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날의 신문스크랩을 올리시는데요. 본업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회사나 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라디오 팀은 보통 디제이(DJ)·작가·프로듀서(PD)로 구성됩니다. 회의를 통해 한 회차의 소재가 결정되면, 작가님은 원고를 써주시고, DJ는 진행을 통해 팀의 얼굴이 되어 주시고, PD는 음악을 선곡하거나 생방송 시간 관리를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총연출합니다.
라디오PD로 일한 지는 이제 만 6년을 넘겼는데요. 종교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가수가 진행하는 평범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습니다. 지금은 1년 반째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 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 와, 라디오 피디는 제 꿈의 직업이기도 했는데요. 지금 하시는 일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장점은 음악 듣는 걸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음악 듣는 게 일이 된다는 점입니다.
👩💻혹시 전공은 어떤 걸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다가 방송영상학과(前신문방송학•現커뮤니케이션학)로 전과해 심화전공 했고, 미술사를 부전공하며 졸업했습니다.
👩💻컴공과 방송영상학과와 미술사라니 기술과 예술과 인문을 다 배우셨네요. 본업이 피디시면 업무만으로도 바쁘실 것 같은데요. 업무 외에 활동을 병행하며 시간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1) 일단 시작합니다.
2) 몇 번 반복해 본 후에는
3) 과정을 시스템화하고,
4) 이를 창의적 업무와 단순 업무로 분류합니다.
5) 반복되는 단순 업무는 자동화 또는 템플릿화 해 둡니다.
예를 들면, 라디오 일에서는 ‘초대석 준비 업무’를 ‘노션 템플릿화’ 해 뒀습니다. 방송의 특성상 매주 새로운 게스트와 연락할 일이 생기는데요. 이때마다 다량의 정보를 주고받는 데 생각보다 큰 품이 들더라고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놓치는 정보가 생기기도 하고요.
이 다량의 자료를 목록화해서 드라이브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템플릿화에 착수했습니다. 마침 노션을 막 익히던 때라 템플릿화에는 노션을 활용했어요. 덕분에 두세 번씩 연락하게 될 일을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돼 시간을 많이 절약하고 있습니다.
6DP 운영에는 ‘신문에서 발견한 기사의 디지털판 링크를 찾는 일’을 ‘코딩으로 자동화’해 뒀습니다. 자동화 페이지 제작에는 코딩 잘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척척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요즘의 소소한 목표입니다.
👩💻우와, 코딩으로 자동화라니 너무 멋집니다! 매일 아침 8종의 신문을 읽으신다고 들었는데요. 신문을 읽기 전과 후, 스크랩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차이가 혹시 있을까요?
신문 읽기가 오랜 취미였던 터라 전과 후의 차이를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왜 여러 종류의 신문을 읽기 시작했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학생 때 해외탐방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소재를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신문을 뒤적거렸던 게 시작이었어요. 지금도 신문을 읽으면서 방송 소재를 얻기도 하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어 가기도 합니다.
👩💻그럼 신문의 여러 면 중에서 어떤 면의 기사를 가장 좋아하세요?
과학·기술 분야 기사를 좋아합니다. 인간사는 정치와 철학으로 구성돼 있지만, 인간사의 변곡점은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 여부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와, 정말 멋진 인사이트네요! 예정님, 최근에 구입하신 물건은 어떤 게 있나요?
최근 구매한 물건도 ‘시스템화’와 관련이 있네요. 직전 답변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시스템화’ 예시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오프라인에서 적용해 보는 시스템화’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6DP를 운영한 지 2년 반 정도가 됐는데요. 매일 8종류의 신문 읽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소소한 문제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문제①) 신문을 쫙 펼치면 가로 80cm·세로 55cm 정도인데, 여기에 업무용 컴퓨터까지 펼쳐두면 평범한 크기·구조의 책상으로는 스크랩까지 해가며 신문을 읽는다는 게 영 불편하다.
문제②) 스크랩의 방법으로 ‘기사 사진 찍어두기’를 취하고 있는데, 조명의 위치나 종류에 따라 그림자가 심하게 지기도 해 신경을 써야 하는 게 귀찮다.
문제③) 매일 8종류를 읽다 보니 신문은 정말 빨리 쌓이는데, 이를 마구잡이로 쌓아두면 지난 일자의 기사를 확인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쓸데없이 긴 시간을 소모해야 해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최근 구매한 건 ‘시스템 책장’과 ‘시스템 책상’입니다. 이케아의 이바르 시스템을 활용했어요. 책상을 기준으로 양옆에는 약 170cm 높이의 책장을 설치했고, 책장에는 총 30개의 선반을 꽂아 지난 한 달 동안의 신문을 일자별로 정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가운데 책상은 아이맥을 올려두고도 신문 하나를 쫙 펼칠 공간이 나오도록 층을 달리해 구성했고, 여기에는 집게형 작업등을 두 개 달아서 어떤 각도에서도 그림자가 지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세팅했습니다.
신문을 읽으면서 스크랩까지 편하게 끝낼 수 있는 책상을 갖고 싶어서, 그간 스탠딩 책상도 사용해 보고, 직접 철제 책상을 설계해 주문 제작도 해봤는데요. 실패 끝에 낙이 온다고(?) 드디어 6DP용 책상은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에서, 생활에서, 불편했던 점은 컴퓨터를 사용하든, 물리적인 시스템을 갖추든,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을 시도하는 편입니다.
👩💻예정님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창작가, 또는 롤모델로 생각하는 인물이 있나요?
영국드라마 <Doctor Who>에서 주인공 독터의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좋아해요.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문제를 유연한 사고와 탁월한 순간 판단력으로 훌륭하게 대처해 내는 그 즉흥성을 특히 좋아합니다. 시간여행 하는 것도 부러워요!
👩💻혹시 최근 흥미롭게 보신 마케팅 사례나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있다면요?
홍대 정문 옆에 살고 있어서 주로 산책하는 코스도 홍대 거리인데요. 최근에 산책하다가 신기한 공간이 있어서 구경하고 왔습니다. e스포츠 구단 T1에서 오픈한 <T1 BASE CAMP>라는 공간이었는데, 구단 팬을 위한 포토존이나 굿즈샵도 마련돼 있고, PC방으로도 운영되는듯 하더라고요. 특히 단체석을 예약하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처럼 유리창 앞에 일렬로 앉아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간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e스포츠 구단인 T1이 리그와 경기를 넘어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했다는 자체가 신선했어요. 특히 e스포츠 특성상 선수 페이커 님과 T1은 외국인 팬도 많을 테니, 관광객 접근성이 좋은 홍대에 이런 공간이 마련됐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겸사겸사 한국의 PC방 문화를 체험해 볼 수도 있을 테고요. 아, 그런데 홍대 한복판이라 그런가. PC방 요금은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싼 편이긴 했습니다.
👩💻오, 프로 게이머처럼 게임을 할 수 있다니 멋진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나 뮤지션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키타니 타츠야의 <PINK>입니다. 베이스가 강렬한 밴드 음악을 좋아해요.
👩💻모든 것 중에 물건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혹은 가장 좋아하는 물건 단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시 무인도로 가야 하나요? 무인도까지 옮겨주는 사람도 있나요? 그렇다면 저는 해머스트렝스 파워렉.
👩💻헬스기구를 가져가신다고요? ㅎㅎ 혹시 지금 하시는 업무 외에 꿈꾸는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청사진을 갖고 인생을 사는 편은 아니라서요. 언제나 지금처럼 취향에 맞는 일, 눈앞에 놓인 문제를 계속해서 먹어 치우는 것. 그러면서도 발전을 도모하는 것. 그게 꿈이라면 꿈입니다.
아, 계획은 없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있습니다. 체력! 체력은 정말 중요해요! 매주 3회 이상 근력운동 가는 게 평생의 생활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라이터레터 구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속된 표현이지만, "생각이 길어지면 결과가 후지다"라는 말을 믿는 편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고민 중인 친구가 있다면 '일단 부딪혀 보라'는 조언을 얹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게 무엇이든, 일과 병행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뭔가를 꾸준히 해내도록 만드는 건 '정신력'인 줄 알았는데, '근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근력운동을 해야 합니다. "생각이 길어지면 결과가 후지니, 실행력을 위한 근력을 갖추자" 정도가 되겠네요. 서울라이터레터 구독자 여러분 모두 득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