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있는 한국인의 밥솥, 함께 보러가요. 밥 짓는 소리 "여기서부터는 소리가 좀 날 거예요." 라는 말과 함께 자동문이 열렸다. 자동문이 열리자 아주
큰 북을 치는 듯 진동이 따라오는 쿵 쿵 소리가 들렸다. "이건 햇반의 핵심인 스팀 살균에서
나는 소리예요." 그야말로 산업 현장의 소리와도 같은 큰 소리 옆으로 숙련된 큐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충북 진천의 CJ 블로썸 캠퍼스에 있었다. 햇반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즉석밥이고, 진천 CJ 블로썸 캠퍼스는 한국에서 햇반을 만드는 공장 두 곳 중 하나이며, 한국에서
가장 첨단화한 식품 공장이다. 생색을 조금만 내면 지금부터 보게 될 사진과 이야기는 한국에서 거의 공개된
적 없는 것들이다. 함께한 CJ의 햇반 마케팅 담당자분들도
생산 시설 내부까지 들어와 본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21세기 한국인의 밥솥 : 햇반 공장 탐험
➡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장소. 엄청난 입장 전 위생 절차
일단 식품 생산설비에 들어가면 인간은 세균 트레일러 취급을 받는다(마땅한
취급이다). 철저한 위생 절차가 늘 필요하다. CJ 블로썸
캠퍼스의 입장 전 위생 절차는 앞으로도 이 정도는 없겠다 싶을 만큼 엄격했다.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도록
목까지 덮이는 발라클라바형 머리카락 가리개를 두 겹으로 쓰고 그 위로 안전복을 입고 레인 부츠처럼 큰 장화를 신었다. 안경을 쓴 사람들의 소독을 위해 안경점에 있는 초음파 세척기까지 뒀다. 손을
씻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손 씻기 절차에 따라 물과 비누와 바람이 알아서 나오는 손 씻기 설비까지 있었다. 방부제가 없다. CJ가 햇반 관련해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다. 밥을 만드는데 유통기한을 길게 가져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산과정에서
균을 없애고 밀봉포장을 하면 된다. 햇반 공장은 바로 이 과정, 생산과정에서의
살균과 포장 과정에서의 균 차단을 막기 위해 설계되고 그렇게 운영되는 공간이다. 아주 크게, 아주 효율적으로. 공장 설비 바깥 박물관 유리창에서도 들리는 쿵
쿵 소리가 그 살균 과정의 일부였다. 손을 다 씻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소리가 나는 기계 곁으로. 인간과 기계 햇반 생산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릇으로부터 시작된다. 정확히는 하늘이
아니라 공장 건물의 위층이다. 위에서 내려와 생산 라인에 진입한 그릇 안에 쌀이 담긴다. 그릇에 담긴 쌀은 고압 체임버에 들어가 살균 과정을 거친다(여기서
쿵 쿵 소리가 난다). 살균된 쌀 위로 물을 붓고, 그 후
열을 가해 밥으로 만든다. 완성된 밥은 밀봉 포장실로 들어가 포장지가 붙어 나오고, 뜸 들이는 과정과 냉각 과정을 거치면 밥이 완성된다. 쌀부터 밥까지의
과정은 아주 큰 강의 흐름처럼, 어디 하나 멈칫하는 구석이 없다. 밥을 만드는 공정 자체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은 기계가 한다. 빈 햇반 그릇의 포장을 까는 일부터 다 만들어진 햇반을 물류창고로 들여보내는 일까지. 이건 생산성의 문제인 동시에 위생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포장지를 밀봉하는 포장실은 한결 더 예민해서 이곳에만 수술실 수준의 헤파필터와 포장실 전용 로봇팔이 따로 설치된다. 이만큼 효율적이고 깨끗한 공장 안에서 만들 수 있는 햇반은 하루에 90만 개에 이른다. 햇반 공장이 자리한 충북 진천의 인구가 약 8만 7천 명이니, 공장 하루 가동량으로 진천군민 한 명에게 햇반 10개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필요하다. 햇반 공장은 서버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있다. 서버 자체는 자동적으로 계속 돌아갈 테지만 어딘가에서는 늘 문제가 생길 수학적 가능성이
있다. 햇반 공장의 설비 곁에도 그걸 관리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다. 밥을
만드는 기계를 관리하려면 결국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실제로 취재 중에도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부지런히 오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와 동선 역시 면밀히 계산되어
있었고, 그는 이 공장 설비의 완성도가 아주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대형 생산 설비나 공장 등을 보면 사람과 기계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될 때가 있다. 햇반 공장에는 몇 개의 생산 라인이 있다. 모두 같은 시기에 만들어져 동시에 생산을 시작한 기계다. 모든 기계는(마치 사람처럼) 품질에 상관없이 고질병이 생긴다. 같은 생산 기계일 테니 고장이 나는 부분도 같아야 말이 될 텐데, 보수가 필요해지고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기계나 자연 등 말 못하는 것들에 공감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햇반의 현장 현장 분들께 현장 이야기를 여쭙다 보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우리의
일상과는 달리 여기서는 모호한 이야기가 없다. 이건 왜 그렇게 되나요,
저건 뭔가요, 저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왜
저렇게 하고 있나요, 이런 질문만 하면 된다. 그리고 모든
현장 담당자는 긍정적인 의미의 전문가다. 내가 만난 현장 분들은 어떤 질문에도 머뭇거리지 않았고, 자기 현장을 자기 몸보다 더 잘 아는 듯 보였다. 오늘의 전문가도
그랬다. 이날 우리를 안내해 준 김영재 님은 머리숱이 많고 얼굴이 흰 미남형이었고 왠지 압도적으로 깨끗하고
효율적인 이 설비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적성에 잘 맞으시는 듯하다고 말씀드리니 "제가 깔끔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다 만들어진 밥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검수 코너로 흘러간다. 기본적인
중량 검사, 금속 등 이물질 여부 검사, X선 검사 기기
등을 거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불량품이 나온다.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햇반의 중량 불량 기준은 김영재 님의 표현에 의하면 "쌀알
몇 톨"이다. 쌀알 몇 톨이 모자란 밥이 불량품이
되어 버려야 한다면 그것도 낭비다. 그런 건 따로 포장해 지역 시설에 기부하기도 하고, 공장 근로자들이 먹는다고도 한다. 실제로 햇반 공정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햇반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식당 중에는 점심시간에 자기가 파는 음식을 먹는 곳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와 비슷한 신뢰가 들었다. 검수 절차가 끝난 햇반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햇반 전용 통로로 넘어간다. 전용
통로를 지나면 생산 단계를 지나 포장 단계다. 인간들은 햇반 전용 통로를 따라갈 수 없다. 생산설비 바깥으로 나가서 별도의 통로로 가야 포장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포장 과정을 보면 그제서야 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막대한 물량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역시 천장에서부터 햇반 상자들이 내려오고, 로봇 팔들이 쉴 새 없이
햇반을 들어올려(움켜쥐는 게 아니라 진공청소기처럼 공기를 빨아들여 들어올린다). 포장하고 상자 안에 집어넣는다. 상자 포장이 끝나고, 햇반 상자들이 팔레트 위에 쌓이고, 팔레트 위에 층층이 쌓인 상자들이
래핑 절차를 거쳐 물류창고로 들어가는 과정까지가 모두 자동이다. 깨끗한지 어떤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보면 안다. 얼마나 깨끗한지. 한국인의 밥솥 햇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제로 보면 감탄을 넘어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가장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던 건 저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우리가 밥을 하는 과정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밥을
해본 사람이라면 밥 짓는 과정을 알 것이다. 쌀을 씻고 불린다. 불린
쌀과 물을 솥에 넣고 불을 올린다. 적당히 익히고 뜸을 들인다. 햇반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것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그 과정이 엄청나게 커진다. 식품 공장이 대개 그런 것 같다. 식품이 만들어진다는 본질을 뺀
모든 게 극단적으로 변한다. 규모가 극단적으로 커진다. 세균이
극단적으로 억제된다. 생산이 극단적으로 효율화된다. 그걸
우리가 간편히 먹는다. 취재를 하고 온 날 저녁 약속이 있었다. 공장이 너무 재미있고 차가
생각보다 막혀서 약속 장소에 조금 늦었다. 마침 그날 만난 친구들은 이쪽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CJ 블로썸 캠퍼스에 다녀왔다고 하자 이들은 해당 회사와 관계없는데도 신형 스포츠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열광했다. "CJ는 인정이지." "햇반은
대단하죠." 같은 말이 이어졌다. 햇반은 이른바
업계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고품질 제품이었다. 인기엔 이유가 있다. 한국인과 쌀의 관계는 조금 미묘하다. 1인당 쌀 소비량은 줄고 있어도
사람들은 밥에 점점 많은 걸 요구한다. 쌀은 신선해야 하고 밥은 맛있어야 하며 어디서나 이 밥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햇반은 한국 시장 특유의 혹독한 요구를 만족시킨 상품이고, 그 결과 전기밥솥 시장이 점차 줄어드는 1인 가구 시대에도 햇반의
시장은 2021년 현재 누적 3조 원대까지 커졌다. 이제 햇반의 자국 내 경쟁자는 없다. 햇반의 규모가 한국 즉석밥
시장의 규모와 비례한다. 2017년 신문 기사 중에는 "우리
목표는 집 밥을 햇반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라는 CJ 관계자의
말이 있다. CJ의 목표는 지금도 똑같다. 집밥이 되는 것. 숫자를 봐도 요즘 사람들의 식습관을 봐도 그 말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 같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의 밥솥은 진천에 있다. 그 밥솥을 보고 왔다. 여러분이 지금 본 건 21세기 한국인의 밥솥이다. 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 담당자의 맛집 탐험: 마포나루 눈 앞에 따끈따끈한 햇반 한 그릇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윤기 흐르는 쌀밥 위에 무엇을 올려먹으면 좋을까? 나는 '마포나루'의 닭찜을 고르고 싶다. 지난 일요일 저녁, 요기레터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닭찜을 주문했다. 사진만 보면 닭볶음탕과 비슷해 모르지만 막상 먹어보면 조금 다르다. 닭찜 쪽이 국물이 더 적고 걸쭉하다. 내용물의 식감도 달라서 닭고기는 더 부드럽고, 감자는 더 포슬포슬하다. 갓 데운 밥 위에 양념이 딱 좋게 밴 닭고기를 얹어 호호 불어 먹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햇반 한 그릇이 깨끗이 비어있었는데, 한 그릇 더 데울 뻔했다. 그 정도로 맛있다. *마포나루 도화본점: 서울시 마포구 삼개로 11/ 아크로점: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8, 아크로타워 지하1층 이번 탐험 담당자 - 아리아나 벤티☕ 요기요 콘텐츠 마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면 벤티 사이즈도 거뜬하다. 음식 외에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요기레터 소식📑 📌 요기 한 줄 이벤트 요기레터 애독자 분들을 위한 '요기 한 줄' 이벤트가 돌아왔습니다💁 1️⃣ 요기레터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캡처 & 표시, 간단한 감상과 함께 2️⃣ SNS에 업로드
10분께 🍚햇반 한 박스(210g*12개입)🍚를, 다른 10분께는 🎁요기요 3만원 쿠폰(1만원*3장)🎁을 드려요. (기간: 12/1(수) - 12/8(수), 발표: 12/9(목), *각 SNS 요기요 공식 계정을 통한 DM/댓글 통한 개별 발표) 담당자에게는 이번 11호가 매우 특별합니다. 햇반 공장은 요기레터를 시작할 때부터 꼭 다루고 싶은 장소였어요. 무려 올 여름부터(!) 준비에 공을 들인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구독자분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2주 후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마제스타시티 타워2, 16층 I 수신거부 Unsubscribe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크렘별일내⭐, 배고프지망고🥭, 3layer🥓, 붕어먹다붕어빵🐟, 아리아나 벤티☕, 먹잘알 종달새🐥 Project Director Yeunkyung Won I Project Manager Sor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