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을에서]


토마토


이재철 목사
 
낙향 첫해 여름, 아내가 신기한 듯 말했습니다. 물만 줬는데도 토마토, 가지, 수박, 호박, 들깨 등 온갖 식물이 결실된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물속에서 토마토가 보였습니다. 가지도, 수박도, 온갖 식물이 모두 물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립니다. 아니, 하늘에서 토마토가 떨어집니다. 가지, 수박, 호박, 들깨 등 온갖 식물이 모두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식물의 수확은 땅에서 이루어져도, 그 생명은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하늘에서 생명이 떨어지지 않는 사막에는 수확도 없습니다.
토마토를 비롯한 식물들은, 물을 주고 아침저녁 보살펴 주는 아내의 땀과 수고로 결실됩니다. 그래서 아내가 재배한 토마토 속에는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가 재배한 토마토를 먹는 것은, 곧 아내와 생명을 나누는 거룩한 성사(聖事)입니다.
[지금 이 책]


이재철의 메시지


김준표 에디터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들어 쓰신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대도시가 아닌 시골 출신이거나, 광야에서 부름을 받았다는 점이다. 미디안 광야에서 부름 받은 모세, 빈 들에서 양을 치던 다윗, 디셉 벽촌 출신 엘리야, 요단 계곡 농부 출신 엘리사, 드고아 산골 출신 아모스, 나사렛 산동네 출신 마리아, 갈릴리 출신인 열두 제자,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사도 바울 등은 빈 들에서,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사람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도시의 사람인가, 광야의 사람인가? 
《이재철의 메시지》는 그동안 제작의 어려움으로 찍지 못했던 이재철 메시지 시리즈 《주님의 사람》, 《주님의 교회》, 《주님의 심판》, 《주님의 치유》, 《고생의 밥과 물》, 《교인의 수준, 목사의 수준》을 하나로 합치고, 과역중앙교회에서 이재철 목사가 주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전한 ‘자연 그리고 믿음 1, 2’ 두 편의 설교를 더한 것이다. 마음을 울리고, 시대를 밝히는 메시지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자.

이재철 지음 | 296쪽 | 2023년 11월 17일
[이덕주와 오후의 정원]


전도사’란 칭호의 위력

‘목회를 포기하려는 후배와 제자들에게’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


작년 봄 연회에서 목사로 정년 은퇴한 후에도 심심찮게 후배와 제자 목사들로부터 설교 혹은 집회 부탁을 받고 있다. 그렇게 작년 여름 수원의 후배 목사로부터 주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1일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오전 예배를 마치고 목양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후배 목사는 “저희 교회 집사인 따님 댁을 방문하실 때면 주일예배에 참석하시는 원로 장로님이 한 분 계십니다. 감신 59학번이신데 이현주 목사님(나의 형이다)이나 교수님 책을 들고 오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장로님이 오늘 오전 예배에 참석하셨더군요” 했다. 나는 즉각, “그 장로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부탁하였다. 귀갓길에 연락을 받고 돌아오신 장로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한눈에 “참 선하신 분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평생 영어교사로 강원도 일대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교감과 교장까지 역임하면서 많은 제자를 길러낸 ‘노 교육자’의 권위가 겸손으로 포장된 분이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그분이 신학교에 다녔던 1960년대 감리교신학대학의 교수와 학생, 기숙사 생활, 그리고 직접 겪었던 4·19와 5·16 등 ‘과거로의 여행’에 맞추어졌다. 장로님은 흥이 나서 가난했지만 낭만이 가득했던 신학교 시절을 증언하였다. 대화를 마칠 즈음 궁금했던 질문, “신학교를 졸업한 후 어떻게 해서 목사가 아닌 교사의 길을 걷게 되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원로 장로님은 잠시 침묵하시더니 마침내 입을 여셨다.
“나도 신학교를 졸업한 그해 서리전도사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원주지방에 주일학교 학생만 10여 명이 있는 작은 시골교회였습니다. 목회자 생활비를 댈 수 없는 교회라 주간에는 시내에 있는 중학교 시간제 교사로 나가 영어를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지요. 그렇게 3년 전도사로 시무한 후 연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기로 되었는데 지방 감리사가 추천서에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았습니다(당시엔 감리교단 내 정치파벌이 심해 선배 목사에게 밉보이면 후배들이 이런 피해를 종종 입었다). 그해 연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도시 교회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결국 ‘목회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해 전도사를 사임하고 교육부 교사임용고시에 응시하여 교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문교부로부터 정식 교사로 발령을 받아 간 첫 학교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교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주변 교사들로부터 ‘선생님, 축하합니다’ 하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 몸에서 힘이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령님이 나를 떠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전도사에서 선생으로 칭호 하나 바뀌었는데 말입니다.”
17년 후배 목사 앞에서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숨겨 놓았던 속이야기를 털어놓는 원로 장로님. 주변에서는 ‘성공한 교육자’로 존경과 칭송을 받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목회를 중단했다’는 죄송함과 죄책감을 갖고 평생 강단에 섰던 것이다. 동석했던 부인과 딸, 사위도 “처음 듣는 말씀이다”며 숙연해졌다. 나도, 후배 목사도 고개를 숙였다. 
오후 예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어 정년을 채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축복된 일인지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나도 신학교를 졸업한 후 나의 실수와 잘못, 주변 환경 때문에 목회를 중단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세 번 있었다. 그런 때마다 중단하지 않고 목회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의지나 노력이 아니었다. 내 의식 너머에서 나를 도우신 성령의 은총이고 능력이었다. 목회는 내가 한 것이 아니었다!
[책 속에 넣어 둔 편지]


화진포의 성


김준표 에디터

참 밝고, 유쾌하신 할머니(라고 하면 저자분이 언짢아하실까?)이시다. 황연옥 작가님. 교직에서 국어를 가르치시다가 지금은 강원도 고성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신다. 선생님은 〈강원고성신문〉에 연재하셨던 이야기라며, 구한말 조선에서 2대에 걸쳐 의료선교로 봉사한 닥터 홀 가의 이야기를 보내 오셨다. 닥터 홀의 자서전 격인 《조선 회상》의 번역자 김동열 선생님과 직접 메일을 주고받으며 집필에 도움과 용기를 얻으셨고, 홍성사에는 김동열 선생님은 물론, 결핵협회와 목회자 추천사까지 직접 받아 주셨다. 작업하는 동안 분에 넘치는 격려를 보내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화진포의 성’은 ‘김일성 별장’으로 한때 불리던 곳으로 현재 이곳에 셔우드 홀 문화공간이 조성되고 있다. 완공된 공간 한 켠에 어쩌면 《화진포의 성》이 조용히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때가 되면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황연옥 지음 | 392쪽 | 2023년 9월 27일
[읽기의 순간들]



‘믿음 여행을 시작하기’


이성민

인천제2교회 부목사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관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세계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본서는 ‘우리에게 믿음이 꼭 필요할까?’ ‘하나님의 창조를 믿을 수 있을까?’ ‘왜 세상은 엉망이 되었을까?’ ‘엉망인 세상에도 답은 있다’ ‘믿음 여행을 계속해서 걸어가기’로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중에 이미 많은 기독교 세계관 책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본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때로는 과학과 사상 같은 철학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적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계관, 기독교 세계관’ 하면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꽉 막힌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본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친밀한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세계관을 설명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안경’을 비유로 들어 설명하곤 합니다. 빨간 안경을 쓰면 세상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 안경을 쓰면 온 세상이 파란색으로 보인다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본서에서 저자는 안경을 넘어 눈과 시력이라는 본질에 접근하여 믿음에서 해결책을 찾습니다. 저자가 믿음 여행의 가이드가 되고 독자는 여행객이 되어 함께 믿음 여행을 떠나면서 나에게 맞는 안경을 찾는 과정이 아닌 믿음의 눈을 회복하여 삶의 크고 작은 변화를 누리게 되는 여정으로 안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믿음 여행이라는 컨셉을 통해 ‘혼자와 함께의 공존’ ‘이미와 아직의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백성들을 일컬어 ‘나그네’라 소개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완전히 승리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백성은 이미 승리가 보장된 믿음의 여정을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매번 넘어지고 실수하더라도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자 할 때 믿음의 여행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믿음 여행에 참여할 수 있고 함께하자는 초대장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해》를 통해 진리를 향해 걷는 믿음 여행을 함께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가까이 또 멀리]


사랑할 줄 아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입니다.  최고로 좋은 대상이신 하나님을 사랑할 줄 아는 것은 우리에게 최고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하나님께 구애하거나 하나님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또 우리가 하나님의 필요에 따르기에 앞서 하나님이 먼저 우리의 필요에 따르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 사랑을 사물의 이치에 어긋나게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피조물에 불과한 존재들로서, 우리의 역할은 언제나 주체에 반응하는 객체, 남성에 반응하는 여성, 빛에 반응하는 거울, 소리에 반응하는 메아리의 역할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활동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사랑을 착각 속의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모습으로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그의 요구에 복종하며 그의 바람에 따르게 됩니다. 
C. S. 루이스 《고통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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