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당시에도 투표함 보관 부실, 사전투표 절차 위반 등 선거관리상의 위법을
코트레터
2026. 6. 12.

코트워치 기자들이 이번 주 주목한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선거 무효' 성립의 조건

지난 8일, 한 유권자가 서울시장 선거의 무효를 주장하며 선거소청을 제기했습니다.


이틀 뒤인 6월 10일에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무효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주의 한 투표소에서 발생한 '선거인명부 누락' 등 선관위의 선거관리 부실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선거소청이란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선관위에 제기할 수 있는 행정 절차입니다. 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기각·각하 결정을 하면, 이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무효소송의 판단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① 선관위 혹은 후보자 등이 선거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고,

② 해당 규정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특히 ②번의 경우 실제로 후보자의 당락을 뒤집을 정도의 중대한 영향력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지금까지 제기돼 온 선거무효소송에서 어떤 쟁점이 주로 다뤄졌고,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선거관리 부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은 서울 강남구을 선거 결과에 불복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선관위가 '투표함 봉쇄·봉인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민주통합당 측에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 투표함 21개의 봉쇄·봉인 상태를 확인했고, 수서동 제4투표구의 투표함에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나머지 정상적인 투표함의 경우 자물쇠나 테이프를 사용해 투표함의 뚜껑 혹은 투입구를 닫았으나, 수서동 제4투표구 투표함은 '투표함 하부의 봉함·봉인 전부를 하지 않아 허위로 만든 투표지를 추가 투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거사무 관리집행의 잘못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결함이 발견된 투표함의 유효표(1268표) 전부를 낙선한 민주통합당 후보자의 득표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결과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선거 무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당시에도 투표함 보관 부실, 사전투표 절차 위반 등 선거관리상의 위법을 주장하는 소송이 다수 제기됐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후보자의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선거 무효 주장


특정 후보자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선거 무효를 주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6년 인천 부평구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은 선거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선거에서 문 전 의원은 당선된 새누리당 후보와 26표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문 전 의원은 당시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현수막 등에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신이 표를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야권 전체의 단일후보'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정의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뒤 선관위에 '야권 단일후보' 표현을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했는데,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을 명시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당 측의 문제 제기로 3당(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이 후보단일화에 합의하지 않은 경우 '야권 단일후보'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문 전 의원은 이러한 선관위의 대응이 부적절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허위사실공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이 꼭 '3당이 합의한 단일후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현수막에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함께 기재돼 있었다는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또 선관위가 위 문제를 인식한 직후 관련 보도자료와 추가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즉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위법을 묵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표현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 *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지 부족 사태' 등 선거관리상의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선거 과정 및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선거소청·소송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갈래의 진상규명 절차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외부 인사로 구성된 '중앙선관위 투표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고, 9일에는 검경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졌습니다.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는 투표일 당시 선관위 대응이 지연된 이유, 지휘체계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을 밝혀나갈 예정이며, 합수본은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위반·직무유기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송에 앞선 선거소청 절차는 지방선거에만 적용되며,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경우에는 소청 절차 없이 곧바로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90분의 지원을 받아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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