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을 겁니다. 경영학에서도 마찬가지죠. 중대한 결정일수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가능한 모든 옵션을 나열한 뒤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조언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MU)의 우베 순데(Uwe Sunde) 교수 연구팀은 인간이 내리는 가장 복잡하고 심오한 결정 중 하나인 '프로 체스 선수의 경기'를 분석했습니다. 체스 토너먼트는 의사결정을 연구하기에 완벽한 실험실입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고, 강력한 인공지능(AI) 체스 엔진을 통해 인간이 둔 수가 최적의 수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결정의 질'을 아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과는 오랜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연구진은 "더 빠른 결정이 더 높은 질의 결정을 만들어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심지어 계산의 복잡성이나 대안들 사이의 미세한 차이, 시간적 압박 등의 변수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과는 같았죠. 오히려 의사결정에 쏟은 시간과 결정의 질 사이에는 '강력한 음의 상관관계(negative association)'가 나타났습니다. 즉, 오래 고민할수록 오히려 질 낮은 악수를 둔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