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 🌊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006

2023. 02. 16.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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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POV

🌊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헤어질 결심>(박찬욱, 2022)

<헤어질 결심>은 흐릿한 공간 속 정체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운 인물들과 사건들이 카메라 앞에 번적 나타나며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기도수와 임호신, 오수완과 여연수, 정안과 질곡동 사건 모두 해준과 서래의 주변에 부유하는 것들이지만, 해준과 서래만이 유일하게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고 있음을 인지합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과 타인과의 조우를 통해 '정체'와 정체성'의 간극을 이해하고 절점을 찾는 과정이다."¹⁾라는 말처럼, 해준과 서래는 '있음'으로서의 존재, '사랑'을 통한 정체성 전치를 통해 서로의 시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서래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중간 지점을 기점으로 서래의 다른 정체성이 보이는데요. 이전의 서사 속 서래가 해준의 시선 속에서 관찰되는 타자화된 정체성이라면, 이후의 서사는 서래 자신의 관점에서 존재를 규명하는 주체적 정체성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서래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상적 모습을 바라보며 해준이 "우는구나, 마침내"라고 안심하는 것은 서래와의 사랑을 갈망하는 해준의 내적 욕망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사실 서래는 웃고 있었는데요. 남편 살해를 성공한 것에 혹은 형사를 속여 완전한 범죄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한 안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존재를 규정하려 했던 해준의 행위는 서래의 존재를 오독하게 만들고, 결국 서래의 실존, 존재 이면으로 닿지 못하게 만듭니다.(반복되는 해준의 안약 넣는 클로즈업 쇼트)

영화 중반부에 서래의 은폐되었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해준은 자신의 윤리의식을 져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비밀을 감춰주는 결단을 이행하기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는 해준에게 사랑의 종언이었지만 서래에게는 진정한 사랑의 시발점이었다. 서래는 해준이 지닌 감정의 깊이를 그 순간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이다."²⁾ 해준의 이별 선언은 역설적이게도 서래의 사랑을 시작을 불러오게 되는, 즉 전치적인 상황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후 해준은 또 다른 서래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이전의 사건과는 그 의도가 다른데요. 전자는 서래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철저히 계획해 자살로 위장해 살해한 것이고, 후자는 사랑하는 해준을 지켜주려고 어쩔 수 없이 제3의 인물을 살해해 피살을 조장한 것입니다. 서래는 해준이 붕괴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전 남편의 살해에 핵심 증거품인 핸드폰을 해준에게 돌려줍니다. 그러고는 "이걸로 재수사해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라고 말합니다. 서래는 자신을 희생하며 해준의 윤리성이 상실되기 이전의 상태로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서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행위를 통해 존재의 영원성을 달성합니다. "죽음은 결단코 존재의 부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사실, 혹은 죽음은 결단코 존재의 본질에 대한 '무'로서조차 간주되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정반대로 죽음은 존재를 최고로 증언한다는 사실."이라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처럼, 서래의 정체성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죽음의 존재로서 초월하게 됩니다. 즉, 존재하기 위해 죽음에 이르는 실존의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2월의 POV 주제는 '실존'입니다. 오늘은 논문 '<헤어질 결심>, 실존을 향한 죽음의 트랜스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인간의 '관계 맺음' 속에서 어떻게 실존이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살펴봤는데요. 해준에게 서래의 존재가, 또 서래에게 해준의 존재가 자기 실존의 근거 및 형태의 결정이 되듯, 결국 실존의 '있음'은 세계 안에서 존재하고 변화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는 이처럼 세계 안에서 존재하고 변화하는 존재로서, '관계 맺음'을 통해 자기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될 수 있는지 다양한 영화를 통해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문헌 |

¹⁾영화 <윤희에게>, 트랜스아이덴티티 브릿지 위의 수행적 젠더들 | 이종현

²⁾사랑, 패러독스와 아이러니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 김지미

<헤어질 결심>에 내재된 사랑의 윤리 | 한귀은

영화 <헤어질 결심>, 실존을 향한 죽음의 트랜스아이덴티티 |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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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개봉 일정

- 2. 22. 서치 2,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 66 🍅 86 🍿 89

- 2. 22. TAR 타르, 토드 필드

🧑🏻‍💻 92 🍅 91 🍿 73

🇺🇸 미국 개봉 일정

- 2. 17.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 Peyton Reed

🧑🏻‍💻 - 🍅 55 🍿 -

- 2. 17. A Radiant Girl, Sandrine Kiberlain

🧑🏻‍💻 - 🍅 91 🍿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이주의 뉴스 Short

• 디즈니가 실적 발표와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어요.

•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에요.

• 브래드 피드가 2022년 연예인 수입 순위 6위를 차지했어요.

•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소식에 대해 알아봤어요.

🐭 디즈니의 해결사, 밥 아이거

지금의 디즈니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밥 아이거. 2020년 2월 디즈니의 CEO에서 물러나고 2년 9개월만(22년 11월)에 CEO 자리에 복귀했어요. 前 CEO 밥 체이펙이 디즈니를 경영 위기에 빠트렸다며 임원진에 의해 해고됐기 때문인데요. 디즈니로 복귀한 밥 아이거는 몇 개월 만에 디즈니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난 8일(현지시간) 디즈니는 실적 발표를 했는데요. 매출은 작년 대비 8% 증가한 235억 1000만 달러로, 예상치 233억 7000만 달러를 크게 뛰어넘었어요. 디즈니+ 가입자 수도(OTT 기업은 신규 가입자 수가 가장 큰 실적 발표 요소로 작용) 1억 6180만 명으로 예상치 1억 6110만 명(그러나 가입자는 전 분기에 비해 1% 넘게 줆)을 웃돌았고요. 이런 연속되는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도, 같은 날 디즈니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는데요.(오늘이 디즈니 주주들 생일) 회사 사업 부문을 3개로 재편하고, 전체 직원의 3%인 7,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어요. 디즈니+ 같은 미디어 부문이 모두 디즈니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에 들어가고, TV 네트워크와 스포츠 중계 온라인 스트리밍 ESPN+는 ESPN 사업 부문으로 합쳐질 예정이에요. 한편, 디즈니는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주토피아> 속편 제작 소식과 함께 미국 애너하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에 <아바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어닝시즌에 발표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경우.

🫡 꾸준히 잘나가는 가이 리치

영화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가 감독 가이 리치의 신작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에 대한 판권을 샀어요.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 군대를 공격하기 위한 소수의 베테랑 영국 군들을 모집하는 내용인데요. 현재까지 배우 헨리 카빌, 에이사 곤잘레스, 헨리 골딩이 캐스팅되었어요.

🛩️ "톰 크루즈, 네가 할리우드 🍑를 구했어..."
지난 14일, 2023년 오스카 후보들은 베벌리 힐튼에 모여 오찬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배우 톰 크루즈에게 "네가 할리우드의 🍑와 극장 사업까지 살렸어."라며 존경을 표했는데요. 이어 "진심이야! <탑건: 매버릭>은 극장 사업 전체를 구한 것일지도 몰라."라고 덧붙였어요.

🇺🇦 우크라이나 대통령, 베를린 영화제 참석 예정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해요. 베를린 영화제에 따르면,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참석할 예정"이라고 해요. 숀 펜과 아론 카우프만의 비밀 프로젝트 <Superpower.>은 지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과 러시아 침략의 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데요.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해요.

💵 포보스 선정 다 가진 남자 1위, 브래드 피트
포보스에 따르면, 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는 2022년 연에인 수입 순위 6위(1억 1천만 달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는 제임스 카메론(8위, 9500만 달러)보다 높은 수입인데요. 작년 <불릿 트레인>, <바빌론> 그리고 <로스트 시티>의 배우 생활로서만 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하네요.

🎬 루카 구아다니노 <Queer>, 4월 제작 시작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Queer>가 로마에서 4월부터 7월까지 제작될 예정이에요. 소설가 윌리엄 S. 버로스의 <Queer>을 각색한 이 작품은,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와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출연할 예정이에요. 한편, 루카 구아다니노는 올해 8월 신작 <Challengers>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오드리 헵번 전기 영화도 올해 촬영될 수 있으며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쓴 <스카페이스> 리메이크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어요.

👀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타르>(2022, 토드 필드)

1) 케이트 블란쳇은 영화를 위해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독일어와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2) 전문 첼리스트 Sophie Kauer은 연기 경험이 없었지만 친구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다고 하는데요. 유튜브에서 마이클 케인의 연기 수업 영상을 보며 독학했다고 해요.

3) 리디아(케이트 블란쳇)가 숲에서 조깅할 때 듣는 비명은 <블레어 윗치>(1999)의 헤더 도나휴의 소리예요.

4) 케이트가 드레스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면은 100% 실제로 촬영했어요.

5) 토드 필드는 케이트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원래는 다른 영화를 작업할 계획이었어요.

6) 리디아가 줄리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은 컷 없이 한 번에 촬영됐어요.

7) 리디아의 여행 가이드는 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영화 때문에 강에 악어가 있어 수영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그 영화는 <지옥의 묵시록>(1979)이에요.

8) 이 영화는 모노 사운드 믹스로 시작해서 점점 더 많은 트랙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연출했어요.

9) 케이트의 피아노, Sophie의 첼로,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연주 모두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되었어요.

10) 2020년 9월 토드 필드는, 케이트의 에이전트와 통화 중 케이트의 향후 3년 동안의 스케줄이 꽉 차있어 영화에 출연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충격을 먹은 나머지 그대로 차를 박아버렸다고 해요. 리디아가 포르쉐를 운전할 때 차에서 들리는 덜컹 소리는 필드가 자신의 부서진 차를 녹음한 것으로, 아직도 수리하지 않았다고 해요.

11) 케이트는 교양 있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수전 손택의 목소리를 연구했다고 해요.

스포일러!

12) 영화 내내 리디아는 크리스타와 같은 여성들의 "유령"에게 스토킹 당하는데, 리디아가 처음 아파트로 들어갈 때 배경으로 보이는 부엌에서 그리고 밤에 리디아가 딸을 달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날 때 방구석에서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어요.

13) 베를린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리디아는 크리스타의 선물인 비타 색빌웨스트의 소설 <Challenge>를 보게 돼요.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며, 성별을 뒤집고 자신을 남자로 묘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 씬 이후로, 리디아가 페트라의 반 친구에게 경고를 할 때 자신을 페트라의 아버지라고 소개해요.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편집자의 디깅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편집자의 디깅은, 독일 출신 감독 마르셀 오퓔스(Marcel Ophüls)입니다. 그는 감독 막스 오퓔스의 아들로, 1938년에는 프랑스 시민으로, 1950년에는 미국 시민으로 국적을 옮겨 다녔습니다. 아버지 막스 오퓔스와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오퓔스는, 대부분의 학창 시절을 할리우드에서 보냈음에도 비주류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요. 그의 대표작 <슬픔과 동정>(1969)만 봐도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의 독일 점령기 당시를 찍은 4시간이 넘는 시네마 베리테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역사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실존 인물들과의 많은 인터뷰를 기록하는데, 인터뷰 상대의 사람들이 상황에 대해 무엇인가 숨기고 질문을 회피하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다른 영화들로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조직원들을 고문하고 살인한 게슈타포 장교에 관한 다큐멘터리 <호텔 테르미누스 : 클라우스 바비와 그의 시대>(1988)와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재판에 대해 관한 다큐멘터리 <더 메모리 오브 저스티스>(1976)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제5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통해 <여행자>(2013)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