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26 오픈했습니다.

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단순하게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닌, ‘미래를 심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 식목일(4/5) 🌳
점점 더 기상 악화가 심해지는 지구를 보다 보면 더욱 체감되는 것이 ‘자연’ 특히 ‘나무’의 소중함이 아닐까 싶은데요.


구독자님은 ‘트리 하프’라는 악기를 아시나요? 단어 그대로 나무로 만든 하프를 뜻하는 것으로 나무에 현을 달아 만든 악기인데요. 이는 예술가이자 음악가인 Jurgita Zvinklyte와 Matti Palonen으로 구성된 듀오 Honeypaw의 주력 음악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음악은 ‘숲’에 깊은 뿌리를 두고 ‘나무’를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인간과 숲의 경계를 정의하는 것으로 여겨진 고대 현악기의 본연의 개념을 바탕으로 ‘트리 하프’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해요. 속이 빈 나무가 주재료이기 때문에 연주해 보기 전까지 어떤 소리가 날지 전혀 알 수 없고 연주가 끝나면 설치했던 현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과 특별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4절기 중 하늘이 가장 맑은 ‘청명’ 무렵에 맞춰 지정되었다는 식목일. 구독자님의 오늘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식목일의 날씨를 닮아 있길 바라며, 4월 식목일을 앞두고 96호 잡화점의 문을 엽니다.

5월 초 서울에서 두 개의 각기 다른 프로그램과 협연자로 내한 공연을 펼치는 정명훈 &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일본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도쿄필). 이름 자체는 그다지 생소하진 않지만, 정작 이 오케스트라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먼나라 이웃나라인 일본의 도쿄필에 대해 구독자님이 (아마도) 모르고 계셨을 4가지 사실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출처: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6년 일본, 정명훈의 도쿄필 명예음악감독 취임 후 첫 공연 중
👴 일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오케스트라?!

도쿄필은 1911년 창단된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교향악단입니다. 올해로 나이가 113살이나 된 오케스트라인 거죠! 😲 나고야에서 소년 밴드 형태로 시작해 1938년 도쿄로 거점을 옮겼고, 여러 이름을 거쳐 1948년부터 지금의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정식 명칭으로 하여 공연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7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현재에는 도쿄 오페라 시티에 근거를 두고, 도쿄의 또 다른 일류 공연장인 산토리홀이나 오차드홀과도 파트너십을 맺어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본 최고(最高)의 교향악단 중 하나로 평가받는 데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도쿄필에 쌓인 일본 관객들의 신뢰와 사랑 또한 두텁기 때문이겠죠!


🤵 도쿄필 첫 명예음악감독은 일본인이 아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2001년부터 도쿄필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데요, 정명훈이 도쿄필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지난 20여 년간 일본 오케스트라 시장에서 정명훈-도쿄필만큼 잘 팔린 정기 공연 조합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정명훈의 도쿄필 연주는 피가 흐르고 활력이 넘치는 음악”이라는 평과 함께, 공연이 끝나면 15분이 넘도록 기립 박수가 멈추지 않아 정명훈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두 퇴장한 후에도 무대에 다시 나와 커튼콜을 이어가기도 했을 정도로요. 그래서 2012년 도쿄필의 창단 100주년 기념 공연을 지휘한 것도, 2016년 도쿄필 역사상 첫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된 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정명훈이었죠. 명예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 발전에 기여한 지휘자에 부여하는 직책이기에, 지휘자 정명훈에게 보내는 도쿄필과 일본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일본에서 가장 많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도쿄필의 최애는?!

일반적인 심포니뿐만이 아니라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간 170여 차례 이상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도쿄필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번 내한 투어에서 선보이는 베토벤 교향곡은 도쿄필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명훈 지휘자가 취임 후 처음으로 도쿄필과 착수한 프로젝트 또한 베토벤과 말러였고요. 2002~04년 도쿄에서의 공연 실황을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도 발매되었죠. 그중 단연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두 곡, 정명훈이 음악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작품이자 몸의 일부라고까지 주장한 ‘운명’ 교향곡과 2015년 도쿄필과 서울시향 합동 공연에서 연주한 '합창' 교향곡은 이번 내한 투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


🎹 최고는 최고를 알아본다?! 처음이 아닌 정명훈&도쿄필&조성진의 만남!

이번 내한 투어는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만남으로도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사실 두 음악가의 인연은 꽤 오래전에 시작되었답니다. 2009년, 한 시상식에서 14살이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재능을 떡잎부터 알아본 정명훈은 그해 바로 서울시향 연주의 협연자로 그를 지목했습니다. 정명훈 지휘자의 서울시향 취임 이후 최연소 협연자였던 조성진은 그해에만 쇼팽, 베토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달아 협연했죠. 이후 그는 정명훈 지휘자의 도쿄필의 명예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후 일본에서 가진 첫 공연의 협연자로 오른 무대 외에도 꾸준히 도쿄필과도 호흡을 맞춰왔답니다. 최고의 음악가들이 만난 데다가 오랜 시간 함께하며 만들어 온 찰떡 호흡까지 더해졌으니, 이번 공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겠죠?!

통상 오케스트라는 4~5년 단위로 음악감독직을 계약하고, 이후 성과에 따라 음악감독을 교체하거나 재계약하곤 하는데요. 25년간 이어진 도쿄필과 정명훈의 관계는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그것을 넘어서, 어떠한 ‘음악적 가족’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명훈 지휘자 또한 도쿄필을 ‘일본의 가족’이라고 부르고요. 

얼마 전 도쿄필의 대표와 가진 인터뷰에서 두터운 신뢰와 친밀감으로 다져진 이들의 사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있어 전해드리며 오늘의 소식을 마무리할게요. 전문은 4월 발행되는 클럽발코니 매거진 4-6월호(112호)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Q. 그동안 지켜본 정명훈 지휘 도쿄필 공연 중 인상적이었던 콘서트를 몇 개 꼽아 본다면?
다른 지휘자라면 이런 작품과 연주가 최상이었다고 바로 이야기할 수 있겠는데, 매번 정명훈과의 공연이 멋졌기 때문에 한두 개만 꼽기 정말 어렵다. 실제로 정명훈은 자신과 도쿄필 사이에 최상의 공연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고, 익숙한 해석을 되풀이하는 지휘자가 아닌 것을 도쿄필 관객과 단원들은 알고 있다. 우리가 죽기 전까지 이런 관계가 이어졌으면 한다.
📷 출처: 안네 소피 무터 인스타그램 (@anne_Sophie_mutter)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지난 3월 한국에서 2주간의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어떤 연주자든 마찬가지지만, 안네 소피 무터가 내한한다고 하면 더 긴장이 됩니다. 과거 선배들이 무섭다고 겁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니저가 보내온 세세한 라이더(Rider: 지난 53호 ’📕공연 업무 용어사전’ 참고!)를 보면 준비할 것이 꽤 많거든요


무대, 조명 등 다양한 사항들이 있지만, 특히 대기실에 구비해야 하는 품목들은 특수한 요청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개를 소개하자면, 첨가물이 없는 귀리, 오트 밀크, 두유 요거트, 코코넛 워터 등인데요. 근래에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과거에는 호텔에도 없는 귀리를 찾기 위해 이태원이나 남대문의 수입 상가를 헤매고 다녔다는 무용담(?)을 종종 듣고는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린 품목이 있어요. 바로 ‘두유 요거트’ 인데요, 하필 얼마 전 모 방송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개되어 품귀현상이 일어난 것이죠. 지역별로 공수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어떤 날은 제작업체에 사정해 퀵으로 물건을 받기도 했답니다.

📷 출처: 안네 소피 무터 인스타그램 (@anne_Sophie_mutter)

베지테리언인 무터의 예사롭지 않은 대기실 품목들을 준비하며, ‘밀가루’를 먹지 않기 때문에 까칠한 것이 분명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던 저를 기다린 건 털털하고 나이스한 금발의 언니였는데요. 무섭다는 소문이 무색하게 무터의 환한 미소를 자주 볼 수 있었죠.


또한 무대 위에서 여전한 카리스마와 녹슬지 않은 연주, 그리고 너무나 멋진 등 근육을 보며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온 빈틈없는 자기관리에 감탄하며 대기실 품목에 삐죽거리던 저의 모습을 살그머니 반성했답니다. 가볍다 가벼워.


이렇게 자기관리에 철저한 무터이지만, 그녀도 거부할 수 없이 좋아한 음식이 요즘 세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K-FOOD’, 한국 음식이라는 사실 아셨나요? 무터는 첫 공연을 마치고 비빔밥을 준비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요. 이후 좀 더 고급스러운 한국음식을 소개할 의향도 기꺼이 있던 우리에게 그녀의 부탁은 꽤 소박했으나, ‘먹을 줄 아는 언니’였는데요. 무터는 떡볶이, 순대, 떡꼬치(가장 맛있었다고)를 먹으며, 공연의 뒤풀이를 즐겼답니다. 무터의 친절한 미소의 힘은 ‘한식’이라는 상상을 멋대로 해버린 저는 다음 내한 때는 곱창을 소개해 주리라 마음을 먹으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구독자님, 오늘 점심은 안네 소피 무터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우아하게 떡볶이 한 점 어떠신가요? 

얼마 전 우연히 SNS 알고리즘을 통해 몽골 사막 지역이 최근 숲세권이 되었다는 영상을 보았는데요. 황사를 막기 위해 한국인들이 2000년대부터 사막 곳곳에 심어온 나무가 크게 성장했다고 해요. 맨 처음 심은 나무는 키가 무려 10m까지 자랐고요. 물을 저장하는 나무의 영향으로 녹지가 형성되었다고 하죠. 오랜 시간 지속된 노력이 싹을 틔운 순간이었습니다. 식목일이 다가오는 봄의 초입, 삼림욕과 함께 이 음악 어때요? 🍃

🎵 슈만 - 숲의 정경 中 1. 숲의 입구 (🎹 미츠코 우치다)


슈만의 방에는 숲과 관련된 그림과 조각상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처럼 그의 관심사를 녹인 <숲의 정경>엔 숲속에 들어가 사냥을 하는 나그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실 슈만은 이 곡을 작곡하기 이전부터 자연을 묘사한 음악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일까요? 그는 9개의 곡으로 구성된 <숲의 정경>을 불과 일주일 만에 완성했습니다. 어딘가 신비로운 첫 번째 곡 ‘숲의 입구’부터 따뜻한 분위기의 마지막 곡 ‘작별’까지. 슈만이 그린 숲을 거닐어 보세요. 🚶🌳

🎵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5번 ‘전원’ 中 1악장 (🎹 마우리치오 폴리니)


“덤불과 숲을 빠져나와 수목과 풀, 바위 사이를 산책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나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 베토벤이 그의 연인(테레제 마르파티)에게 보낸 편지 中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15번 ‘전원’은 그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온화하고 목가적인 선율은 평소 베토벤이 즐겼던 산책 중에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졌는데요. 특히 곡의 스케치엔 ‘얼마나 멋있습니까! 이처럼 산림 지대에는 평안이 있습니다’고 남기며 산과 숲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전원의 정취를 담은 이 음악, 그중 명연으로 평가받는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연주로 감상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 폴리니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죠. 향년 8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완벽한 고전 음악 해석으로 명성을 높였는데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폴리니를 기억하며, 오늘의 BGM을 마무리합니다. R.I.P.

✔️ 디즈니의 마법 같은 순간이 돌아옵니다✨ 매년 평균 별점 9.5점 이상을 기록 중인 디즈니 공식 라이선스 콘서트 <디즈니 인 콘서트>가 새로워진 프로그램과 함께 더욱 강력해진 무대를 선사할 예정인데요. 특히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의 대표 OST를 한국어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어 벌써부터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돋우고 있습니다. 꼭 봐야 하는 관람 포인트가 가득한 5/4-5(토-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질 마법같은 무대에 함께 해요!

✔️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첫 마스터클래스 참가(레슨) 신청이 3/31(일)에 종료됩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 최정상 아티스트인 조성진에게 보다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마스터클래스 참관 신청 관련사항은 4/1(월) 크레디아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니 놓치지 마세요 ✍


✔️ ‘2024 통영국제음악제’가 3/29(금)에 시작됩니다. 올해의 주제는 ‘순간 속의 영원’으로 예술감독 진은숙 작곡가는 이번 주제에 대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연주하는 모든 곡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임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순간에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함께 할 예정인데요. 양인모는 4/3(수) 체임버 나이트 I, 4/4(목) 베르트랑 샤마유 & 양인모, 4/6(토) 체임버 나이트 II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니 멋진 무대를 기대해 주세요 😍 


✔️ 오늘의 상황과 감정에 맞는 클래식 선곡이 필요하신가요? 언제 어디서나 골라 들을 수 있는 ‘크클클TV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주세요 👩‍🏫 시즌1보다 더욱 풍성해진 플레이리스트 시즌2가 ‘크레디아 클래식 TV’ 공식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의 일상에 클래식하게 스며들게요 🧡

<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