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 시 de Noel💌] 모래방학

ㅁㅎ(MH)? 🤔

이번 주의 에디터 - 썸머킹 에디터 🍏🍎🌞

안녕하세요. 썸머킹 에디터예요.

저는 부시 드 노엘이라는 코너로 매달 여러분을 찾아가고 있어요!😳

부시 드 노엘이라는 나무 토막 케이크를 아시나요? 프랑스에서 가난한 연인이 서로에게 땔감을 선물로 주면서 난로 같은 마음을 전했다는 얘기에서 나왔다고 해요.

토막난 나뭇가지와 문장들은 참 무용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나뭇가지가 모여 땔감이 되고 문장들이 모여 시가 됩니다. 저는 땔감 같은 온기를🌞, 직접 쓴 시✍️를 전하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이번 달의 시 ✏️

- 모래방학

2. 이 시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

3. 관련 있는 작품 살펴 보기 📚

모래방학

경사 없는 언덕과 머리에 해둔 손깍지 베개와 탄약 터지는 굉음과 천국에 관한 속담과 음료 컵을 감싸는 손 늘어지는 물의 질감 구름이 균일하다

아무리 씻겨도

사라지지 않는 모래

이곳은 사방이 해변이라

가게 문 앞에서 모래를 턴다

도망도 능력이야, 아이들은 질주하고

나는 병에 모래를 담아 반입하는 사람

사람들은 긴 행렬을 이룬다

썩어 넘치는 숨이 여러 궤짝으로

강아지들은 비밀처럼 뜨겁다

모래 위에 엎어지고

입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내는 네가

억만장자를 엉망장자라 발음할 때

모래가 감춰둔 엉망에 대해

나는 꼭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엉망으로 사는

사람이 둘 벤치가 하나 놓여 있다

어두운 곳에도 더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고

폭죽은 우리가 모르는 순서를 가진다

하늘에 터진 폭죽의 색에 따라

네 뺨 위에 내려앉은 빛이 바뀐다

빛을 깨문

비행기와

강아지와

아이들과 함께

샌들은 발끝에서 뛰어내린다

사람들은 빛을 보려

더 어두운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순서대로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한다

도망도 능력이라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너의 뺨과 나의 눈

< 제주도의 모래 해변. 해가 바로 정면에 있어서 눈에 담지는 못한 장면이에요. 가운데의 어느 물체가 빛을 받아 빛나고 있어요. >

< 부산 해운대, 광안리, 협재해변, 곽지해수욕장의 모래예요.

하나는 시간이 부족해서 바닷물만 담아왔답니다. 💦 >

이 시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

(1) 모래? 모래! ⏳

지난 달에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제가 항상 바빴어서 여행을 염두에 둔 적이 없었는데, 광복절을 껴서 4박 5일 여행을 갔었어요. 가장 무더운 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갔던 거예요! ♨️

제주도에서 유명한 곳들 중 하나인 협재 해변에 갔고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파도가 거의 닿을랑 말랑하는 곳에 사람들이 돗자리와 파라솔을 설치해서 누워 있었어요. 강아지들과 아이들이 모래 위를 거침 없이 뛰어다녔고요. 저는 최대한 구석으로 가서 바닷물이랑 모래를 공병에 담았어요.

처음 공병에 바닷물과 모래를 담아온 건 2020년 여름이었어요!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에서 모래를 담았고, 이번 제주도의 모래가 두 번째예요. 아주 거창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래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면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서 통 몇 개에는 바닷물만 담아오기도 했어요. 🤣

사람들은 바다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막상 바다에게 와락 뛰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적에 바다에서 기절한 적이 있어서 물가를 정말 무서워해요. 수영하는 것도 싫어하고, 당연히 워터파크도 절대 가지 않아요. 중학생 땐 계곡으로 소풍을 가게 돼서 몇 시간 내내 천막 아래에 앉아 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바다를 정말 좋아해요! 🌊 침대 옆 벽에 4개의 파도 엽서가 붙어 있고, 책상 앞 바다에도 붙어 있고, 파도 무늬 마스킹테이프도 있고, 파도 패브릭 포스터도 있고, 나이키 덩크 로우 "오션"도 있고, 조개 쟁반이나 캔들 받침대도 있고요. 그런데 매번 바다에 가면 정작 모래만 밟는 제가 있었어요. 물이 너무 좋은데 또 물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한 번 들어가서 몸을 흠뻑 적실 수도 없이.

모래를 공병에 담아 근처 가게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가게의 입구마다 모래를 잘 털고 들어와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신발로 바닥을 몇 번 두드리고 공병엔 가방에 넣은 채로 가게에 들어갔어요. 창가 자리에 앉아 공병을 유리벽에 딱 붙여서 세워두었어요. 아주 작은 알갱이와 크기가 전부 다른 파편들, 저는 계속 그런 것에 사로잡혀 왔던 것 같아요. 하나처럼 보이지만 하나가 결코 아닌 것. 모래를 떠올리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2) 여행과 엉망

제주도에 놀러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공항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딜 가도 식당에는 항상 사람들이 웨이팅을 서 있고 카페에도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저는 이번 4박 5일의 여행을 위해, 미리 해야 할 일을 해 두느라 엄청 고생했었어요. 다녀오고 나서도 밀린 일들을 하느라 마찬가지였고요.

여행에 가서 제 생각대로 풀린 일들이 많이 없었어요. 한라산 사라오름을 등반했는데 너무 힘차고 버거웠고 바보같이 숙소를 다 다르게 예약해서 이동하는 데 시간도 많이 썼고요. 날씨가 정말 더워서 공병에 모래를 담아올 때도 여러 번 나눠서 담아왔어요. 카페에서 열기를 식히고, 바깥에 나가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제가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엉망'에 가까운 여행이었어요.

엉망은 자연스럽게 엉망장자가 되었어요. 원래는 억만장자였겠죠! 대부분의 우리는 부를 원하고 잘 살고 싶어하니까요. 그런데 여행에서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투명 카약을 타러 갔다가 물에 빠질 것이 두려워 엉엉 울고, 온몸이 타서 몸의 일부분은 얕은 화상까지 입었으니까요. 엉망이 가득한 거예요. 진짜 엉망장자... 💰💸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까, 여행에서 있었던 그 엉망들이 너무 재밌고 또 계속 기억에 남는 거예요. 씻을 때마다 거울을 보면서 옷에 맞게 제 몸이 탄 흔적들을 보고, 책상 앞에 앉아 바닷물만 덩그러니 담겨 있는 공병을 보기도 하고요.

어떤 미완성과 불완전함이 주는 기쁨을,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 같아요. 여행은 필연적으로 엉망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내가 원했던 대로 절대 풀리지 않으니까. 꼭 어려운 수학 문제 같고 쉽게 화해하지 못하는 친구 같기도 해요.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참 재밌었어요. 이번 제주도 여행 덕분에 여행에 큰 관심이 생겼어요.

곧 일본 관광 규제가 풀리면서, 비자 없이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해진대요. 팬데믹 시대가 되기 직전, 저는 원래 일본에 가려 했었어요. 물에 잠긴 철길, 시모나다역에 꼭 가고 싶어서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장소이기도 해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아키하바라에도 가고 싶고요. 눈이 펑펑 올 삿포로에도 가고 싶어요.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네요.

여러분도 여행에 가서 엉망장자의 삶을 즐겼으면 해요. 즐거운 추억만을 공병에 담아오길 바라요. 또, 여행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관련 있는 작품 살펴 보기 📚

다음은 해변과 관련된 시들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왔어요!

김승일, <유리해변>

사랑은 마치 두 사람이 해변에 유리를 까는 행위와 같은 걸까요. 투명한 유리와 투명한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을 생각하니 참 아름다워요.

주하림, <여름 키코>

2013년에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을 출간한 후, 거의 10년 만에 나온 주하림 시인의 시집 <여름 키코>의 표제작이에요. 피의 해변이 나와요! 😈

박정대, <해적 방송>

쿠바에는 말레콘이라는 해안 도로가 있대요. 입에 익지 않은 단어를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신비한 느낌이 들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시를 읽어주세요.

에디터 & 디자이너의 코멘트 😎

썸머킹님도 저랑 같은 두려움을 지녔었군요! 저도 바다를 바라보는 건 너무 좋아하지만, 막상 들어가려고 하면 두려움과 찝찝함이 몰려와요. 아마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갖는 광활한 속성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또 다른 '바다'를 주제로 한 넷플릭스의 '고요한 바다'라는 시리즈물을 추천하고 싶어요! 작품 홍보를 '방탈출 게임'으로 기획해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는데요, 늦었지만 여러분도 '달탈출'에 도전해보세요!

여행은 필연적으로 엉망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썸머킹 님 글이 넘 좋아서 나중에 에세이집을 꼬옥 내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생기네요 😍

사실 저는, 엉뚱하게도 시를 읽으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어떤 풍경을 떠올렸어요. 빛을 보려 더 어두운 쪽으로 뛰어가고, 도망도 능력이라며 그들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누군가가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인데요. 시는 읽는 사람마다 읽는 방법도,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서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썸머킹님의 시는 여러 번 읽을수록 더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이번에는 시가 태어난 배경을 읽고 보니 더 와닿네요! 내리쬐는 태양과 사방이 모래사장인 바닷가가 저절로 그려지면서, '엉망'이라는 단어가 색다르게 다가와요. '엉망장자'라는 건, 그만큼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갔다는 거겠죠?🌊

엉망장자라니.. 너무 귀여우면서도 공감되는 말이네요. 저도 지난 여름에 제주도에 다녀왔었는데, 엄청난 7월의 태양 아래서 무작정 오름을 찾아 2시간씩 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늘 그런 엉망인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함께라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자그마한 시련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지난 여행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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