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35호 - 2023/11/7
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산재환자들의 경험에 대한 민지희 작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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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노동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것

산재이후

오늘 주제는 직업환경의학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재해”, 줄여서 '산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다치거나 병이 생긴 노동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업무관련성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가집니다. 그런데 혹시 그 분들의 산재 이후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산재법

산업재해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약칭 산재법)을 통해 이뤄집니다. 물론 근로자의 신분에 따라서 다른 법을 적용받기도 하지만 근간이 되는 것은 산재법입니다. 산재법 목적은 산재를 겪은 노동자가 직장에 복귀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ㆍ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복귀 후 겪는 문제

그렇다면 산재 노동자들은 원래의 직장에 잘 복귀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내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분들은 여러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산재 이후  일상의 여러 부분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복귀율 67.3%

산재를 겪은 노동자들은 얼마나 다시 일할 수 있을까요? 2021년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직장복귀자는 전체 약 10만명의 산재 요양 종결자 중 72,000여명으로 67.3%에 머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직장 복귀는 계약직, 단기 일용직 모두 포함한 일자리를 의미합니다.


원직복귀율 44.6%

그렇다면 본인이 본래 일하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비율은 얼마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직장 복귀는 근로자가 본인이 원래 일하던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 즉 원직 복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래야 근로조건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의 직장으로 복귀한 비율은 44.6% 뿐입니다. 23%는 본인의 직장에서 사실상 방출되어 이직을 하였고, 33%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의 사례와 비교하면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는 어떨까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산재를 겪은 노동자 1,13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산재 이후 1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61%가 원래의 직장에서 근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16%는 이직하였고, 23%는 직장을 잃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에 근골격계 질환 또는 사고로 산업재해로 보험 청구 받은 81,06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산재 1달 후 바로 복귀해서 일을 하는 사람은 약 50%였습니다. 반면 요양 기간을 일정 기간 갖고 2-6개월 경에 복귀하는 경우는 30.6% 였습니다

[논문] 온타리오 산재후 삶 연구 2021

[논문]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자들의 직장복귀 추적 2018


소득감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니 산재노동자의 평균 소득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2018년도의 국내 산재보험 패널연구에 따르면, 산재 이후 4년 동안 평균 연 소득이 산재 이전에 비해서 약 400만원 감소한다고 합니다. 물론 첫해에는 일시적으로 보험 급여 및 보상 때문에 상승하지만은요.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떠할까요? 2009년 뉴질랜드에서 산업재해를 인정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3년 동안의 소득 변화를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재를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소득이 6.7%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근로 소득만 비교를 하면 산재를 겪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29.2% 낮았다고 합니다. 추가로 해당 논문에서는 가장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시기인 45-49세에 다칠 경우에 소득 감소 폭이 가장 컸다고 하네요.  

[논문] 산재보험 제4차 패널 소득변화 연구 2018

[논문] 뉴질랜드, 고령노동자 보상으로 인한 재정적 영향 2018


정신건강의 악화

이렇게 소득은 낮아지고, 고용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산재 노동자의 정신건강도 나빠집니다. 산재직후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추적기간에 따라 상이하지만, 1년 이내에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또는 우울증을 진단 받은 사람이 18-42%로 보고됩니다. 우울감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만에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산재 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간 정신질환 발생률을 분석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년 동안의 추적기간 동안 산재환자 18,285명 중 8.2%에서 정신질환이 발생했습니다[8]. 정신질환이 발생하기까지 평균 걸린 시간은 9개월 남짓이었습니다.

[논문] 산재후 우울증에 관한 코호트 연구 2009

[논문] 호주, 산재 후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후향적 연구 2020

[논문] 타이완, 업무상 부상 및 질병 후 정신징환의 위험 후향적 코호트 연구 2021


자살률 증가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발생률이 높은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산재 환자의 자살률도 증가합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산재 보상을 받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살률에 대해서 분석한 국내연구가 있습니다. 해당기간 동안 산재요양을 한 77만 5천명의 노동자 중 총 2,796명이 자살을 했습니다. 연령 표준화 사망률롤 따지면 10만명당 남성은 65.1, 여성은 10만명당 17.1명입니다. 자살 위험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약 2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논문] 한국에서 산업재해 후 자살위험 증가 2021


미국의 사례

미국에서는 특히 아편성 진통제 사용에 의한 자살 또는 사망이 많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산재 손상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서 아편 의존성 사망의 위험이 연구에 따라서 1.79배에서 2.6배까지 높았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산재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아파도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아편성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어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논문] 직업 손상이 오피오이드 남용에 미치는 영향 2020

[논문] 직업 손상 후 우울증의 발생률 및 비용 2012

[논문] 직업 손상에 따른 자살 및 약물관련 사망 2019


자아효능감의 감소

산재 이후 노동자들은 자아 효능감이 크게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가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나의 존재가 가치 없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몇몇의 연구에서는 산재 보험 청구 과정에서 행정 직원 및 의료진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직장 복귀 및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산재이후 노동자들은 과도한 행정 절차와 자신들에 대한 불신으로 위축되고, 일터와 사회 및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경험을 자주 겪습니다.

[논문] 정신적 또는 상지근골격계 손상 근로자의 직장복귀에 대한 자기효능감의 영향 2018

[논문] 산재 스트레스와 장기회복의 관계:전향적 코호트연구 2014


산재노동자에게 관심과 격려를

앞으로 산재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가 자주 만나게 되는 산재 노동자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 보고, 그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글쓴이: 민지희 (한양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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