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은마... 뭔가 굉장히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정확히 '왜인지' 몰랐다면, 오늘 두부가 컴팩트하게 담아봅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은마 아파트, 드디어 19년만에 재건축에 본격 시동을 걸게 됐습니다. 은마 아파트엔 현 부동산 정책의 키워드가 거의 다 들어가 있다 해도 무방해요. 오늘 키워드 압박이 있어도, 두부만 믿고 끝까지 따라와 주세요😉
무슨 일인데?
서울시가 지난 19일 '은마아파트! 그동안 오래 기다렸지? 재건축 심의 통과시켜줄게, 땅땅📣'을 선포했습니다. 얼마나 오래 기다린거냐면,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5년만,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19년 만이에요.
* 재건축 진행 과정은 좀, 많이, 매우 많이 길어요. 아래 '부동산 길잡이'에서 확인!
왜 오래걸렸을까?
보통 아파트 재건축 완성 기간은 20년 정도로 봐요. 우선 재건축 기본 조건이 건축된 지 30년 넘고, '이거 영 부실하구먼' 진단을 받아야 해요. 여기에 주민들의 이런저런 이해타산을 다 거친 후에야 공사가 시작되죠.
아주 스무스~하게 진행된다 해도 20년이 걸리는데,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이 되기도 전에 중단돼서 약 20년이 흘렀단 거죠. 즉, 부실하다는 진단은 받았는데 그 이후에 멈춘거예요.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우선 안전진단 과정도 순탄치 않았어요. 2002년부터 안전진단에서 3번이나 떨어지고, 2010년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 판정을 받았죠. -> 그만큼 안전진단이 겁나 까다롭다는.
이제 일사천리겠지? 했는데 더 험난한 길이... 45층으로 짓겠다 하니, 2017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35층으로 층고를 제한해 버렸네요. 그러면서 계속 서울시 정비계획 심의에서 탈락해요. 내부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겠죠? '지긋지긋하니 걍 35층 이하로 짓자!' vs. ‘사업성 떨어진다, 그럴바엔 좀 더 기다리자’ 쪽으로 갈리면서 소송전도 벌어지고 지도부 전체가 해임당하는 등 별의별 사태가 일어납니다. 🤬
(숨 좀 고르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죠. 서울시장이 바뀌니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35층 규제가 폐지됐어요. 지난 3월 은마 재건축 추진위 집행부가 새롭게 결성되고 여차여차하여 지금에 이른 겁니다.
달리긴 달리는데 말이죠...
이제 은마가 유니콘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멀게 느껴지기도 해요. 풀어야 할 과제가 엄청 많기 때문이죠.
당장 눈에 띄는 것이 '상가' 이슈예요. 대단지 아파트엔 상가가 있잖아요? 은마A는 4424가구(14층짜리 28개 동)의 대단지예요. 여기에 상가 연면적이 약 6000㎡이고 상가 조합원만 해도 398명에 달해요. 은마A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까지 설립된거고, 이제 조합설립을 해야해요. 그럼 상가 조합원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거죠.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입주민들은 좋겠지만 상가는 마냥 좋지 않을 수 있어요. 공사하는 동안 영업 못하죠, 재건축하면 아파트 값은 뛰겠지만 상대적으로 상가 투자 수익이 낮을 수 있거든요. 이러한 각자의 이해타산을 해결못하면 또 사업은 중단될 수 있어요.
자, 아직 더 높은 산이 남았습니다🏔️ '부동산 규제'죠. 이름도 어려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예요.
정책 키워드 들어갑니다!
강남 입지의 끝판왕! 엄청난 대단지 규모의 은마가 초고층 New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얼마나 비싸지겠습니까. 이때 나라에서 '집값 상승한만큼의 이익을 환수할게!'라고 한 것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예요. 정확히 말하면, 사업기간(약 20년 걸린댔죠?) 중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랑 평균 집값 상승분을 빼요. 이게 3천만원을 넘으면 최대 50%까지 세금으로 환수하는 거죠.
뭐 그럴 수 있지... 라고 하기엔 금액이 상당합니다. 7월 이촌동 한강멘션 재건축에 재초환 부담금이 가구당 7억 7천만원 나왔어요. 즉, 재건축 할테니 7억 내! 인거죠. 그래서 조합원 사이에서 '안한다 vs. 하자' 갈등이 거세집니다. 비단 여기뿐 아니라, 50%를 환수해간다는 부담감에 '재건축 안할게' 목소리가 커지면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어요. 재건축->공급 늘려->집값 안정화 라는 시뮬레이션이 망가지니까요.
그래서 지난 8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좀 더 현실에 맞게 기준을 완화하겠다 했어요. 그래도 한강멘션의 경우 7억 7천만원->6억8500만원으로 떨어진 것뿐이니 실효성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은마A도 50% 환수제 때문에 갈팡질팡하였는데, 이번에 조금 완화된다해도 수억원 내야할 거예요. '과연 집주인들이 모두 재건축 찬성할까'가 이슈죠.
분양가 상한제는 또 뭘까요. 새 아파트 지으면 분양하잖아요? 이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거예요. 주변 시세 그대로 따르면 투기꾼+일반 청약자들의 부담 이슈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입장에선 좋을 수 있지만,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더 커져요. '이럴바엔 재건축 하지마!' 소리가 또 나올 수 있겠죠.
만약 이런저런 규제를 '은마를 위해서' 푼다면, 비슷한 상황의 아파트들도 풀어야 할거예요. 그럼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테고...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이 되니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GTX-C 노선 문제도 있답니다. 은마A 밑을 지나는 노선이기 때문에 이것도 변경해야 해요. 현재 원자잿값 인상까지 겹쳐 공사가 원활히 추진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사실상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아주 크게 오른 건 아니라는 분위기입니다.
TMI, 은마의 탄생은?
강남 한복판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함께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꼽히는 은마 아파트. 비가 조금만 와도 물에 잠기는 저습지 땅에 1976년 한보주택 정태수 회장이 23만7900㎡를 헐값에 사들여 주거용지로 용도를 변경합니다. 여기에 대단위 아파트를 지어 1979년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탄생한 거죠. 세월이 흘러 낡은 아파트의 대명사가 됐지만 '사교육 1번지'의 상징성과 재건축 대박 꿈때문에 집값은 고공행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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