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주님, 이번 한 주도 맛있는 차 많이 마셨나요?

'GV 빌런'이라고 아세요? 영화제에서 GV(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맥락 없는 질문을 늘어놓거나 자신의 지식을 하염없이 자랑해 행사를 지연시키는 이들을 우스개소리로 GV 빌런이라고 불러요. 덕후가 많은 차 세계에서도 종종 이런 빌런들을 마주칠 수 있는데요. 빌런까진... 아니지만 저 역시 국제차문화대전(이하 차대전)이 열릴 때면 항상 떠오르는 일화가 있어요.

그분은 제가 한 부스에서 보이차를 시음할 때 제 옆 자리에 우연히 앉으셨습니다. 팽주가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붓고 숙우에 찻물을 따르려려 하자 손바닥을 내밀어 황급히 정지 표시를 하곤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내뱉으셨죠. "30초 더!"😆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 짧고 굵은 그 한 마디!

사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도 아니고, 시음하는 자리니 이 정도 요구를 하는게 잘못된 건 아닌데요 뭐랄까... 그 분위기와 아우라에서 '시음 빌런'의 그림자를 목격한 듯한 싸한 기분이...😂 올해 차대전에선 딱히 빌런이라고 할만한 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이 기분은 뭘까요...???

더티레터와 재밌게, 오래 차 마셔요.

윤 팽주 올림

p.s 로고와 배경색 바꿔봤는데 어때요? 

국제차문화대전에는 차를 직접 만드는 생산자부터 차 수입사, 차실 등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주로 참여합니다. 이 외에 직접 만든 다구를 갖고 오신 도예가와 와드몰 같은 기성 다구를 파는 곳들도 부스를 차립니다.

이런 차대전에 가서 할 일 1순위. 역시 쇼핑이죠.😎 다들 프로모션을 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차나 다구를 득템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차대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시음입니다. 차를 끓이고 있는 곳이 있으면 슥- 다가가 "시음 되나요?" 물어보세요. 반갑게 차를 내어주십니다. 차를 마시며 직접 차를 만드신 분, 수입하신 분의 설명도 들을 수 있고요!

이날 방문한 부스 중에 가장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이자 제일 기억에 남았던 부스는 바로 조태연가였습니다. 3대째 경남 하동에서 차를 만들고 있는 조태연가는 대밭에서 기른 찻잎으로 만든 죽로차로 유명하죠. 이곳에서 저는 🍃대작을 맛보고 왔는데요. 녹차는 만드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으로 나뉘고 뒤로 갈수록 따는 잎의 개수와 크기가 커지죠. 그런데 중작 다음 대작이 있다는 건 이날 처음 알았어요. 사장님이 정성껏 우려주신(빈말 아님 진짜 최선을 다해 우려주심🙊) 대작은 부드러우면서도 맛이 정말 풍부했어요. (👉대작 사진은 더티레터 인스타에)

사장님은 "5월 초에 딴 차를 대작이라고 한다. 대작이라 해도 우리나라 찻잎은 외국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작은 편"이라며 "한국에선 새싹차만 좋은 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너무 어린 싹은 녹차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녹차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대작도 훌륭한 차"라고 소개해주셨어요. 잎이 조금만 커져도 녹차로 가공이 어려워 대부분 발효차로 가공한다고 하는데요. 조태연가에서는 오랜 노하우로 대작을 생산하고 있대요. 물론 부스에서 나올 땐 제 손에 대작 80g이 들려있었고요... 대작을 새로 알게되고 맛보고 생산자의 설명까지 들은 이 시간만으로도 이번 차대전에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차문화대전 다 보고 나오니 옆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더라고요? 내친김에 두 행사에 모두 뛰고(?) 왔어요. 두 행사를 연달아 방문하니 하지 않으려해도 여러모로 비교가 되더라고요. 두 행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참가자 숫자였어요.😭 차문화대전은 행사 둘째날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었는데, 국제도서전엔 인파가 몰려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누가 그래? 요즘 사람들 책 안읽는다고...)
도서전엔 MZ세대를 겨냥한 톡톡 튀는 신선한 부스와 전시도 많았는데요. 제목을 가리고 작가의 생일만 적어 놓은 책을 파는 신박한 컨셉의 부스에 가장 많은 사람이 북적였고요. 사무국 차원에서도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도서전 한정판 책을 증정하는 등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더라고요. 사실 차대전은 어떤 부스를 가도 시음과 판매, 두 가지 경험 중심이라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어요.(물론 그게 핵심이긴 하지만!) 다양한 세대에서 차를 진심 좋아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조만간 차대전에서도 새롭고 재밌는 부스를 많이 만날 수 있겠죠?

◼️ 차도 구독 서비스가 있다고?

이번 차대전에서 포담티하우스에 들렀다가 차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한 달에 세 종류의 차 30~50g을 설명서와 함께 보내주는 방식인데요. 선택한 용량에 따라 월 2만8000원에서 4만3000원이라고.

◼️ 인센스 좋아하는 팽주님들!

일지 인센스라고 아시나요? 이곳 역시 차대전에서 만난 브랜드인데요. 2019년 시작한 향 전문점으로 작고 예쁜 향 관련 용품이 많아요. 사실 제가 가장 눈독들인 건 나무로 만든 휴대용 인센스 홀더 세트였는데요(위에서 두 번째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할인가 8만원이라 조용히 내려놓고 옴💸) 온라인 몰엔 제품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