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뉴스를 볼 때 기사 쓴 매체가 어딘지 눈여겨 보시나요? 포털의 세상이 되면서 언론사 구별이 사라졌다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전 아무래도 매체명에 눈길이 갑니다. 한겨레엔 없는 ‘좋은 기사’를 대할 땐 부끄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른 의미에서 언론 종사자로서 부끄러웠던 기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달 인터넷에서 ‘뱀술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병든 아들을 위해 뱀 3마리를 술에 담갔다가 1년 뒤 뚜껑을 연 남성이 튀어오른 뱀에 물렸다는 건데요. 포털에서 자동검색어로 뜰 정도입니다. 5월20일 밤 한 종합일간지의 인기기사 상위권에 오른 뒤 다음날부터 언론사들이 줄줄이 쓰며 주요하게 배치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넷매체는 물론 국내 종합일간지 9곳 가운데 1, 2위 규모 매체 등 모두 4곳이 이 소식을 전했어요.

이게 경쟁적으로 전할 뉴스인가 한숨을 쉬다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찾아보니 가장 먼저 쓴 곳은 가십성 기사로 유명한 한국의 뉴스큐레이션 사이트더군요. 중국통인 한겨레 국제판 박영률 팀장과 또다른 지인의 도움을 얻어 이 사이트가 인용했다는 중국 매체 ‘넷이즈’의 성격과 원문 내용을 추적해봤습니다.

파악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1. 넷이즈는 매체가 아니라 포털이다. 2. 4월에 대만 매체가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 또한 ‘대륙 매체에 따르면’으로만 돼 있고 시기도 근거도 없다. 3. 같거나 비슷한 버전이 2018년을 비롯해 과거 블로그나 게시판에서 적잖이 발견된다.

아주 극단적인 사례일 겁니다. 기자들이 공들여 취재한 좋은 기사를 많이 보게 하려면 수단방법 가리지않고 사이트 방문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저도 가끔 클릭수의 유혹을 느끼니까요. 하지만 종합일간지들까지 보이는 이런 행태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높여 결국은 좋은 기사마저 ‘무덤’에 묻어버리는 건 아닐까요?(👉저널리즘, 생존의 기로에 서다) 언론들이 ‘뱀술’에 빠지지 않도록 님 같은 독자들이 눈을 부릅뜰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