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Z세대에게 쓰는 편지,
Z에게 📬

안녕, Z! 싱그럽고 따사로운 5월이야. 창문을 열면 향기나는 바람이 들어오고 창틀엔 꽃가루가 소복히 쌓이는 계절이지. 길었던 공백을 정리한 채 다시 학교를 가게 된 Z도,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Z도. 모두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또 편지를 썼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당신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도 여성혐오와 여성혐오 살인으로부터 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살해당하지 않는 세상을 쟁취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일도, 연대하고 맞설 것입니다. 분명 나와 우리는, 미래의 당신과 우리를 구하고 말 것입니다."

4년 전 강남역 10번 출구를 가득 메웠던 포스트잇들 중 하나의 내용이야. 세상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 일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피해자가 아닌 내가 죽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는 또 다른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는 이 일이 얼마나 많은 여성을 두려움에 빠지게 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아. 누군가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고, 누군가는 학생에서 성인이 되는 4년이라는 시간동안 세상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5월의 편지는 우리 -나무, 미운, 짱소(나미짱)- 의 고민과 분노에서부터 시작 되었어.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할 건 뭘까. 우리를 무기력감에 빠지게 하고, 또 그 안에서 우리를 꺼내주는 건 뭘까. 더 많은 감각을 공유하기 위해 서로의 말에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대화를 나눴지. 각자의 생활과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고, 다가왔지만 우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분노와 슬픔에 공감했어. 

Z에게도 우리의 이야기가 새로운 분노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이자 무너지지 않을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서로를 통해 그랬던 것 처럼 말이야. 우리의 이야기가 낯설거나 생소해도 좋아. 어떤 부분이 낯설었고, 어떤 이야기가 생소했고. 우리의 이야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스스로 정리해보고, 또 펼쳐봐. 너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이번 편지의 주제는 ‘청소년과 페미니즘’이야. "강력한 이유는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고 하지. 우리를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이유들과 세상에 대해 나미짱이 직접 고민하고 적었어.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과 우리를 놀라게 한 정보들도 편지 밑에 준비해보았어. 이번 편지를 통해 많은 Z들이 우리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존'이 아닌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말이야.
이번 편지는 이렇게 써봤어
# 나의 페미니즘 연대기 🗞
#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 잠깐! 우리 이 단어 써보는 거 어때요?
# 나무의 플레이리스트: 내 일상을 지키는 노래들
# 같이 보면 좋을 컨텐츠도 모아봤지
# 같이 볼래? 4월에 받은 답장 💌
# 6월의 편지도 기대해줄래?

# Z가 지어준 Z에게 캐릭터 이름! 🥁

01  나미짱 주제 토크
나의 페미니즘 연대기 🗞
이번 달엔 주제에 대한 나미짱의 이야기를 각자 풀어내기 전에 먼저 페미니즘에 대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소소한 간담회(간담회란?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시간을 가졌어.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긴 대화에서 Z와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추려서 정리해봤어. Z도 우리와 함께 대화하는 기분으로, 편한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좋겠어!

페미니즘에 어떻게 관심을 가졌는지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나의 *빨간약 에피소드!
* 빨간약: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가짜세계에 남을 수 있는 파란약과 끔찍한 현실로 나아가는 빨간약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지금껏 살고 있던 세계를 깨고 여성혐오사회를 마주하게 되는 각성의 순간을 '빨간약'으로 비유한다.
🐚 미운: 내가 처음 관심 가졌을 때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였어. 그때도 아이돌 덕질용으로 트위터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트위터에서 가임기 여성 지도에 대한 트윗을 보게되었어. 가임기 여성이 많은 지역은 진한 분홍, 적은 지역은 연한 분홍, 이렇게 대한민국 지도를 칠해서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성을 숫자로 표시 해놓았는데, 그 지도 사진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충격적이었어. ‘여성을 아이를 낳는 기계로 생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날 검색하다가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양의 충격을 받았어.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그때부터 페미니즘 서적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외면해선 안 되고,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닫고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페미니스트로 생활을 했던 거 같아.
🐛 나무: 나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들었어. 고등학교 다니면서 야자를 할 때, 자주 밤늦게 집에 들어갔었는데 부모님이 엄청 걱정을 하셨거든. 너무 늦게 오지 말라, 어떤 길로만 가고, 이어폰 끼지 말고 이런 얘기를 하시면서. 그 전까지는 그게 나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이고 나도 학습된 두려움이나 경계심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어.
그래서인지 어느 날 뉴스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을 알게 되었을 때 사건 자체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어. 그런 사건은 너무 많았잖아. 영화에서만 봐도 그렇고 비슷한 실제 사건은 더 많고. 사건 자체보다 그 뒤의 붙여졌던 수많은 포스트잇과 시위가 더 인상 깊었어. 포스트잇에 적힌 ‘딸을 단속시킬 게 아니라 아들을 교육시켜라’는 문구나, 밤길걷기라는 시위에서 ‘여성의 빼앗긴 밤길을 되찾자’는 구호나. 멍 하더라. 뭔, 밤길을 되찾아? 내가 조심하는 게 아니라? 아니 내가 조심한다고 될 문제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 비슷한 시기에 한 성우 분이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고 개인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해고를 당한 사건도 있었고. 그때 친구랑 얘기를 나누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거 같아.
🌝 짱소: 나는 2018년부터인 것 같아. 그때 혜화 시위가 활발할 때였고, 친구들이랑 만나면 미투 운동, 페미니즘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러면서 나도 뭔가(!) 온 거지. '아, 뭐지?' 이런 생각이. 그리고 이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충격적인 일들을 많이 겪었거든. 이전에는 그냥 원래 그래~ 하고 넘어갔을 법한 일들 속에서 성차별이나 여성혐오가 보이기 시작했어. 한 번은 외국에 오래 살다 오신 분이 함께 일을 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주방 셰프님이 갑자기 "쟤는 수입산이네" 이렇게 말을 한 거야. 나는 그때 심장이 쿵- 했지. 너무 놀라서 '뭐지?' 싶었고. 그때 사람들이 되게 많았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에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 또 한 번은 가게 밖에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셰프님이 그 중 여성분을 가리키면서 "아 나도 저런 애 끼고 다니고 싶다." 이렇게 말을 하는 거야. 그때 결심했어. 안 되겠다, 빨간약 먹어야겠다.

2018년은 정말 이상한 해였어. 다들 그때 페미니즘에 대해 같이 얘기할 사람이 있었어?
🌝 짱소: 그때 나는 쉐어하우스에 살았어. 다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돌아가면 거의 항상 룸메이트 5명과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눴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되게 많이 도움이 됐지. 2018년이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세세한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같은 주제로 계속 토론했어.
🐛 나무:  가족이나 중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원래 내 인맥 안에선 같이 얘기할 사람이 별로 없었어. 얘기하다가 싸우기도 여러 번 싸웠고.(웃음) 내가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가는 쪽이었던 거 같아. 그걸로 해소를 했지.
🐚 미운: 18년도가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갔을 때였는데, 중학교 때는 페미니즘을 같이 공부할 사람도 없었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어서 얘기를 함께 나눌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어. 근데 고등학교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보니까 확실히 의식이 좀 높다고 해야 될까? 페미니즘을 알고 공부하려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 그때부터 좀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친구들이랑 1주일에 한 번씩은 기숙사에 모여서 얘기하면서 울고, 그런 경험이 엄청 많았어.

각자 살아왔던, 다녔던 학교나 공동체에서 페미니스트가 많았는지 혹은 어떤 성차별을 겪었는지 궁금해.
🐛 나무: 나는 일반 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우린 뭐 공교육이 다 그렇듯(웃음) 뭐 아무것도 없고..  페미니스트가 있었을까? 일단 나부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했고, 드러내지 못했어서.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남녀 분반을 했거든? 선생님들한테 남자반이 굉장히 힘들고, 걔네들 때문에 여자 선생님들이 특히 힘들다는 얘기를 건너건너 들었어. 일베도 있다고 들었어. 또 남자 선생님이 수업 중에 성희롱적인 말을 해서 우리 아래 학년이 그 선생님을 교육청에 신고한 적이 있었어. 그 뒤에 석식을 먹는데 그 얘기를 갖고 선생님들이 요즘 애들은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고 얘기 하는 걸 듣기도 하고. 옆에서 친구가 1학년은 좀 민감한 거 같다고 얘기 하는 거 듣고, 그랬었던 기억이 나네. 악, 그때 왜 아무 말도 안했지.
🌝 짱소:  학교 다닐 때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도 낯설었어. 성차별적 발언은 정말 많았지. 나는 여자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스타킹은 되는데 레깅스를 신으면 안 됐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레깅스를 신으면 선생님들이 "너네는 누구 유혹하려고 그러고 다니냐"는 말을 했어. (🐛: 어우..) 아직도 애들 사이에 두고 두고 회자되는 이야기는 축제 때 벌어졌어. 학교 축제 날, 옆 학교 학생들도 초대해서 함께 무대를 꾸렸거든. 그런데 남자 학생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온 걸 보고 교장선생님이 "문란하다, 어디 무대에 남자여자가 같이 있냐."라는 말을 한 거야. (일동 경악) 머리핀도 색깔 있는 거 하면 안됐고, 교장선생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빨간색 가방도 못 메게 했어. (🐛: 와...) 장난 아니지.(웃음) 하복이 단추를 잠그는 옷이었는데 엄청 불편해서 친구들이 안에 티를 입으니까 그 흰 티를 못 입게 했어. 흰색 티를 입으면 단추를 풀고 다닌다고. 그것도 문란하대. (일동 짜증) 진짜 심했어. 그때는 여성혐오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되게 부당하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이런 이야기는 되게 많았어. 다른 행동이나 운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게 아쉬워. (🐛: 혹시 사립이었어?) 응.
🐛 나무: 요즘 사립에서 스쿨미투 많이 나오잖아. 사립은 고인물이 되기 쉬워서... 미투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짱소: 그러니까. 하고 있을까? 근데 스쿨미투 이야기가 나온 것도 2018년부터인가?
🐛 나무: 맞아, 2018년 용화여고에서 나온 게 시작인 거 같은데...
🐚 미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스쿨미투를 했어. 학교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다른 지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게 있었는데 나는 여성인권팀이었고, 하루 일정이 끝나면 저녁마다 모여서 간담회 같은 걸 했거든. 그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특정)선생님이 애들한테 하는 게 좀 이상하지 않아?’ 하는 얘기가 나온거야. 되게 조심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는데 그 자리에 있던 여학생 대부분이 공감했어. 그 선생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학교로 돌아와서 이 일에 대해 더 얘기를 하기 위해 따로 모였어. 성폭력 센터에서 오신 분과도 같이 얘기를 하고. 되게 겁이 났어. 익명이 보장될지도 모르겠고,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학교 전수 조사를 하니 더 많은 피해사실이 밝혀진거야. 우리가 얘기했던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의 가해 사실도 나타났고. 그래서 다들 너무 놀랐어. 이렇게까지 많은 피해가 있을 줄 몰랐으니까. 증거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에 힘을 입어서, 대자보도 만들었어. 결국 선생님 두세 명을 학내재판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 중 일부가 "근데 그 선생님 되게 착하지 않았어?", "그 선생님이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이야기를 막 하는 거야. 
🐛나무: 좋으면 어.쩔.건.데
🐚🌝 미운, 짱소: 그러니까.(웃음)
🐚 미운: 그런데 재판을 하고 나서 그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징계를 받았는지, 피해 학생들은 알 수 없대. 그게 그 선생님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서. 졸업한 언니들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그 선생님들이 미투를 진행한 우리 학년이 있을 때 까지만 학교에 없고, 우리가 졸업하면 다시 학교에 돌아온다는 거야.
🐛나무: 썩었다, 썩었어.
🐚 미운: 그러니까. 대안학교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웃음) 그때 너무 충격을 받고, 전의를 상실해버렸어. 그 선생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졸업하고 나서 학교에 다시 놀러올 수도 없고, 다른 후배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어. 학교에선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하고. 우리가 너무 지쳐버려서 그렇게 끝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어.
🐛나무: 되게 고생했다.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잖아. 

이번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지금 내가 집중하는 이슈?
🐛 나무: 사실 지금 제일 곤두서있는 건 N번방인 것 같아.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 청소년이고, 엄청 많은 청소년/비청소년 남성 가해자가 있잖아. (🌝: 이게 나라냐) 누구는 교육의 실패다 라고 하는데, 이건 교육의 문제 정도가 아니라 그냥 한 번 다 망하고, 싸그리 없애버린 뒤에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26만명, 최소잖아 그것도. 숨겨진 방이 얼마나 더 많을지도 모르는 거고. (일동 한숨)
🐚 미운: 그 사건의 내용 자체가 너무 절망적이었어. 가해자들의 수가 너무 현실성이 없고, 가해 행위의 내용이 진짜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고. 무서운 마음이 정말 컸던 것 같아. 그렇게나 많은 숫자라면 내가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 중에 이 사건의 가해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거의 확신했지. 그래서 무기력해지기도 했어. 그 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이런 규모의 일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아서. 
🌝 짱소: 기사 읽고 처음에 눈물이 났어. 어떻게 그런 짓을 하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지,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거기에 청소년이 많이 있다는 것도 엄청 충격적이었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희망적인 마음이 생기기도 했어. N번방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사건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거잖아. 공론화를 위해 노력했던 많은 기자, 단체, 개인들이 있었고. 계속해서 분노하고, 청원하고, 힘을 모으고, 포토라인에 세우고, 길게 이슈화가 되어서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

N번방 말고도 요즘 되게 화났던 게 있어?
🐚 미운: 나는 *창원 여성 살인 사건, 40대 남성이 식당에서 피해 여성이 고기를 구워주지 않고, 자신이 단골인데 상냥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를 계획하고 실행한 사건인데, 너무 전형적인 여성 혐오 범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더 화가 났어.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여성은 자신을 대접하고 자신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혐오적이더라. (🐛: 엄벌밖에 답이 없다.) 기사를 보면서 과연 이번엔 몇 년 형이나 나올까, 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드는 거야. 항상 이런 일이 있어도, 고작 10년 형도 안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 짱소: 최근에 울산에서, 팬티 빨아오라는 숙제 내준 선생님 기억나? 자신이 학교 아빠라고 하던 교사. 나는 그 사람이 자기 블로그에 쓴 글이 진짜 충격적이었어. ‘나는 군림하는 권위자고. 초등학생들은 양인데, 내가 잘 구슬리면 얘네를 다스릴 수 있고’ 이런 식의 글이었어.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가부장제, ‘여성한테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일동 한숨)
🐛 나무:  제대로 해결되는 일이 계속 없는 느낌이야. 요즘 점점 화를 안 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예전엔 정말 들끓듯이 화를 냈었는데, 밤에 잠이 안 오고 막 그랬는데. 벌써 무감해지나 하는 생각에 놀랐어. 물론 매번 화를 내고 살 수 는 없지만 그래도 계속 관심을 갖고 청원을 한다던지, 액션으로 이어져야 하는 건데. 반성을 하기도 했고. 그러던 참이었는데 정준영 최종훈 판결을 듣고 다시 화가.. N번방도 결국 이것들의 연장선상인 거 잖아. N번방이 시간 상 더 앞서 있으려나. 클럽에서 성접대 하고, 마약하고, 약물 강간하고, 정준영 카톡방에서 영상 돌려보는 거 다 똑같잖아. (🌝: 카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간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지.)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형벌은 오히려 더 줄어 들었어. 한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 되어야지 다른 사건도 제대로 조치가 될 거라는 기대를 품는 건데. 승리 군대가고, 정준영, 최종훈은 5년, 2년 6개월 판결받고. 나중에 연예계 복귀하겠지? 후...(분노). 이거 내가 화를 안 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게 없잖아. 무력하게 만들잖아. 이제 정부에서 응답해줄 수 밖에 없어.

분노와 두려움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 짱소: 나는 이렇게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거! 오늘 얘기를 하면서 나는 좀 희망을 느꼈어. 우리가 계속 생각을 이어가고 있고, 계속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같이 움직여 나가다 보면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분노와 두려움은 물론 여전하지만, 그만큼 힘도 많이 생겼달까? 이렇게 모임에서 서로의 분노와 두려움을 공유하면 자극을 많이 받고 그게 또 더 큰 행동으로 이어질 때가 많거든. 그러면 또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오늘은 내가 좀 더 행동으로 실천하고 공부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겠구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어.
🐚 미운: 나는 분노와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글을 많이 쓰려고 해. 화가 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에서  그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 바뀌는 것도 없고 내가 얻는 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글의 형식이 일기이든, 그냥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든.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이 들고 어디에서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고.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맞는 생각인지, 그걸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근거는 뭐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아주 충분히 오래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는거야. 그러다보면 내가 화내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화를 냄으로써 나에게 해로운 에너지 소모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때가 있어. 그리고 내가 화 난 이유가 내 주변 사람들로 인한 것이면 그 사람에게 내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돼.
🐛 나무: 나도 그동안 글 쓰고, 친구 만나서 수다 떨고 시위도 자주 나갔는데. 요즘은 노래를 들어. 지금은 사람을 많이 못 만나기도 하고. 내가 뭘 할 필요 없이 듣기만 하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될 때가 있기도 하더라고. 가수가 계속 나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들려주는 거잖아. 그 생각이나 느낌이 좋은 에너지가 될 때가 있어. 노래에 담긴 느낌은 글이나 대화랑은 또 다른 것 같아. 해소보단 안정제 같은 역할?

후기 한 마디!
🐛 나무: 뭔가 간담회를 더 많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준비를 좀 하고 해봐도 좋을 것 같고. 아무튼 얘기하는 거 정말 재미있었어. 
🌝 짱소: 나중에 판을 더 크게,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런 자리를 함께 한다면 재밌을 것 같아.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야. 나도 오늘 얘기가 정말 좋았어.
🐚 미운: 나 혼자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기력 해질 때가 많았는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어. 즐거웠습니다! 

02  미운의 편지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안녕, Z. 잘 지내? 오늘은 우리 집에 대한 이야기로 먼저 시작을 해볼게.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의 어느 시골 마을인데, 우리 집이 있는 곳은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우리집과 우리집 윗층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외진 곳인데다가 길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버스도 들어오지 않고.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 산다는 건 속옷 빨래를 밖에 널어 놓아도 신경쓰일 게 없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를 때 누가 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집에 혼자 있는 것은 너무나 겁이 나게 되는 일이야.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혼자 집에 있을 땐 창문을 잘 열지 않아. 우리 가족의 것이 아닌 다른 차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누구인지 확인도 전에 전화기에 엄마 번호를 눌러놓지. 밤에는 가끔 집 뒷 산에 사냥꾼들이 찾아 와. 고라니, 멧돼지 같은 것들을 잡는다고 오는 건데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탕-탕- 하는 폭발음 같은게 나기도 해. 그런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좀 많은 상상을 해. '만약 저 낯선 차에서 내린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어떡하지?’, '밤 늦게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이 나를 해코지 하려 하면 어떡하지?’하는 상상들 말이야. 그런 걱정 때문에 밤 잠을 설치기도 하지. 
누구는 내가 하는 생각들이 터무니 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알잖아. 내가 상상하는 일들이 결코 판타지가 아니라는거. 그런 상상을 자꾸 하다보면 결국엔 내 마음이 조금 삐뚤어지고 말아.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동안 오빠는 속 편히 자고 있을텐데, 오빠는 집에 혼자 있는 걸 정말 좋아하던데. 그 차이를 깨달을 때면 난 집채만한 무기력감에

03  짱소의 편지
잠깐! 우리 이 단어 써보는 거 어때요? 여성혐오 없이 말하기 🗣

“임신 중절? 그게 뭔데! 원래 있던 단어(낙태)를 왜 마음대로 바꾸냐” 
안녕 Z, 좀 뜬금없이 시작을 했지? 얼마 전에 내가 유튜브에서 마주친 댓글이야. 이 댓글은 날 곰곰이 생각에 빠지게 했어.🤔 새로운 단어를 마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페미니즘 언어학과 성차별 메커니즘>이라는 책에서 말리스 헬리어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 “언어는 사회적 관계의 산물로서 사회적 현실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언어적 행위는 여타의 사회적 행위가 어떻게 현실을 정의하고 공고히 하는가를 여실히 반영하며, 사회적 관계와 지위 등은 언어를 통해 정의되고 유지된다.”

무심결에 내뱉는 단어들이 생각보다 많은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입안에서 맴도는 말들은 여성 혐오적 맥락에 가담하게 해.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말이지! 그래서 여성 혐오적 용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안 용어들을 찾아봤어. 차근차근 읽다 보면 속에서 조그맣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 '내 사고 구조는 내가 결정할 거야!'

04  나무의 편지
나무의 플레이리스트: 내 일상을 지키는 노래들 🎧

Z는 어떤 노래를 좋아해?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노래들을 소개해볼게.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들이자 내게 많은 힘을 준 노래들이야. 너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

나는 버스에서 자주 졸거든. 집에 갈 때는 아예 머리를 뒤로 젖혀서 잠을 잘 때도 많아. 그때 비교적 단조로운 노래 한 곡을 계속 듣는 편이야. 아니면 아주 익숙한 노래나! 갑자기 요란하고 새롭게 잠을 깨버리긴 싫거든. 요즘 무한반복 하는 노래는 신승은의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평범해요>인데 차창 밖 노을을 봐도, 눈을 감고 덜컹거리는 버스에 집중해도 잘 어울리는 거 같아.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가끔 있어. 실제로 펜을 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뭐라도 써볼까 했던 두 곡이 있어. 한 곡은 핫펠트의 <나란 책>이야. 내 삶도 책으로, 노래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책, 어떤 노래가 될지

👀 같이 보고 싶은 컨텐츠도 모아봤지.  추천!
  • 📗 우리의 미디어, 광고, 일상 대화 속에는 여전히 육식의 가부장제가 숨어있어 육식의 성정치
  • 📗 우리 모두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를 알고싶다면! 거리에 선 페미니즘
  • 📗 페미니스트 음악가들의 이야기, 그들의 노래에 귀기울여 보자 두 개의 목소리 
같이 볼래? 4월에 받은 답장 💌
4월의 편지 코로나19와 채식의 관계가 궁금한, Z에게를 읽고 일곱 명의 Z(다하, 쩡, 바움, Seha, 여름, 무화과, 린)가 답장을 보내줬어! 정말 고마워. 하나하나 기쁜 마음으로 읽어 보고, 감동 받기도 했어. 모든 답장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면상 두 통의 답장을 함께 나눠보려고 해!
💌 from. 
봄이 완연한 지금에 아주 잘 어울리는 편지를 받아 마음이 기뻤어. 나도 채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비건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채식의 날을 정해서 지키고 있어. 동물가죽을 이용한 옷이나 소품, 물건들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게나마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 중이야. 짱소의 편지를 읽다보니 나물이 먹고 싶어졌어. 내일은 방풍나물을 무쳐먹어야겠어.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멈추니 지구가 다시 활기차진 것 같아. 전염병을 계기로 이런 다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항상 경계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어. 지구의 땅을 빌려 살아가는 인간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다른 생명체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편지 보내줘서 고마워. 다음 편지도 기다리고 있을게.

🌝 짱소린의 답장을 받고 마음 한 편이 든든해졌어. 나도 올해부터 환경을 아프게 하는 옷과 물건을 절대 사지 않기로 다짐했거든! 편지를 통해 같은 마음들을 더듬어본다는 건 너무 따뜻한 일이야. 답장을 보내준 많은 Z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
💌 from. Seha(새하)
안녕! 친구들의 편지가 너무 반가워서 서둘러 메일함을 열고 끝나감이 아까워서 스크롤을 천천히 내렸더랬어. 나는 채식에 대해서 생각은 있었지만 여러 탓을 하며 미루다가 우연히 비건패밀리의 집에서 지내게되면서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비건을 하게되었어. 삶의 철학은 일상의 깨달음에서 온거라고들 하지. 나는 뒤늦게나마 자연과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 절대 뒤로(과거로) 물러설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내 몫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다행히 너무나 쉽게 하루에 3번 정성을 다한 비건음식으로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 정말 멋지지않니?! 그래서 이번 편지에 코로나부터 채식, 지금 이 순간 너머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가득 담은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가고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어. 짧은 답장이지만 친구들에게도 작은 응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적어보아. 그럼 다음 달도 행복하고 멋진 날들 꽉 채우고, 재밌는 편지 기다릴게! 안녕! 🌬🌏

🐚미운: 새하의 답장을 받고 처음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어 ! 답장을 달라고 얘기는 했지만 정말 답장이 올거라고는 생각치 못했거든. 나와 다른 환경에서 새하의 방법으로 비건을 하며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이 참 멋져. 새하의 신념과 철학에도 많이 공감하고 배웠어. 교환일기를 쓰듯 한참 편지를 주고 받는 동안 우리가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 앞으로도 즐거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
😚 6월의 편지도 기대해줄래?
오늘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하루 🌀 오늘 하루 기억에 남는 소비가 있어? 코로나19 이후 소비 생활에서 바뀐 점이 있어? 내 노동은 어떻게 가치로 환산되는 걸까, 생각해본 적 있어?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궁금한 Z라면? 다음 뉴스레터를 주목해줘! 6월에는 청소년의 경제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 5월의 편지를 마무리하며, 나미짱 편집후기
  • 🐛나무 #비대학 #99년생 #해피비건
    어떤 목소리는 진실을 말하고, 어떤 목소리는 노래하네. 벽을 부수고 넘는 목소리들.
  • 🐚미운 #음악가 #02년생 #촌사람
    :  
    강하고 튼튼하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
  • 🌝짱소 #예술가 #산책러 #97년생
    따뜻한 포옹과 위로의 시간이었어.

2020년 5월 27일
Z의 친구
나무, 미운, 짱소 씀.
이번 편지 어떻게 읽었어? 
우리와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궁금한 것이 있다면,

4월의 편지에서 다섯 명의 Z가 캐릭터 이름을 지어줬어. 정말 고마워!! 예정보다 발표가 늦어져서 미안해 🙏 그럼, 나미짱의 선택은! (두구두구🥁) 
바로
제티(Zettie)!! Z세대의 'Z'에 cutie, sweetie 등에 붙는 'ie'를 붙인 합성어야. 안타깝게도 이 이름을 붙여준 Z가 별명을 남기지 않았는데 말이야ㅠㅠ 혹시라도 연락을 준다면 참여해준 모두에게 추후 Z에게 굿즈를(만들게 될 거라고 믿으며..) 보내줄게! 제투, 모아, 두제, 상제, 모징가제트 등 재밌는 이름 후보들을 남겨준 망고, 베이, 호박, 익명의 Z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 😘
편지를 같이 읽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구독링크를 전달해줘 😚
💌 오늘 편지를 공유하고 싶다면 이 링크야!

Z에게 📬
media@haja.or.kr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신로200 / 02-2677-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