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유목민의 교훈'

열심히 준비한 새 책이 처음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는 순간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됩니다. 사실, 메일링 서비스로 선보이는 첫 책인 〈수영의 이유〉는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이 책을 가장 먼저 접할 독자 여러분이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와 두려움이 큽니다. 

첫 순서로 '바다 유목민의 교훈'이라는 꼭지의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바야우Bajau족과 모켄Moken족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바다 유목민'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신체적으로도 조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기후 위기로 해수면 상승의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많은 교훈을 주기도 합니다. 그 교훈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의 기대감을, 지금 여러분도 느끼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 담당자 Jay 

동남아시아 ‘산호 삼각지Coral Triangle’의 해안가에 가면 점차 사라져가는 수생 공동체의 수영 수업을 엿볼 수 있다. 뛰어난 잠수부는 수심 약 60미터까지 내려가서 헤엄치고 바다 밑바닥에서 걸어 다닌다. 작살총을 들고 한 번 들어가면 10분씩, 사냥감을 발견할 때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이들은 하루에 다섯 시간씩 물에 들어간다.

현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일대에 사는 바다 유목민 바야우Bajau족의 아기는 수천 년 전부터 걸음마도 배우기 전에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초 훈련을 받는다. 부모는 아기가 암초로 둘러싸인 바닷가에서 사는 데 필요한 능력을 타고나기를 기도한다. 두세 살이 된 아기도 쉽게 잠수하면서 다리를 힘껏 차고 앞으로 쭉 나가면서 조그만 조개를 딴다. 가족의 선상가옥에서 큰아이가 동생에게 물에 뜨고 발차기를 하고 물고기를 찾는 법을 가르친다.

최근 연구에서는 바야우족의 비장脾臟이 인도네시아 본토에 사는, 친척뻘인 다른 종족보다 50퍼센트 정도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물에 들어가면 포유류의 잠수 반사로 인해 비장이 수축하면서, 산소가 녹아 있는 적혈구 세포를 온몸으로 퍼트려 순환시킨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가 심장에서 먼 신체 부위에서 주요 장기로 흐른다. 이처럼 인체의 에너지 보존 기제가 작동하면서 산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개처럼 거의 평생을 물속에서 사는 바다 포유류는 육지 포유류에 비해 비장이 과도하게 크다. 비장이 클수록 물속으로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몸에 여분의 공기통을 장착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연구에 따르면 바야우족의 비대한 비장은 오랜 잠수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자연선택의 결과다. 말하자면 바야우족 가운데 비장이 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살아남아 자손을 더 많이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잠수해본 적도 없는 바야우족 사람도 비장이 큰 것을 보면 바야우족의 몸이 잠수를 잘하도록 진화했다는 뜻이다. 비대한 비장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특성이지만, 바야우족은 물에서 사는 데 유리한 다른 특성을 살면서 습득한다.

또 다른 바다 유목민인 모켄Moken(현재 태국과 미얀마 등지의 수상가옥에서 살거나 해변의 기둥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물속에서 또렷이 잘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났다. 모켄족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잠수하면서 성장해서, 육지에서만 사는 우리 같은 사람보다 수중 시력이 두 배나 좋다. 우리에게는 뿌옇게 보이는 바다 밑바닥에서 바다 유목민은 물안경이나 수중 마스크 없이 조개와 해삼을 손쉽게 줍는다.

물속에서 잘 볼 수 없는 이유는, 각막의 굴절력으로 인해 육지에서는 잘 보이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다 유목민의 아이는 물속에 들어가면 동공을 수축시켜 눈에 들어오는 상을 더 자세히 보게 만들면서 시력을 조절한다. 처음에는 이런 능력을 물려받았는지 학습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조기에 수중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시각 훈련을 십여 차례 실시하여 물속에서 대조적인 패턴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실험에서, 바다 유목민이 아닌 아이에게도 물속에서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 중략 - 

인간은 양서류가 아니지만 나는 수륙 양서 개념을 좋아한다. 동식물 연구가 로렌 아이슬리Loren Eiseley는 “현대 과학의 가장 위대한 성과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 것, 다시 말해서 세계를 구체적으로 관찰하는 방법(“노출된 지층의 경계”를 판독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상상을 통해서도(“나는 원시 바다에 떠 있는 세포를 보았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아이슬리는 이렇게도 적었다. “원시 바다의 소금이 우리의 핏속에 녹아 있고, 원시의 석회가 뼈를 이룬다. 그래서 해변에서 거닐 때마다 원시의 충동에 이끌려 신발과 옷을 훌훌 벗어 던지거나, 기나긴 전쟁으로 향수병에 걸린 난민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듯이, 해초와 허옇게 색이 바랜 목재를 뒤지고 싶어진다.” 우리는 신체적 진화의 결과이지만 진화사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해수면 상승을 감지하는 능력은 네덜란드처럼 바닷가에 사는 다양한 사회에 장착되었다. 그들에게 배울 만한 수영에 관한 교훈은 실제 그들의 수영 수업에 모두 담겨 있다. 네덜란드 아이는 필수적으로 수영 수업을 받아야 공공 수영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그 수업을 거쳐 옷과 신발을 모두 착용한 채 수영하는 능력을 인정하는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 나는 네덜란드의 5학년 학생들이 수영 수업에서 옷을 다 입고 물속에 들어가 있는 사진 한 장에 매료되었다. 논리적으로 일리가 있다. 원래 우리는 항상 옷을 입고 살지 않은가? 그러니 별안간 물이 들이쳐도 언제든 헤엄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바다 유목민의 적응력과도 통하는 개념이라 흥미롭다. 요컨대 물과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지, 물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법을 배워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자전거를 많이 타듯, 수영도 우리 문화의 기초를 이룹니다.” 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뉴욕타임스>에서 한 말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항상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세우거나 사업을 추진한다. 국립수자원관리센터는 매일 네덜란드 안팎에서 흐르는 물을 통제한다. 로테르담Rotterdam 시장인 아흐메드 아부탈레브Ahmed Aboutaleb는 로테르담이 네덜란드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에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구축해온 시스템을 홍수가 덮칠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강에서든 바다에서든 100명 중 15명 정도를 대피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물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가능성이 열린다. 처음에는 물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영한다. 생존을 위한 수영을 익히기 전에는 수영을 다른 무엇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살아남는 법을 익히면 물은 더 큰 무언가를 선사한다. 우리는 물과 함께 살고 물과 함께 번창할 수 있다. 찰스 톰린슨 Charles Tomlinson의 <체난고 호수에서 수영하기Swimming Chenango Lake>라는 시는 이런 상태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시인은 수영을 “물의 품속에서 움직이면서도 물을 의식하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수영은 붙잡히고 붙잡는 것 사이에서 자유로이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 행위”라고도 적었다.

수영과 인간 그리고 나에 대한 고찰,〈수영의 이유〉
 
"누구나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수영에 얽힌 사연이 하나쯤은 있다"

인간과 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자 물속에서 열리는 거대한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저널리스트 '보니 추이'의 수영과 인간 그리고 나에 대한 고찰, 〈수영의 이유〉를 만나보세요.

〈수영의 이유〉 메일링 서비스는 8월 18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6개의 글을 매일 아침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전해드립니다. 
답장 환영
뉴스레터 피드백과 제보는 이 메일에 답장으로 주세요!

도서출판 김영사
bestbook@gimmyoung.com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197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3-3