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영본색
15호
2021-11-22
소설 안녕하세요 이하오입니다. 중영본색 15호에서는 홍콩의 스타 매염방의 전기영화 <매염방 梅艳芳>, 살인사건을 재현한 영화로 한탕 노리는 사람들 <양명입만 杨名立万>, 그리고 중국이 선택한 “인민 영웅”의 얼굴 오경(吴京) 배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홍콩의 딸 매염방의 전기영화 <매염방> 홍콩의 전설적인 스타 매염방의 전기영화 <매염방 梅艳芳>이 지난 11월 12일
중국에서 개봉했습니다. 2021년 부산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공개되기도 한 영화 <매염방>은 고천락(古天乐) 배우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으며, 홍콩의 모델 왕단니(王丹妮)가 매염방 역할을 맡았습니다. <매염방>
© 더우반 영화 <매염방>은
매염방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매염방은 걸음마를 채 떼기도 전부터
언니 매애방과 홍콩의 밤무대에 서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밤무대를 전전하던 매염방은 신인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타일리스트 에디(고천락 분)를 만납니다.
에디는 매염방의 독특한 스타일링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매염방을 정신적으로 지지하고 보듬어주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데뷔 초 무대에서 만난 장국영과는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연예계 생활을 함께합니다. 왼쪽부터 <매염방> 중 매애방, 에디, 장국영
© 더우반 매염방은 뛰어난 가창력과 독특한 중저음 보이스로 데뷔 초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무대와 영화계를 종횡무진합니다. 그러던 중 매염방은 조직폭력배와의 싸움에 휘말려 한동안 태국 치앙마이로 피신하여 지내게 되는데, 이 시기 매염방은 데뷔 후 처음으로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홍콩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그저그런 아티스트로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합니다. 6개월 후 홍콩으로 돌아온 매염방은 노숙자들에게 도시락을 나누어주고 여러 재해 및 질병을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치는 등 홍콩 국내외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매염방은 자궁경부암 투병 중에도 연예계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며, 2003년 12월 30일
향년 40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지막 콘서트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매염방
© 더우반 영화 <매염방>에
대한 중국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립니다. 영화가 매염방의 인생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이 있는 반면 매염방의 인생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는 호평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영화 <매염방>은 관객들의
기대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영화와 실제 영상을 교차한 편집 방식은 영화의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1980~1990년대 홍콩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매염방의 노래를 나지막이 따라부르고,
장국영의 장례식과 매염방의 마지막 콘서트 영상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훌쩍이는 소리로 영화관이 소란했습니다. 장국영과 매염방
© 더우반 매염방이 떠난 2003년 홍콩에는 사스(SARS)가 번졌고, 4월 1일
배우 장국영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매염방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사스 장기화로 침울해진 홍콩 사람들을 북돋우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여 모금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자궁경부암 말기 소식이 대중에게 알려진 뒤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지막 콘서트를 열어 팬들을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홍콩과 팬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매염방은 "홍콩의 딸"이라는 별명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장국영과 매염방은 각자 죽기 전 에디를 찾아가 “나를 기억할 거지?”라고 묻습니다. 영화 <매염방>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들을 잊기는커녕 그리움만 점점 커졌다고 대답합니다.
”잊지 않고
마침내 만나다(忘不了 终相见)”, 영화 <매염방>의 부제입니다. 2. 살인사건을 재현한 영화로 한탕 노리는 사람들 <양명입만> 86년생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 화제입니다. 11월 11일 개봉한 코믹 미스터리 영화 <양명입만>이 <듄>, <007> 등 할리우드 영화를 모두 제치고 높은 흥행성적을 내며 11월 중국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양명입만>
© 더우반 <양명입만>은
최근 중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방탈출 게임 형식의 영화입니다. 1900년대 초 상해의 유명한 부자가
대저택으로 각본가, 감독, 배우, 무술배우, 평론가 등 영화계 인물들을 불러모읍니다. 부자는 손님들에게 “얼마 전 상해에서 발생한 대저택 살인사건을 재현하는 영화를 찍어 대박 작품을 만들어보자“라며 계획에 합류할 것을 제안합니다.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계획이지만, 영화계 퇴물이라는 소리를 듣던 참가자들은 “양명입만(扬名立万: 사회적으로 명망을 쌓고 유명세를 얻음)”을 위해 계획에 합류합니다. 그러나 곧 참가자 중 한 명이 실제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과 이들이 모인 대저택이 바로 사건이 발생한 범행
현장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참가자들은 아비규환에 빠집니다. 뒤늦게 탈출을 시도하지만 대저택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혔고, 영화 필름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양명입만> 스틸컷
© 더우반 영화 <양명입만>은
거금이 들어간 세트장이나 특수효과, 인지도 높은 배우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중국 관객들은 <양명입만>을
두고 "2021년 중국 최고의 미스터리물"이라고 추켜세우고, 평점 사이트에서는 중국 역대 미스터리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양명입만>은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구성 모든 방면에서 탁월합니다.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허점이 드러나 싱겁게 끝나는 여타 미스터리 작품과 달리 <양명입안>은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관객들이 살인 사건의 안타까운 전말을 알게 됐다고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 감독은 관객들을 다시 혼란에 빠트리고, 모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마지막 순간에는 쾌재를 부르게
합니다. <양명입만> 중 배우 소몽접
© 더우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성공에 대한 탐욕을 동시에 드러내며 선과 악을 오가는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중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배우 소몽접(苏梦蝶)의
캐릭터가 화제입니다. 한물간 배우로서 어린 후배들을 질투하고 대박 작품을 찍어 명성을 되찾고자 하지만
여성 배우를 비하하는 영화계 인사들의 말에는 날카로운 돌직구를 날립니다. 소몽접을 띄워주기 위해 어린
배우를 두고 “너무 빨리 떴군, 누군가 뒤를 봐줬겠지“라며 음흉한 웃음을 띄울 때 소몽접은 “몇 년 전엔 저를 두고 그렇게
말했겠네요”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요즘 어린 여자애들은
너무 힘을 주는군“이라는 말에 “힘을 줘야죠. 어린소녀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데요. 당신들은
앉아서 그 애들의 예쁨만 즐길 따름이죠”라고 받아칩니다. 대저택의
곳곳에 도사리는 위협 속에서도 소몽접은 주도적으로 고난을 헤쳐나갑니다. 중국 관객들은 소몽접 캐릭터를
두고 “구시대적 발상을 완전히 벗어난 신선한 캐릭터“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중국 영화계의 빠링허우(80后) 감독들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적은 제작비를 십분 활용하여 창의성을 발휘하고, 세련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유명한 일부 감독과 배우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지루했던
중국 영화계에 젊은 감독들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3. 중국이 선택한 "인민 영웅"의 얼굴 오경 <전랑2> 중 오경
© 더우반 <장진호>의
흥행수익이 56억 위안을 돌파하면서 주연배우 오경(吴京)은 “244억 배우”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전랑2>, <유랑지구>, <장진호> 등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top5에 오경 주연작만 세 작품이고, 오경이 지금까지 배우 및 감독으로서
참여한 작품들의 총 수익은 244억 위안을 넘어섰습니다. 매년
두세 편의 흥행 작품을 내는 오경은 “흥행 보증수표(票房密码)“로 통하며, 영화계는 오경의 신작이 오경의 전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주목합니다. 중국
영화계에는 오경 외에도 쟁쟁한 중견 배우들이 많지만, 오경은 독보적인 흥행 파워를 자랑합니다. 오경은 어떻게 중국 영화의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을까요? 왼쪽부터 <전랑2>, <유랑지구>, <장진호>
© 더우반 한 영화계 비평가는 △선량하고 정직한 눈빛 △오경의 얼굴이 중국 국민이 상상하는 중국 군인의 모습과 가장 유사하다는
것 △무술 배우 출신으로서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갖춰 액션영화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 등 세 가지 요소를 오경의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보여주는 영웅의 이미지와 상반된 평범한 아저씨 같은 평소 모습이 SNS상에 자주 퍼지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선전 영화에서 위기의 순간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인민 영웅“의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는 오경으로서는,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SNS상에서 화제가 된 오경의 2022~2023년 개봉 예정작 © 더우반 배우 오경은 2000년대 이후 활발해진 중국의 선전 영화 제작과 SNS 상용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성공한 배우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오경을 만들었고 오경은 이에 응답하듯 활발하게 작품에 참여하고 대중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최근 SNS상에는 오경의 향후 출연작
목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022년부터 2030년까지 개봉하는
오경 주연의 영화는 서른 편에 달합니다. 일각에서는 오경의 이미지가 과도하게 소비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74년생인
오경이 액션 배우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영화관계자들은 서두르고 있습니다. 소설(小雪)에는 눈이 내릴 정도의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월동 준비를 시작하는 절기라고 합니다. 지난 봄 넣어두었던 두꺼운 옷들을 꺼내시고 겨울을 준비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절기 대설(大雪)에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행인 이하오 이메일 주소 lihao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