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지점별로 각 지역의 성격을 반영한 콘셉트와 로컬 상권의 타깃 층을 겨냥한 브랜드들을 이들만의 방식으로 셀렉 하고 소개하여 큰 반응을 얻어 왔습니다. 브랜드 혹은 도시를 대표하는 오브제나 설치 작품들이 함께 하는 공간은 일반 상업 공간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갤러리 혹은 자체로 작품같이 느껴집니다. 이들은 각각의 브랜드에 맞는 무드로 행거부터 백월, 오브제, 필요하면 세트까지 지어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구현해 내는데 집중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편집 숍들이 편집숍 자체의 아이덴티티에 치중하여 인테리어나 공간을 구성하고, 이 안에 상품을 넣는 방식과는 반대의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LCDC 3층의 ‘도어스’ 또한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7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기 다른 브랜드들의 고유한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브랜드의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느낄 수 있는 개별 브랜드 6개와 1개의 팝업 공간으로 이루어진 도어스에선 각 브랜드가 안내하는 세계로 빠져들어가게 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다양한 영역의 패션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문화를 아우르는 서적, 가구, 향수, 음반, 디자인 제품 등을 소개한다면, LCDC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카테고리군을 다루는 브랜드들로 삶을 함축하여 보여줍니다. ‘글월’, ‘이예하’, ‘한아조’, ‘오이뮤’, ‘셀렉트마우어’, ‘요안나’ 6개의 브랜드는 생활을 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품목들로 자신들의 공간을 채워 냅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이들의 성격에 맞는 상품을 셀렉 하여 직접 판매하지만 도어스는 각각의 브랜드가 직접 운영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입점 브랜드들은 자율적으로 공간을 연출하고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LCDC는 원활한 영업을 위해 운영적 측면에서 입점 브랜드에 여러 가지를 통제할 수도 있지만 각 브랜드의 휴무일과 운영시간이 LCDC 자체 브랜드들의 운영시간과 맞춰져 있지 않은 것만 봐도 이들이 입점 브랜드들을 존중하는 유연한 태도를 가졌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로즈 베이커리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 내 레스토랑으로 공간을 방문하는 이들을 편하게 맞이합니다. 파리에서 시작되어 유명해진 로즈 베이커리는 2004년 도버 스트리트 마켓 런던 오픈 때부터 이후 도쿄, 뉴욕, LA 매장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꼼 데 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에 입점 되는 등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처음 도버 스트리트 마켓 안의 로즈 베이커리를 접했을 땐 옷, 잡화 등의 상품을 파는 공간에 음식을 먹으며 쉬어 가는 공간이 있는 것이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패션, 라이프스타일 플래그십 스토어 혹은 편집숍에서 이러한 유통 형태를 취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상품의 판매 공간보단 쇼룸에 가깝게 운영되는 오프라인 숍들의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위한 강구책이자 공간 안에서 체류시간을 늘리고 다시 공간을 찾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LCDC는 1층에 카페 ‘이페메라’를, 4층에 와인 바 ‘포스트스크립트(피에스)’를 두고 고객들을 공간 안에 묶어 둡니다. 카페 이페메라는 카페 자체로 하나의 편집숍처럼 기능합니다. 우표, 기차표, 엽서, 티켓 등 본래의 역할을 잃은 종이 물건들을 수집하여 모아둔 이 공간에서는 지난 추억의 소중함과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작고 대수롭지 않은 것 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와인 바 포스트스크립트는 편지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적는 피에스란을 떠올리게 하는 네이밍처럼 공간을 경험하며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어줍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레이 가와쿠보와 그녀의 남편이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그대로 반영된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들이 런던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을 만들 때 공간 안에 켄싱턴 마켓을 구현하기 위해 건축가 대신 세트 디자이너들을 고용했다는 일화만 들어봐도 이들이 공간에 접근하는 방식이 남달랐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LCDC를 론칭한 SJ 그룹은 캉골, 헬렌 카민스키 등의 공식 수입원이자 캉골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잡화 및 키즈 라인을 전개해 온 패션 기반의 기업입니다. 이들은 새로 론칭한 의류 브랜드 le conte des contes의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작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스토리를 담은 공간 플랫폼 LCDC를 구현해 내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그마치, 오르에르, 더블유디에이치 등 성수동 감성의 발판이자 기둥이 되어온 브랜드들을 기획하고 누구보다 성수동을 더 잘 이해하는 아틀리에 에크리튜의 김재원 대표를 총괄 아트디렉터로 영입합니다. 그녀는 전체 공간과 콘텐츠, 아트, F&B를 통합하는 디렉팅을 맡아 공간 안에서 성수의 가치와 역사를 보전함과 동시에 감각적이고 진중한 LCDC만의 무드를 덧입혔습니다. LCDC를 방문하는 이들은 단순히 ‘구경’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 전하고자 하는 각 브랜드들의 메시지와 가치를 경험합니다. 경험을 통해 각인된 공간의 존재는 성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잔상으로 남습니다.

공간을 플랫폼화 시킨다는 것은 공간을 도화지로 만들고 안에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많은 공간들이 쉽게는 F&B 공간안에서 몇 가지 상품을 판매하며 편집숍,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하며 전시가 주가 되는 공간에 다른 요소들을 넣어 공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좋은 플랫폼은 좋은 콘텐츠를 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플랫폼 그 자체로도 가치를 지니고 콘텐츠를 품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플랫폼만의 스토리와 명확한 기획 방향성을 가진 공간만이 좋은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니츠에서는 오래 된 스토리를 가진 공간에 담긴 트렌디한 콘텐츠로 매력적인 두 개의 공간을 만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