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가득 채우고픈 국내 소설가 4명

🍷 1월의 포커스*

책장 가득 채우고픈 국내 소설가 4명

김언수, 최윤, 윤혜령, 권여선

*이 달의 포커스 시리즈는 특정 분야, 장르에 집중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

✏️ 주키드's 웰컴 코멘트

"만약 카프카와 마르케스와 권터 그라스 사이에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소설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책을 들춰볼 것이다. 그 위치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연수, <지저분하게 책 읽기를 권함>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작가와 처음 만나는 맥락은 참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가는 베스트 소설 매대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작가는 아니에요. 그런데 어떤 계기로 한 번 만나게 되면, 그의 책으로 내 책장을 가득 채우고 싶어지는 한국 현대 소설 작가 4명입니다:) 님의 2022년 독서 라이프도 순항하기를 바라며, LET'S MANCHI!

*만취레터에 첨부된 이미지, 와인색으로 볼드처리된 텍스트는 모두 관련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뜨거운 피 | 김언수

▶ 596쪽

출처= 문학동네

💌 한 줄 큐레이션

시간 순삭시킬 한국형 누아르 소설!

🧀 내가 잘 모르는 낯선 세계에 발들이기

제게 인생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여러 개가 떠오르지만 쉽게 고르기 어렵지만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하나의 책이라면 주저 없이 김언수 작가의 책을 꼽고 싶네요. 그만큼 몇 번을 읽어도 재밌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김언수 작가는 현재까지 3편의 장편작을 출간했습니다. '캐비닛'은 초능력자 이야기고, '설계자들은 암살자 이야기, '뜨거운 피'는 건달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데요. 겪어보지 못했을 평범하지 않은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를 옮겨온 듯 순식간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렇게 흡입력을 갖는 비결을 묻자 김언수 작가는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아 이러한 인물들을 창조한다고 답합니다. 세상에 평범한 사람들은 단 한명도 없고,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하고 특별하다는거죠. 우리는 너무나 쉽게 타인을 범주화해서 바라보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 나오는 장르색이 짙은 작품이더라도, 재미 뿐만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문장들이 나오기에 더욱 그의 작품에 빠져들게 됩니다.

올 상반기에는 원양어선 어부들에 관한 소설 '빅 아이'가 출간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 작가는 실제로 6개월동안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탔다는데요. 그 안에서 얼마나 생생한 현실과 강렬한 문장들을 벼려왔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 만취 모먼트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판? X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Curated by 포테이토

<뜨거운 피> 보러가기

동행 | 최윤

▶ 366쪽

출처=문학과지성사

💌 한 줄 큐레이션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다면

🧀 소설은 존재를 발가벗는 작업

최윤 작가의 본명은 '최현무'예요. '최현무'란 이름으로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가르칩니다. 때때로 번역 일을 하기도, 문학 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해요. 오직 소설을 쓸 때만 '윤'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가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어요. "소설은 존재를 발가벗는 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이름을 쓴다."

이미 소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일과 끊임없이 존재를 발가벗으며 창작하는 일을 오갔던 내공 덕분일까요. 그의 소설은 사회와 역사, 이데올로기 같은 관념적인 주제를 다룸에도 쉽게 읽힙니다. 모든 단어가 허투루 쓰이지 않은 채 촘촘히 쌓여있고, 절제된 수사에 깊은 통찰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최윤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경계인입니다.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을 만나 이쪽에도 저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합니다. 그랬던 경계인이 타인을 만나 다시 살아가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현대인의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해 정확한 표현으로 길어 올린 뒤,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를 품은 채 살아가는 것 아니겠냐며, 더는 어둡고 그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겁니다.

경계에서 해매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최윤 작가의 소설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윤 작가의 글은 님 마음에 쏙 들 거예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경계인이니까요.

💘 만취 모먼트

그녀 편에서는 절실하고 보는 우리는 애달프며 그 느낌은 늙을 줄을 모른다.

- <소유의 문법>

Curated by 주키드

'최윤' 작가 만나러 가기

가족을 빌려드립니다ㅣ윤혜령

▶ 368쪽

출처=나남

💌 한 줄 큐레이션

부쩍 가족에 관한 고민이 많아진 당신께

🧀 가족은 가장 가까운 이방인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신가요? 날카로운 말을 내뱉고 뒤돌아 후회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족이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려고 하면 뜸을 들이게 되는, 가장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복잡한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의 의미는 딱 한 단어로 정의될 순 없는 것 같아요. 여기 가족 내에 얽혀있는 다양한 상황과 심리를 날카롭게 풀어내는 작가가 있습니다. 숨겨진 보석 같은 작가, 윤혜령이에요.

윤혜령 작가는 등단한 지 20년 된 베테랑 작가입니다. 방송대문학상, 한국소설신인상, 아시아황금사자문학상 등 많은 문학상을 휩쓴 작가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어요. 그러나 출간 외 다른 활동이 없어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작가이죠. 윤혜령 작가는 <꽃돌>부터 <가족을 빌려 드립니다>까지 가족 간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 많습니다. 윤혜령 작가는 날카롭고 섬세한 심리 묘사의 귀재예요.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말로 풀어내기 힘든 복잡미묘한 고민을 소설 속에서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이러한 문장은 계속해서 가족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하게 만들어요.

저도 갖고 있던 고민에 대해 답을 내리게 되었어요. 가족은 가장 가까운 이방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건 맞지만, 때로는 한 발짝 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남에게 말 못 할 가족에 대한 고민으로 혼자 앓고 있다면 윤혜령 작가의 소설을 보며 하나씩 풀어나가 보시길 바랍니다.

💘 만취 모먼트

실제로 가족은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는 사이가 아니던가? 그 상처를 확인하는 것이 고통스러우니까 등을 돌리고 모른 채 살아가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우리는 가족이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

가족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서로를 잘 모르는 사람들 아닌가요? 그래서 더 큰 상처를 주고 받는지도 모르고요. 한쪽이 틀렸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요?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Curated by 볼그레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보러가기

안녕 주정뱅이 | 권여선

▶ 276쪽

출처=창비

💌 한 줄 큐레이션

쓰디쓴 인생, 술 한잔에 털어버리겠나니

🧀 주류(酒類)문학의 대가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리문학상', … 화려한 수상경력만큼이나 권여선 작가를 수식할 수 있는 말도 많겠지만, 각종 인터뷰와 작가 소개에서 그를 뒤쫓는 단어는 단연 ‘애주가’입니다. 하물며 대표작 또한 술로써 엮어낸 단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이니까요.

저는 몇 년 전 친구에게 <안녕 주정뱅이를> 선물로 받아 권여선 작가를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제목과 저를 보곤 웃더라고요?..)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제목에 비해 내용은 썩 가볍지 않아요. 소설 속 술자리는 주인공들이 떠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도피처입니다. 작가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고난과 상실을 그려내고, 인물들은 현실에 쫓기듯 술잔을 들어요. 술은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현실 세계를 잠시 떠날 장치이자 도피처가 되어주는 동시에, 인간을 무방비한 상태로 내던지며 현실을 직면할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말이죠.

출간 이후 많은 이들이 작가가 자꾸 술 얘기를 해서 이미지가 굳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후 소설에서는 술을 한 방울도 나오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한을 쏟아내듯 <한겨레 21>에 음식 산문을 가장한 안주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음식 뒤에 ‘안주’자만 붙으면 못 먹을 게 없다.”라는 명대사와 함께 소주와 함께 즐기는 안주를 소탈하게 적어내어 술꾼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답니다.

대표작인 <안녕 주정뱅이>를 줄이면 '안주'라며 본인의 술과 안주에 대한 사랑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가 권여선. 인터뷰나 산문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오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 침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님 이번 한주는,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서재 속에 그의 책이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술 한 잔으로, 혹은 소설 한 편으로 우리의 고단한 하루를 털어낼 수 있을 거예요.

💘 만취 모먼트

술자리는 내 뜻대로 시작되지 않고 제멋대로 흘러가다 결국은 결핍을 남기고 끝난다. 술로 인한 희로애락의 도돌이표는 글을 쓸 때의 그것과 닮았다.

- <안녕 주정뱅이> 작가의 말 중에서

Curated by 지또술

'권여선' 작가 인터뷰 보러가기

🍺 오늘의 한 잔

스카치 위스키

"하루 종일 머리 쓰며 일하고 나서 다음 날 또 일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살다 보면, 착상을 전환시켜주고 다른 비행기를 타고 날도록 해줄 만한 것이 위스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다음 만취레터

다음 만취레터 키워드는 '명품'입니다!

최근 개봉한 <하우스 오브 구찌>처럼 명품가의 스토리를 다룬 영화도 좋고, NFT 시장에 뛰어든 명품을 다룬 지식 콘텐츠도 좋습니다. 명품 하울 같은 말랑말랑한 콘텐츠도 좋으니, 만취레터 구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명품'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이든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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