년을 안고 찍은 영상과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것이 ‘빈곤 포르노’라는 문제 제기가 일어났었죠. 수많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에디터의 눈에도 이는 논란의 여지 없는 빈곤 포르노로 비쳤는데요.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협하고 저열한 인식뿐만 아니라 심각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외교 매너와 인권 감수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진과 영상을 보며 어떻게 대통령 부인이라는 위치에서 저럴 수 있냐고 아연실색했지만, 한편으로는 에디터가 과거에 진행했던 모금 캠페인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한 심장병 환아를 한국에서 치료해 주기 위한 비용을 모금했던 캠페인이 유독 생각났는데요. 비싼 수술을 현지에서 해 줄 수 없는 형편에 대해 소개하며,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수십 번씩 고민을 하면서 캠페인 원고를 작성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를 철저히 지양하는 걸 표방하는 단체에 몸담고 있었기에 최대한 주의를 하면서 쓴다고 썼던 것 같은데... 수 년이 지나 다시 당시의 모금 캠페인 페이지를 찾아보니, 에디터의 기억이 완전히 왜곡돼 있었던 것을 발견했어요. 잠재 기부자들이 아이의 처지를 최대한 딱하게 여기도록, 그래서 지갑을 흔쾌히 열도록,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장치는 다 동원했었더라고요.
구구절절하게 써 내려갔던 글을 다시 읽다 보니 그제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그 캠페인은 꼭 성공해야만 하는 캠페인이었다는 사실이요. 목표한 모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안 그래도 모자란) 단체의 운영비로 아이의 치료비를 충당해야 했기에 그 캠페인은 무조건 성공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되살아난 기억은 꽤나 충격적이었어요. 건강한 모금 홍보만을 한다고 스스로 자부해 왔지만, 에디터도 성과 압박을 받으면 결국은 빈곤 포르노적 방식으로 모금을 하는 사람, 즉 '비참함의 상인(merchant of misery)' 중 하나였던 거니까요.
에디터의 지난 잘못에 대해 변명을 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소위 '먹히는' 홍보를 위해서는 '좋은 마음'으로 '돕고자' 하는 상대의 존엄을 착취해야만 하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지는 현재의 모금 생태계는 분명 크게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태계가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끊임없이 개발도상국과 빈곤층에 대한 착취적인 이미지와 서사를 공급하고 있는 단체들, 그리고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소비하는 기부자들이 모두 책임이 있을 거예요. 어쩌면,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이번 빈곤 포르노 논란은 '비참함의 매매'가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던 징후적인 사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피움에서는 최근의 빈곤 포르노 논란에 대한 피다의 시각을 담은 글을 보내 드려요. 지구촌 빈곤 해소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단체들이 침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 보며 함께 성찰해야 하는 지점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연재하는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시리즈의 두 번째 기사도 함께 전해 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