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호 미리보기
#작은도시이야기 소식
#육일봉 이야기
#창백한 일몰 선홍
#낮잠
#두견 소곡 약주

안녕하세요! 시인들 🌸

청두입니다.


봄을 알린 꽃이 졌습니다.


지는 봄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물길을 따라 꽃은 화사하고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나무의 굵은 줄기만큼 넘치는 꽃이 길 위에 굴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모여들어 봄의 축복을 나눴습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요. 2주라는 짧은 시간 뒤로 꽃잎은 각자 흩어져 땅으로 떨어집니다. 조금 더 남아 있을 꽃을 찾아 천 넘어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 단락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조금 늦춰 봅니다. 완만한 산을 오릅니다. 겨울 내 딱딱했던 바닥은 푹신해 졌고, 무채색의 낙옆 위에 흩날린 선홍빛 꽃잎은 대비를 이뤄 더 화사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야속하게 꽃은 집니다. 이제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해 봅니다.


차를 달려 파주에 다다릅니다. 넓은 길을 따라 반겨주는 꽃들이 반갑습니다. 다시 과거로 여행온 듯 남겨진 봄을 만끽합니다. 그렇게 다시 봄을 만나기 위해 오가기를 몇 번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이내 꽃잎이 모두 땅에 흐트러진 날을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이제야 사라진 선홍빛이 아닌 연두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 길을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쉬움에 취해 끝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꽃을 반기는 마음에 생기가 가득 했고, 그때 피어올랐던 기운은 이제 은은한 숯불처럼 지긋하게 결실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뜨겁게 피었던 꽃은 무심하게 졌습니다. 공허한 빈자리엔 결실을 준비하는 열매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화려함 뒤에 고요한 완성이 시작됩니다.


봄을 알린 꽃이 짐으로서 가을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새로운 결실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뜨겁게 피고 고요히 진 꽃들을 추억하고 하루하루 결실을 향해나갈 모두를 지지하며  작은도시이야기4월 호 시작해 보겠습니다.🙌

자립건축.自立建築 _ 주체적 건축 이야기

ACoop x 작은도시이야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

  • 지난 호에서 '자립건축.自立建築 _ 주체적 건축 이야기' 프로젝트의 시작을 전했습니다.  한달 동안 9공간의 인터뷰 및 실측을 완료 하였습니다. 현재 ACoop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 공간의 정보를 정리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콘텐츠의 목차와 전달 방식을 설계 중이며 빠르면 5월 부터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건축가의 시선과 예술가의 시선으로 본 을지로 예술공간과 사람에 대한 해석으로 보다 입체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호에선 그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육일봉' 인터뷰를 '이달의 이야기'를 통해 공유드립니다.


프로젝트 소개

  • ACoop(에이쿱)과 작은 도시이야기는 을지로의 문화 예술 공간을 ‘자립건축'이라는 시각으로 재발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8개의 공간은 을지로의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영향 받으면서, 작가들의 주체적인 삶과 작업 의지를 통해서 변형 되어 왔습니다. 이와 같은 변형은 개별적인 욕구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공간 및 건축에 대한 태도와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이번 에이쿱+작은도시이야기의 자립건축 톡(talk)에서 8개의 을지로 문화 예술공간을 이해하고, 기록하고, 재발견하고, 해석하고자 합니다.


참여 공간

무지갯빛 언덕을 만든 사람들 《육일봉》


"문을 열었다 도망쳐 나왔어요." 심심치 않게 육일봉의 문을 넘지 못한 사람들에게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인쇄소가 늘어선 골목 6층에 위치한 육일봉에 들어서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혹은 압도됩니다. 그곳은 가정집 같고, 신당 같고, 전시장 같고, 파티룸 같습니다.


숨이 찰 듯 6층에 올라서면, 옛 음식점에 걸려 있었을 것 같은 대형 풍경액자에 '六一峰'이라는 흰 글씨가 선명합니다. 차오르는 숨, 넓은 경치를 보니 마치 산 정상에 오른 듯하기도, 80년대 영화 오프닝의 한 장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 위엔 주석이 달리듯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이라 는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후 마주한 현관엔 '극락문'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습니다. 문 밖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육일봉'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은 자신이 겪어온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드러냈음을 알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동시대 사람들이 함께 겪는 어려움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육일봉의 신호를 받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함께함으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같이 성장할 문이 열립니다. '신진'이 '초신진'을 위해, '소수자'가 '소수자'를 위한 길을 열어갑니다. 각자의 색으로 채워진 공간은 점유자들에게 극락이 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극락문을 열어준 육일봉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본 인터뷰는 작은도시이야기와 ACoop이 함께 진행하는 ‘자립건축'의 일환으로 진행된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양성 #존중 #연대 #생존

창백한 일몰 선홍 / Pale sunset Violet Red


어쩌면 우리는 '대상'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지하고 이해한 '감각'을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감각은 '어떠한 느낌'으로 남습니다.


유리가 된 흙엔 그날 마주했던 '환희'가 담깁니다. 무형의 느낌은 형태라는 옷을 입은 덕분에 3차원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유한한 인간의 감정은 도자가 되었기에 시간을 넘어서게 됩니다. 개인적이었던 인간의 감정은 도자가 되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환희'는 기록되고 나눠질 수 있게 됩니다.


숨이 차올랐던 산행. 완만해 보였던 능선은 한걸음 딛는 촉감엔 가파르게 느껴집니다. 형형 색색의 식물과 새소리, 바람이 기억에 물듭니다. 함께 걷는 이와 의지하며 돕고, 때론 가벼운 농으로 웃음이 오갑니다. 잎새를 통해 비치는 볕은 따뜻하고, 귓가를 흐르는 땀은 바람을 만나 선선합니다.  단단한 경사는 더 부드러운 감각을 기억하게 합니다.

 

산봉우리에 선홍빛 태양에 내려앉습니다. 낮동안 지면을 달구었던 태양은 부드러운 붉음으로 하늘을 물들입니다. 산을 타고 또르르 굴러 어딘가로 튀어갈 듯 아찔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리가 된 작은 산 정상엔 연선홍 태양이 흔들흔들 자리 잡습니다.


오늘 어떤 풍경의 잔상이 남으셨나요. 어떤 것은 연하게 흔들리는 흐림으로, 어떤 것은 선명하게 화려한 선명함으로 기억되었을 것 같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풍경을 다시 그려보길 바라며, '행복'이 함께 했던 일몰이 떠오르길 바라며 '창백한 일몰 선홍'을 소개합니다.

#권지영 #PS CENTER
낮잠
Bongwooree With Watersports

숨 가쁜 시간을 보냅니다.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그 일을 기어코 다 해버리고야 맙니다. 모든 일이 일단락됩니다. 그 끈질김과 집요함 이후 '마지막'을 마주하게 합니다. 영원히 안 왔으면 했던 순간이 결국 찾아옵니다. 끝이 가져온 여유엔 공백이 스며듭니다. 해가 서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기 시작하며 숨 가쁜 공허가 나에게 침몰합니다. 텅 빈 밝음 안으로 나는 무기력하고 나른합니다. 잠이 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흥겨운 음악들이 지나갑니다. 온몸에 금칠을 해보고, 독백도 해봅니다. 그렇게 잔뜩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어떤 날은 또 다른 내가 나를 부축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시점을 맞이하고 나니 뜨겁고 힘겨웠던 모든 과정이 없었던 일 같이 느껴집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침몰 속에서 눈을 감습니다. 서로가 풍긴 냄새, 나눈 이야기, 들었던 음악, 계단 모두가 느린 진동으로 다시금 마주하기 위해 눈을 감습니다. 오는 잠에 나를 맡깁니다. 그때 그 사람들에게도 나의 시간이 남아 있길 바라봅니다. 그도 바쁨을 지나 잠시 눈을 감을 때면 그곳에 우리가 있길 바라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잠깐이라도 편히 쉴 수 있길 바랍니다. 쉼이 필요한 우리들의 나른함을 위해 'Bong Woo Ree with WaterSports'의 '낮잠'을 소개합니다. 

  "오래된 기억의 냄새 흐려진 지워진 얼굴 그날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두견 순곡 약주

두견양조


봄꽃이 만개합니다. 연 분홍빛의 진달래는 산과 들에 첫 꽃망울을 터트리며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산불이 나거나 황폐해진 곳, 민둥산 같이 척박한 곳. 산성이 강한 땅에 진달래는 자라납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핀 여린 꽃의 삶은 시련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진달래는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슬픔을 공감하고 위안을 주는 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반도에 주로 서식하는 진달래는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천지꽃', ' 참꽃', '두견화'가 진달래의 다른 이름입니다. 하늘과 땅이 준 꽃,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진짜 꽃, 두견새가 토한 피에서 피어난 꽃. 시련에 목 놓아 슬퍼하고, 그것을 양분으로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꽃을 떠올리게 하는 '두견양조'의 '두견 순곡 약주'를 소개합니다. 

두견 순곡 약주

 ※본 콘텐츠는 지역을 기반으로 주조되고 소비되는 술을 소개하는 짐빠🚲와 함께 합니다.

작은도시에서 열리는 전시, 공연, 프로젝트 소식을 전합니다.

본문 중 선홍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4년 5월 작은도시 전시 소식

📢2024년 5월 작은도시 공연 소식

이상으로 4월 작은도시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끝내고 싶지 않았던 끝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김없이 시작이 탄생합니다. 먼 길을 돌아서야 아쉬움을 넘어서면 결실을 향한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정치 못한 곳에서 피어나 희망을 알려주었던 '두견화'는 이제 뒷산엔 지고 없지만, 마음에는 남겨 보려 합니다. 황폐함 속에서 피어난 여린 선홍을 가끔 꺼내 보면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어느덧 찾아온 새로운 시작이 두렵기도 합니다. '어떤 것'이냐보다 '원치 않았음' 때문일 것입니다. 어지러운 마음에 지나간 시간이 그리워질 때면 봉우리와 워터스포츠의 노랫말처럼 나른한 낮잠에 빠져보려 합니다. 그렇게 눈을 감고 한껏 그리워하고 쉬어가면 그만입니다.


화사한 꽃이 지고 푸르름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연녹빛 새로운 시작을 앞둔 모두를 응원합니다. 어김없이 시작된 오늘도 응원합니다. 시인들의 남은 4월과 오는 5월이 더 푸르길 바라며, 낭만 가득한 5에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작은도시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