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강점을 강화해야 하지만, 단점을 지적하게 되는 구조적인 이유
아까 구성원 50명이 있으면 50명의 머리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50명의 강점을 알아봐야 하잖아요. 인성님 부서는 서로의 강점을 잘 살려주는 팀이었을 것 같거든요. 구성원의 강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봐요. 검증된 이야기예요. 1인 기업이라면 못하는 거 보완해야죠. 근데 구성원이 많다는 건 누군가 못하는 걸 누군가 잘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각자 잘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하면 돼요. 농구팀인 거예요. 키 큰 사람이 골 밑에서 골 넣으면 되고 재빠른 사람이 중간에서 가드 하면서 왔다 갔다 하면 돼요.
조직장이 구성원의 단점을 지적하게 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어요. 조직장이 되면 알 수 있는데, 성과에 따른 연봉 평가 때문이에요. 많은 회사에서 평가를 빌미로 ‘올해 너는 이걸 못했어'라고 구성원의 단점을 지적해요. 이게 함정이에요. 그 직원이 진짜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조직장이 그 구성원의 단점을 평가의 단서로 쓰는 거예요. 구성원이 받고 싶어 하는 연봉과 회사가 줄 수 있는 연봉에는 항상 차이가 있고, 회사는 구성원이 기대하는 연봉을 다 줄 수 없어요. 5,000만 원 받고 싶다는 사람에게 4,700만 원밖에 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려면 단서가 필요한 거예요.
평가 때에는 조직장 머릿속에서 ‘잘한 거는 맞는데, 이거는 부족했잖아. 그러니까 이거 밖에 못 줘’라고 자기도 모르게 문장이 완성돼요. 근데 구성원이 못해서 4,700만 원 주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조직장이 이야기하기 편하려고 구성원의 단점을 끌어오는 거예요.
인성님은 이런 상황에서 4,700만 원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나요?
어려운 이야기이긴 해요. 어렵지만 ‘고마워, 잘했어’인 거죠. 핑계는 대지 않아요.
팀원의 단점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으시나요?
못하는 걸 찾아서 ’넌 이걸 못하니까 보완해’가 아니라, 필요한 걸 더 잘하게 만드는 피드백은 할 수 있어요. 못해서가 아니라 잘하는데 더 잘할 수 있도록 피드백해요. 일 잘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못하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그래서 팀원이 배우고 싶어 하는 점이 있으면 도와주고, 어려워하는 점은 인지는 하고 있지만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돼요.
6. 리더의 방을 나설 때 ‘아 오길 잘했어’하고 돌아가게 한다
가끔은 일부러 허술한 리더처럼 보이려고 의도하신다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그 이야기는 리더에게 말 걸었는데 ‘괜히 말했다’는 경험을 하지 않도록 쉽게 말 걸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리더가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우면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아요. 리더가 허술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면을 가지고 있어야 구성원들이 이야기할 때 편해요. 대신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면 과정과 결과는 허술하지 않아야 하죠. 실력과 설득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다 해결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도움은 되어야죠. 진짜 실력이 있어야 허술해 보일 수도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저랑 이야기하고 돌아갈 때 ‘아 오길 잘했다’ 생각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고객을 대하는 것과 비슷해요. 팀장, 팀원들은 나의 고객이고, 이들이 저를 찾아왔을 때 ‘아 여기 오길 잘했네. 다음에 또 와야겠다’ 생각하고 문을 나서게끔 만들어주는 거죠. 아이스크림 가게는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괜히 왔다 싶으면 다신 안 와요. 누군가 저한테 와서 고민을 이야기하고 나서 ‘그냥 알아서 할 걸 괜히 물어봤네’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다음에는 저한테 이야기하는 게 훨씬 줄어들 거예요. 애매한 건 그냥 알아서 하고, 꼭 필요한 보고만 하겠죠.
그러니까 구성원들이 고민을 가지고 왔을 때 해결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이야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려고 해요. 이 목표만 가지고 있어도 대화의 질이 달라져요. 찾아온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생각을 보태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해요. 그래서 결국은 ‘오길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거예요. 일부러 허술한 리더처럼 보이려고 하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거죠. 조직 관리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은 리더와 내가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 리더를 피하게 돼요. 리더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려면 리더가 구성원의 좋은 점을 찾아야 돼요. 이 사람은 이게 좋고, 저 사람은 저게 좋고. 구성원의 좋은 점을 이해하면서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죠. 제가 구성원을 좋아해야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도 생기고, 그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도 달라지고, ‘오길 잘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도 영향을 미쳐요. 리더의 마음이 전달될 때 구성원 역시 리더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잘하고 싶죠. 제가 리더로서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구성원도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얼마 전 <스테이폴리오>에 대표로 합류하시면서 리더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데 어떤 마음가짐이신지 궁금해요.
한 부서를 넘어 한 회사의 리더가 된다는 건 또 다른 일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을 부정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될지도요. 아니,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이 글을 다시 볼 때 ‘내가 저 때는 뭘 몰랐네-’ 싶다면, 대표의 경험을 통해 생각이 더 많이 자란 것일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