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과 꿈 그리고 신화

©️unsplash

얼마 전 지인의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집에 딸린 옥상에서 별을 구경했어요. 날이 맑아서 별자리까지 보이는 거 있죠?🌟 함께 간 친구 중 하나가 별자리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중 오리온자리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구요.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오리온자리는 여전히 밤하늘을 수놓으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답니다.

오늘은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와 그의 작품 <오리온>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해요🌌 별자리 이야기와 작품이 궁금하다면 얼른 따라오세요!

p.s. 오늘 뉴스레터에 마련된 <음악책을 편집합니다> 코너에 음악 관련 일을 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실어 보았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

카이아 사리아호(Kaija Anneli Saariaho)

카이야 사리아호는 1952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작곡가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예술에 푹 빠져 살았는데요, 여러 가지 악기를 공부한 것은 물론이고 미술학교에서 미술을 전문적으로 교육받기도 했어요. 핀란드의 대표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 이름을 딴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그는 이후 독일과 프랑스에서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프랑스에 정착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죠🏃🏻‍♀️

전위적인 컴퓨터 음악에 관심이 많던 사리아호이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다운데요!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음악에 선율적인 부분을 추가했고, 사람의 목소리를 음악에 사용하는 등 조금씩 작법을 변화해 나갔습니다. 그래서 90년대 중반 이후 사리아호의 음악은 편성이 크고, 이전보다는 훨씬 선율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답니다.

하나 더! 사리아호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작곡가예요. 2019 윤이상국제작곡상을 수상했거든요. 그는 "젊은 시절, 윤이상의 음악과 철학에 감명받았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어때요, 훨씬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오리온(Orion)

©️space. com

2002년에 작곡된 이 곡은 그리스로마신화 속 오리온자리에 얽힌 신화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에요.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오리온은 사냥의 신인 아르테미스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아폴론은 둘의 사이를 탐탁지 않아했고, 이 둘을 가르기 위해 동생인 아르테미스에게 사냥 내기를 제안하죠🏹 내기를 하던 중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이에 신들의 왕 제우스는 슬픔에 빠진 딸 아르테미스를 위해 오리온을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해요.

사리아호의 작품을 악장 별로 살펴보면 1악장은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라”, 2악장은 “겨울 하늘”, 3악장은 “사냥”입니다. 우주 공간을 표현하는듯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이후 오르간이 등장하는데요. 이때부터 오리온에 얽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답니다!👀

[마티X글릿] 음악책을 편집합니다.

여러분은 음악을 하는 행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에디터는 연주뿐만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모든 행위가 '음악 하기'라고 생각해요. 오늘, 이 코너에서는 음악을 '하는' 여성의 글을 실어 보았습니다. 음악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사람의 글을 함께 읽어 보아요.

©️마티

"관현악 총보는 볼 줄 모르고 절대음감도 아닌 데다 감7화음 하면 ‘일곱 개 음을 동시에 내는 것인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클래식 음악책을 편집할 수는 있습니다. 소리가 글자로 내려앉았으니까요.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철학”이자 “고백”이 된다는 것을 알면, 이내 “화성이 모호한 알레그로, 리듬이 난폭한 에너지로 들끓는 스케르초, 화성의 활동이 한없이 유예되고 길게 이어지는 아다지오...”*가 어렴풋이 이해됩니다.

더듬더듬 교정 교열을 보다 보면 음악을 듣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순간이 옵니다. 감상의 순간이 편집 진행률을 떨어뜨리는 제1 방해 요인이 되죠! 시간이 뭉텅이로 날아가고 여운은 기니까요. 음악 안에 시가 있고 감정이 흐르고 당대의 음악 기술이 집약돼 있는데, 독서하고 요리할 때 배경음악 취급하며 흘려보내 버렸다는 걸 음악책을 만들며 알게 됐어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집중이 잘되는 클래식 음악’ 추천이 뜰 때마다 ‘집중해서 들어야 할 클래식 음악’ 모음도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듯 음악을 붙잡고 들으면 분명 다른 게 들리잖아요.

곡 해설서뿐 아니라 작곡가나 지휘자, 연주자의 평전,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개론서, 음악 역사서가 모두 ‘음악책’입니다. 세부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하나죠. ‘책을 읽고 나면 음악이 듣고 싶게’ 만드는 것. 그런 음악책을 만들고 싶어요. 펜을 잡는 손의 힘이 약해지고 음악이 희미하게 들리는 나이 든 편집자가 돼서도요."

*테드 리비, 『NPR 클래식 음악/음반 가이드』, 장호연 옮김, 도서출판 마티, 2016, 53쪽.

by. 마티 편집자 서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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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공(아는만큼 보이는 공연)

국립합창단 기획공연 위대한 합창 시리즈Ⅰ

-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1936년에 작곡된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는 독일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250개의 필사본 중 25개의 가사를 발췌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중세시대 가사치고는 상당히 세속적인 내용이 특징인데요. 음악 교육학자였던 칼 오르프는 이 작품을 완성하고 난 후 큰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교육자가 세속적인 텍스트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흠, 제목이 낯설다고요? 아마 첫 곡만 들어도 “아~ 이 곡?”하며 반가워하실 것 같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만남을 믿고 듣는 국립합창단의 연주로 만나보세요 :)

⏰ 일정

2022.03.02 (수) 19:3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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