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유치해 보여도 마음이 가는 것, 괜히 궁금해지는 것에 눈길을 줘보세요.

어릴 때는 별것 아닌 일에도 하루 종일 들떠 있곤 했어요. 좋아하는 간식 하나를 사는 날이나, 처음 보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처럼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웬만한 일에는 좀처럼 설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그때의 기분이 불쑥 돌아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기쁨의 기준만 괜히 높아진 건 아닐까 싶어요. 꼭 특별한 일이 있어야 좋은 하루인 건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요즘은 조금 유치해 보여도 마음이 가는 것, 괜히 궁금해지는 것에 한 번 더 눈길을 줘보려고 해요. 이번 뉴스레터에는 그렇게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마음을 움직인 것들을 모아봤어요.

Diary
🍦어른이 되어 누리는 작은 사치🍦
얼마 전 마트에서 엑설런트를 발견했어요. 어릴 때는 왠지 비싼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먹고 싶다고 쉽게 집어 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금색과 파란색 포장지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한 통을 사 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하나씩 까먹다 문득 ‘나 이제 엑설런트 정도는 고민하지 않고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됐구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 상상했던 어른은 지금의 저보다 훨씬 근사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건 마음대로 하고, 갖고 싶은 것도 척척 살 수 있을 줄 알았죠.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여전히 가격표 앞에서 고민하고, 해야 할 일에 쫓기고, 생각보다 많은 것에 망설이지만요. 그래도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아이스크림을 내 돈으로 한 통 사서, 먹고 싶은 만큼 꺼내 먹는 정도의 여유는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 먹은 엑설런트는 단순히 추억의 맛이라기보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슬쩍 자랑하고 싶은 지금의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대단한 걸 이루지 않아도 ‘이 정도면 제법 어른이 됐네’ 싶은 순간은 의외로 사소한 곳에 있나 봅니다. 여러분에게도 어른이 된 뒤 마음껏 누리게 된, 어린 시절의 작은 사치가 있나요?
Pick
👇🏻 이번 주 기쁨을 수집할 수 있는 곳 👇🏻  
1. 전시 <카우스-친구, 그리고 이웃> 📌링크

어릴 때 좋아하던 캐릭터와 장난감이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좋다면 주목해 보세요. 팝아트와 스트리트 문화를 넘나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요. 익숙한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작품부터 카우스의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까지, 마치 거대한 아트토이 컬렉션을 구경하는 듯한 재미가 포인트! 어린 시절 장난감을 모으던 마음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어른이라면 12월 27일까지 스페이스K 서울에서 만나보세요.

장소: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2. 팝업 <2026 피카츄의 가을 소풍> 📌링크

어릴 적 포켓몬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푹 빠졌던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서울시청 일대에 피카츄가 등장하는 ‘2026 피카츄의 가을 소풍’입니다. 귀여운 피카츄와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은 물론, AR 게임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콘텐츠도 준비돼 있어요. 한때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고 카드를 모으던 어린이가 어느새 어른이 됐다면, 10월 11일까지 피카츄와 함께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세요.

장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특별시청 지하1, 2층


3. 전시  <짱구는 못말려 놀자! 시공간 대모험> 📌링크

학교 끝나고 TV 앞에 앉아 짱구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면 반가울 소식이에요. 10월 17일부터 성수에서 ‘짱구는 못말려’ 체험형 전시가 열립니다. 이번에는 짱구와 떡잎마을 방범대 친구들과 함께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나는 콘셉트! 보는 데서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직접 공간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인터랙티브 요소가 더해져 있다고 해요. 이제는 짱구보다 훌쩍 커버린 어른들이라면, 어린 시절 최애 만화를 만나러 가보세요.

장소: 서울시 성수동 2가 302-23

Curation

🧼주한나 작가, <아끼는 마음에도 정리가 필요해>🧼

이번 큐레이션은 『아무튼, 정리』의 저자 주한나 작가와 함께 물건과 마음을 천천히 정리해 봅니다. 쓰다 만 다이어리와 문구, 열정을 쏟았던 취미용품부터 이십 년 동안 간직해온 책까지. 좋아했고, 필요했고, 되고 싶었던 마음들을 하나씩 돌아보며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 나만의 기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나와 같은 취미 부자라면 온갖 취미를 위한 재료들도 집에 넘쳐날 것이다. 한때 코바늘에 열중했던 나는 고작 나흘 만에 서랍장 하나를 가득 채울 만한 털실과 코바늘, 제품 제작을 위한 가방끈과 인형 눈 등의 부속품을 사모았다. 사실 거짓말이다. 서랍장 두 개 분량도 넘을 것이다.

몇 달 지나 코바늘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지고 나서도 그 서랍장들은 여전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털실을 나눔하고 부속품들을 창고로 옮겼다. 직접 만든 코바늘 인형들은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긴 후에 몇 개만 벽 선반에 전시하고 주변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누군가와의 인연도 소중했다가 흐릿해지고, 진하고 강렬한 기억도 시간이 덧씌워지면서 빛이 바랜다. 한때 빠져 있던 취미에 대한 열정이 식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미련 없이 정리해도 괜찮다. 정말 다시 하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사 모으면 된다. 어차피 취미의 절반은 쇼핑이다.

On Air
✨ 이 주의 플레이라이프 ✨ 

👩🏻: “이제 에어컨 안틀어도 되는 날씨가 된 거요...!”

©playlife.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